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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
년 4월 5일 식목일, 한 편의 특선 만화영화가 MBC TV를 통해 방영된다. 당시 '푸른 하늘 은하수'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첫 방영된 이 작품은 미스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대표작 "은하철도 999, 銀河鐵道 999 '78" 제 12화 '화석의 전사' 편이었다.
이런 <은하 철도 999>의 미스터리란 무엇이었을까? 또 과연 이곳을 방문해주신 여러분들께서 몇 개의 답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어린 시적의 추억을 되새기며 부담 없이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특히 아무 것도 아닌 듯 싶었던 999 의 스쳐 지나간 대사들을 기억해 낼 수 있는 분이라면 의외로 쉬울지도 모르겠다
.
모순으로 가득찬 세계…
하지만 진실은 감추어져 있었다.
데즈카 오사무가 일본 만화영화계의 개척자라면 마쓰모토 레이지는 일본에 본격적인 만화영화 붐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국내에도 방영된바있는 <스타 에이스 :본제 -혹성로봇 단가드 에이스 >, <우주해적 캡틴하룩 >,<별나라 손오공 >,<1000년 여왕 >그리고 <은하철도 999>에 이르기까지 SF와 로망 , 판타지를 배합시킨 작품들로 70년대 일본 만화계를 평정한 바 있다 .
특히 <은하철도 999>의 경우는 마쓰모토 만화 왕국의 결정체를 이루는 작품으로 방영 당시 일본에서도 숱한 화제를 뿌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처럼 정상의 위치에 마쓰모토 였지만 그는 ,은하철도 999>로 말미암아 비평가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감수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설정과 어거지 장면 전개를 단지 감동이라는 독자들의 눈물 섞인 동정표로 얼버무린 졸작 ' 이라는 비평가들의 판결문이 당시 999에게 내려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999의 열성펜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수수께끼의 여인 메텔을 둘러싼 영원한 생명의 미스터리는 도무지 짜맞출 수가 없는 설정상의 오류라고 시인해 버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 <은하철도 999>의 9대미스터리는 그 엄청난 스케일에 반해 막상 정답은 몇몇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쥐고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메텔의 정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 도대체 메텔의 정체는 무엇일까?
메텔은 인간 같기도 하지만 왠지 기계 인간 같기도 한 이중성을 유포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인간도 아니고 기계 인간도 아니라는 명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도 기계 인간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대단히 싱거운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메텔의 본래 정체는 외계인(?) 이라는 답에 도달하게 된다. <1000년 여왕 > 에서 지구와 충돌할 궤도로 다가오는 혜성 바로 메텔은 라메탈 성의 공주였던 것이다
영원한 수수께끼의 여인 메텔… 그 정체는??
과학 기술 문명이 거의 극한에 다다랐던 라메탈의 천재 과학자 프로메슘은 남편인 닥터 반과 함께 인간들이 영원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기계화 제국 건설을 꿈꾸게된다. 하지만 본래의 의도와 달리 사회구조가 물질 만능주의로 도색당하는 현실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하록, 에메랄더스, 토치로등의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계가 있는 생명의 멋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고 여기에는 기계 제국 건설에 대한 회의를 느낀 닥터 반도 뜻을 같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이의 아버니인 흑기사 파우스트는 프로메슘이 건설한 기계 제국만이 이상의 세계라고 믿고 자신의 이상향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날의 동지였던 하록과 갈라섰던 것이다.
그런데 평소 철이의 엄마를 사모해 왔던 닥터 반은 이들마저 파우스트처럼 기계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몰래 철이와 철이 엄마를 지구로 피신시킨다. 그러자 뒤늦게 이사실을 알고 분노한 프로메슘은 닥터 반을 처형하고, 지구의 기계 백작들에게 현상 수배를 하여 철이의 엄마를 사살하고 그 증거로 엄마를 박제하여 보내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 철이의 아버지인 흑기사 파우스트는 프로메슘에게 기계 제국 건설에 있어서 펄이와 같은 젊은 용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철이는 죽이지 말고 데려 올 것을 간청한다. 그러자 프로메슘은 자신의 딸인 메텔을 주요 성분이 인간과 같은 단백질로 구성된 기계 인간으로 개조하여 철이를 붙잡아 오라고 시키게 되는데, 이때 프로메슘은 고의적으로 메텔을 철이 엄마의 복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즉 클론(CLON) 술로 만든 철이 엄마의 복제 육체에 메텔의 정신을 바꿔 넣어 철이를 유인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철이를 안드로메다까지 데리고 와야만 하는 메텔의 지루하고도 슬픈 여행이 시작된다. 정확히 파우스트의 아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메텔은 철이와 유사한 모습의 소년들을 한 명씩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데려가고 데려가고 또 데려간다.
물론 그들은 기계 제국의 용사가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지만 일단 기게 인간이 되어 버리면 인간으로서의 삶은 끝나게 되는 것임을 메텔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메텔이 파우스트의 아들인 줄 알고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데려간 소년들은 대부분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다음 메텔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프로메슘의 흉계를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자신이 메텔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메텔에게 이용 당한 첫번째 희생양이 가짜 하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짜 하록 역시 본래는 철이처럼 그 무엇인가의 신념과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파우스트를 자신의 친아버지라고 믿은 나머지, 지신의 영웅이었던 하록을 뒤로 하고 파우스트의 편에 서게 된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적일 수밖에 없는 하록에 대한 반발심을 주입 받은 채 기계 제국의 용사로 거듭났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메텔이 또 다른 파우스트의 아들을 데려옴에 따라 가짜 하록은 메텔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는 메텔을 증오하게 된다. 때문에 가짜 하록은 999 호가 필연적으로 정차하게 되어 있는 지구와 안드로메다의 대분기점인 혹성 헤비멜다에 시간성이라는 자신의 요새를 만들어 놓고는, 자신의 영웅이었던 하록의 이름을 팔아먹으며 메텔이 새로운 소년을 데려올 때마다 그 소년을 시간의 흐름 속에 영원히 가둬 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메텔이 입고 다니는 까만 코트 이 옷은 서양에서 여자들이 장례식 때 입는 문상 복이다. 말해 메텔은 자신 때문에 기계제국의 이슬로 사라져간 무고한 소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에서 그런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고, 이렇듯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소년을 데려가는 메텔의 행동이 가짜 하록의 눈에는 더없이 괘씸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데려가는 철이라는 소년은 파우스트의 아들이 분명했다. 이따금씩 메텔 품에 안겼던 철이는 '마치 엄마 품 속 같아' 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모성애에 대한 보상 심리 차원이 아닌, 철이가 메텔을 자신의 친어머니로 착각할 정도로 엄마로 느꼈다는 것은 철이가 바로 파우스트의 친아들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헤비멜다에 정차하기 직전 메텔은 철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가 없더라도 철이 혼자서 여행할 자신 있지?" 이번에야 말로 파우스트의 친아들을 데려가는 메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 부담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물론 메텔은 가짜 하록과 대결해서 이길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메텔의 의상에서 풍기고 있듯 메텔은 자신이 지은 잘못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자신 때문에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 가짜 하록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응징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메텔에게 있어서 친아들과도 같은 존재인 철이를 가짜 하록이 영영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 가두어 버리자 드디어 메텔의 철이에 대한 모성 본능이 폭발한다. "우주 역사에 마녀라고 기록되어도 좋아, 철이를 위해서… 나는 절대로 당신을 그냥 둘 수 없어!" 그만큼 메텔에게 있어서 철이는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를 동경하는 철이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잇는 메텔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위험스러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철이의 희망은 메텔과 결혼하여 오래오래 함께 사는 것이었으나 메텔의 육체가 자신의 어머니의 육체인 이상 둘은 결코 맺어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청춘의 환상,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시리즈의 종착역인 극장판 <안녕~ 은하철도 999> 에서 메텔은 흐느끼며 철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청춘의 어스름한 그림자. 젊은이들의 눈에 밖엔 보이지 않는 세월의 흐름 속을 여행하는 여자야. 철이의 추억 속에 남는 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난 네 청춘과 함께 여행한 것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거야. 안녕. 안녕. 철아… 안녕…"
결국 메텔은 끝이 없는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 운명의 별 밑에 태어난 기구한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철이에게 있어서 메텔은 일생에 단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는 소년 시절의 꿈이자 청춘의 환영이었다.
은하철도의 긴 여정 자체가 소년의 꿈을 그대로 편친 환상의 세계였다면 메텔은 철이가 동경했던 소년 시대의 이상형이 실현된 다분히 추상적인 존재라고도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 누군가를 흠모할 때 가장 이상적인 대상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메텔은 바로 철이의 이상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단지 메텔이 나타났다는 그 이유 하나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만큼 메텔은 철이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메텔에게 많은 비밀이 간직 되어 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메텔이 계속해서 철이의 이상형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궁금증이 전부 해소된다면 그 동안의 동경심이 상실되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종착역에서 철이는 자신이 그토록 동경해 왔던 메텔과 생이별의 아픔을 맛보게 된다. 이것은 곧 소년의 날들과 결별 하는 것이었으며 아울러 그때 까지 철이를 지배하던 모성(母性)으로부터 강제 이탈되는 것이기도 했다.
철이의 소년 시절은 메텔과 함께 999호를 타고 여행한 날들이었다. 따라서 메텔과 헤어지는 철이의 울부짖는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고도 슬펐던 것은 철이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이리라…
시간은 흘러 메텔은 잊혀져 간다. 소년의 날들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메텔 역시 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은하특급 999호는 철이의 마음 속을 달려가 버린 열차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때문에 어쩌면 메텔은 소년의 가슴 속에 묻혀 있는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믿어야만 소년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첫댓글 고생했네여...
인터넷에 있는건데...그냥 퍼온거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