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GDP 18년만에 대만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한국을 추월했다. 대만은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경제부 통계처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2811달러(약 4400만 원)로 한국의 3만2237달러보다 많았다”며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선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통계처는 “대만과 한국은 인구 밀도, 경제 개발 모델, 산업 구조가 유사하다”며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우위와 기업들의 능동적인 변화를 통해 최근 10년간 연평균 3.2%씩 성장해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2.6%를 앞섰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경제 역전은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차이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처에 따르면 대만 GDP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9.1%에서 지난해 34.2%로 5.1%포인트 늘었다. 반면 한국은 27.8%에서 25.6%로 오히려 2.2%포인트 줄었다.
대만, 반도체서 ‘초격차 경쟁력’… GDP 韓추월 발판
1인당 GDP, 한국 추월
TSMC 파운드리 세계 점유율 59%
“새로운 산업-기술기업 육성 시급”
그중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8.5%에 달한다. TSMC의 시가총액은 약 4372억 달러로 이미 2019년 말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지난해 대만은 글로벌 시총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에 TSMC를 비롯한 자국 10개 기업의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3위) 등 3곳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대만의 고정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5.7%로 한국(2.8%)의 두 배 수준이었다. 통계처는 “지난 5년간 대만은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투자를 늘려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지난 10년간 대만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4.6%로 한국(2.2%)은 물론이고 전 세계(3.0%) 증가율보다 높았다”고 했다. 대만은 지난해 51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반면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의 여파로 478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대만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3만3565달러로 20년 만에 한국(3만2661달러)을 앞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 경제가 대만을 다시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등 핵심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미중 갈등 탓에 대중 수출이 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동안 반도체 등의 수출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기술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