대통령의 맛집] 돼지고기 듬뿍 ‘김치찌개’…30여가지 재료로 맛낸 ‘삼계탕’
대통령과 얽힌 이야기가 있는 맛집이라고 하면 으레 ‘솔깃’하다. 잠시 체면을 접어두고 직접 찾아와 먹었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식후경’이라고 청와대 인근에는 역대 대통령 입맛을 사로잡은 맛집들이 많다. 입을 즐겁게 할 몇몇 장소를 소개한다.
토속촌 삼계탕
◆종로구 통의동 뚱낙원
‘윤슐랭 가이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식가인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한 김치찌개 맛집. 저녁에는 삼겹살을 팔지만 그보다 김치찌개와 달걀말이가 유명하다.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김치찌개는 양도 푸짐하고 국물이 시원하다는 평. 고소한 달걀말이와 궁합도 훌륭하다. 가게를 찾으면 ‘윤석열 당선자가 앉은 자리’라는 메모를 발견할 수 있다. 김치찌개 9000원, 달걀말이 6000원.
◆종로구 체부동 토속촌
매일 새벽에 잡은 신선한 닭과 인삼·찹쌀·호박씨·검정깨·호두·잣·토종밤·약대추·은행·마늘 등 무려 30여가지 재료를 함께 넣어 다른 집보다 걸쭉한 육수로 유명한 삼계탕집. 여름에는 평일 아침이든 주말이든 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맛집이다. 토속촌을 사랑한 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종로구 지역 국회의원일 때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찾을 정도로 단골이었다고 한다. 사석에서 “청와대 삼계탕은 토속촌에서 요리법을 배워 와라”는 주문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토속촌 삼계탕 1만8000원, 산삼배양근 삼계탕 2만4000원.
◆종로구 성북동 국시집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청렴과 개혁의 상징으로 칼국수를 즐겨 먹었다. 그가 20년 동안 단골로 찾았던 칼국숫집은 성북동에 있는 국시집. 1990년 한 언론사에서는 그가 민주자유당 대표최고위원 시절에 지독한 정치 싸움을 끝내고 나면 꼭 들르는 집이라고 소개했다. 1969년 개업한 이곳은 한우로 우려낸 경상도식 안동국시를 내놓는다. 깔끔하고 구수한 사골 육수에 쫀득한 면발은 빈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국시 1만1000원, 전 소짜 1만7000원.
◆중구 명동 하동관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찾았다는 곰탕 맛집. 특히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하동관을 자주 찾았다. 헬기 편으로 곰탕 30인분을 공수해 먹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하동관을 사랑했다. 하동관이 문을 연 건 1943년이다. 북촌 양반집 음식에 해박한 류창희 할머니가 하동관 곰탕 맛을 만들어낸 이후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맑은 쇠고기 국물과 한우고기를 얹어 방짜유기에 담겨 나온다. 곁들여 먹는 깍두기는 시원함과 고소함이 일품이다. 곰탕 1만3000원, 수육 중짜 3만원.
박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