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 2023-10-18)
< 미역국 나이 ‧ 떡국 나이 >
- 정영인 -
올해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었지만 나는 아무래도 미역국 나이보다는 떡국 나이로 나이 세기를 살가워 한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나이 대보기를 좋아하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덜 그러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묻는다. 나이에 따라 관계와 호칭이 정해지고, 서열과 높임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혹은 ‘****생이나 **띠’ 식으로 말하고, 상대편이 알아서 나이를 가늠하게 하기도 한다. 길고 짧은 것은 대보아야 한다지만,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라 하는 것도 나이 대보기를 기준으로 하는 말일 것이다.
한국인의 나이 셈법은 유달리 복잡하다. 세는 나이, 만(滿) 나이. 연(年) 나이, 보험 나이, 애먼 나이 등.
우리 딸은 12월 중순경에 태어났다. 낳자마자 한 살 먹고, 다음 정월에 떡국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니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 돼 두 살을 먹게 되었다. 생명을 존중하는 천주교에서는 사람의 생명 출발을 수태하면서부터 생명의 출발로 본다. 10개월이 지나면 거의 일 년이 되기 때문에 세는 나이가 타당하다고 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과학적인 신(神)의 소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낳자마자 1살을 먹는 것이 옳은 것 같기도 하다.
하기야, 나무의 나이테는 만 나이로 계산한다. 1년이 지나야 나이테가 한 줄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처음 만나면 나이 대보기부터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선 사회적인 서열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특히 호칭이 달라진다. 어르신이거나 자네, 혹은 젊은이, 어린 것이 등. 나이 대보기를 잘못하면 곤란한 경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아가씨를 아주머니라고 했다가 처녀에게 칼부림을 당하기도 한다. 지인 하나는 밤에 아파트 골목에서 담배 피는 중학생들에게 나이를 물어 보면서 야단을 쳤다. 그 녀석들은 뒤 쫓아와서 벽돌로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을 갔다. 그 친구는 한동안 고생을 했다.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는 그 외 담배 나이 술 나이, 군대 갈 나이 등 나이 대보기 문화가 유달리 발달한 나라다.
정부는 ‘새해 떡국이 나이가 아니라 생일 미역국을 먹을 때마다 나이를 먹는 것’이라고 만 나이 홍보를 하지만 아직도 국민의 3명 중 2명은 세는 나이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팽팽한 미역국 나이보다는 느슨한 떡국 나이가 살갑고 그리 쓰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떡국 나이가 더 한국인다운 것 같다. 문제는 나이를 미역국으로 먹든 떡국으로 먹던 나잇값을 제대로 하느냐가 문제다.
우리는 해마다 생일 나이든 떡국 나이든 어김없이 나이를 먹어 간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막을 수 없는 운명이다. 누구의 노래처럼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다. 인간들은 막무가내로 가는 세월 잡으려 하고 오는 세월 막으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잣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잡고 막은 세월의 시간을 요양원에서 보낸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냥 가는 세월 잡지 말고 오는 세월 막지 말자. 그냥저냥 나무가 나이테 먹듯이 자연스럽게 살다 보면…….
어쨌거나 우리는 떡국 나이도 먹고 미역국 나이도 먹으며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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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떡국 나이와 미역국 나이.
둘 다 싫습니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나이가 딱인데 요샌 또 바뀐다고 하니,ㅎ.ㅎ.
몇 살 입니까?
예, 70살 11개월 20일 되었습니다.
이게 정확하죠.
ㅎ.ㅎ.
고무줄 나이, 나이롱 나이. 저는 6.25
때 호적이 불타 고무줄 나이가 되었습니다. 군대 늦게. 가라고 아버지께서 형제들 나이를 다들 두 살씩. 줄였습니다. 그래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떡국 나이가 좋습니다. 잰나비 띠.
@너나들이 아이구 2년이 어디입니까?
부모님께 감사해야죠.
오늘도 화기애애하시고 건강하십시오.
떡국을 먹지 않아도 공짜로 나이가 먹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하는데 ?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합니다.
이즘 국가에서 벌이는 포퓰리즘도 공짜 표 구걸이지만 그 대가는 후손들이 질 것입니다. 남미 국가에서 벌어지는 공짜주의는 결국 국가 거지국가로 전락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너나들이 그래요.
자본주의 국가의 제일 무서운 허점.
엄청 나쁜 독재자가 나와도 당장 어떻게 해 볼 수 없다는 것.
베네수엘라 보십시오.
한방에 가는 것을.
다 복지니 뭐니 하는 계획없는 포플리즘을...
거지국 되기 전에 우리나라도 어떻게 되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ㅎ.ㅎ.
공감이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형님, 적잖이 고민됩니다.
우리나라가 다음 순번일까 보아서요.
우리나라는 괞찮겠죠.
ㅎ.ㅎ.
오늘도 건강하십시요.
그런데 한국은 눈 먼 돈이 그리도 많은가 봅니다.
나에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데 말입니다.
거대한 비리는 각 방면에 카르텔을 만들고 이권차지하기에, 교육, 노동, 시민활동, 산업, 정치 ᆢ ᆢ
long time no see.
낙엽을 주워보니 세월이고
지나간 것은 추억이더라...
낙엽 한 장에도 1년의 나무 생애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 장의 낙엽이 떨어니는 것을 보고 가을이 운 것을 안다고 하듯이ᆢ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