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아내의 모든 것 스포주의!!!!!!!!!!!!!
보시지 않은 분은 스킵해 주십쇼!!!!!!!!!!!!
※ 영화 감상은 블로그에 일기의 느낌으로 쓰는 지라, 반말체 양해 부탁 드립니다.
하도 재밌다재밌다 얘기들을 많이 들은지라 기대가 된 게 사실이었다.
재밌다는 평의 대부분은 류승룡이 연기한 카사노바에 대한 얘기들이었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날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 건 사실 이선균이 연기한 남편의 모습이었다.
와 썅.
내가 여태껏 봐 왔던 영화들 중에 이것처럼 남자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제대로 표현해 낸 영화가 있었던가???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그 사랑이 서서히 식어가는 과정들.
식어버린 감정을 견디다 못 해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막상 염원했던 이별이 한 발자욱 앞으로 다가오자, 다급한 모냥새로 거짓말처럼 되살아나는 사랑.
그래, 여자들이 봤을 땐, 찌질하다면 찌질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근데 만약에. 가감없이
이게 바로 보통 남자들의 모습이다라고 한다면 어떨까?
phase 1) 사랑에 빠지다.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만나게 돼 영광입니다. 제가 밥 살께요.
영화에서조차 이 부분들은 포옹, 키스, 스킨쉽 등등의 장면들을 빠르게 편집하여 후딱 넘겨 버리지.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이별에서 사랑이 되살아나기까지의 (현실적인) 과정에 있으므로,
남녀의 알콩달콩 (비현실적) 러브러브를 보고 싶은 자들은 과감하게 본 영화를 스킵해도 좋으다.
phase 2) 사랑이 식다
솔직히 말해서 이 여자 피곤하다.
이 정도면 진상 급이다.
영화 초반부를 보고 있노라면, 남편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화장실까지 따라오질 않나.
옷은 아무데서나 훌렁훌렁 벗고, 방구 뿡뿡
끊임없는 불평, 불만, 독설.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제 할 말은 다 하고 마는 불같은 성격에..
남편이 지긋지긋해 할 만 하다라는데 100펄센트 공감했다.
나라도 그럴 테니까.
근데, 재밌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한텐 '이혼'의 ㅇ자도 꺼내지 못 한다는 거다. 도대체 왜?
『감히 말하지 못 하겠다. 도저히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
당췌, 이 심리는 뭐야?
죽도록 헤어지고 싶으면서, 헤어지잔 말을 왜 못 해?
그러니까.
나쁜 사람 되기도 싫고, 아내 성격 상 뭔가 지랄맞은 사건을 벌일 것 같기도 하니 그저 두려운 거다.
(그래, 맞다. 찌질하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다.)
극 중 아내는 남편 때문에 친정과도 거의 의절하다시피 했고,
친구들도 그닥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사회 생활 역시 않는 가정주부다. 즉,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거의 모든 것인 여자인 거다.
남편도 그걸 알고 있다. 아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이 아내에게 어느 정도로 중요한 존재인지.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아내를 "버리게" 되는 그 상황이 몰고 오게 될 후폭풍이 무서운 거다.
또한, 아내에게 나는 없어선 안 될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이율배반적으로 더 큰 중압감, 부담감을 느낀다.
벗어날 수 없고 탈출하면 안 되기에, 더더욱이 벗어나고 싶어하고 탈출하고 싶어한다.
키스도 마지 못 해 쪽만 하게 되고, 아내와의 섹스는 일종의 세금처럼 되어 버렸다.
직장상사와 동료에게 무릎을 꿇어가면서까지, 지방 발령을 받고 싶어한다. 그저 어디든
도의적으로 욕먹지 않고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도망가고 싶은 거지.
근데, 그게 불가능하단 걸 알게 된 거야. 아내가 지방까지 따라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남편 입장에선, 한 마디로 감옥인 거지. 자기는 죄수인 거고, 아내가 바로 간수인 거야.
phase 3) 사랑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
천재지변 급 카사노바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는 솔루션이란,
천재지변 급 이벤트가 일어나서 그녀가 날 먼저 떠나가는 것 뿐.
여기서 말하는 천재지변 급이란, 상대방이 절대로 자신의 탓을 할 수 없는, 즉, 자신은 이별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상황에 의해 헤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 부분이 바로 영화의 백미다.
천재지변 급 카사노바의 등장
카사노바의 등장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지고,
한 남자의 사랑-이별 행로가 드라마틱하게 전환된다.
카사노바 등장의 포인트는 아래의 세 가지다.
==============================================
① 라디오 게스트로서의 폭발적 인기와 전설적 카사노바로부터의 고평가가
남편으로 하여금 자신의 아내를 다시 보게끔 만들었다. [평가 상향]
② 남편은 아내의 인생에서 일(라디오 게스트)과 카사노바(천재지변 급 사랑)로 인해 자신의 비중이 점점 작아짐에 따라,
왠지모를 상실감과 함께 아내를 진짜로 잃을 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을 느끼게 되었다. [감정의 재 태동]
③ 사회 생활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썸씽이 아내 자체를 변화시켰다. [사람 자체의 긍정적 변화]
==============================================
남편 입장에선,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독설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크나큰 매력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고,
전설적 카사노바조차 정신못차리게 만드는 내 아내란 사람.
난 아내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이 상황은 뭐지?
내 아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었단 말야???
한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평가가 F에서 A+로 수직상승하게 되는 이 웃지 못 할 시나리오.
전설적 카사노바란 존재 자체는 과할 정도로 픽션덩어리나,
그로 인해 벌어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 및 사건의 면면들은 불편할 만큼 현실적이다.
맨날 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불평불만만 해대고, 날 못살게만 군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이젠, 집보단 밖에 있는 시간, 나 말고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주위 사람들 모두 아내를 칭찬하고, 이건 뭐 카사노바란 시키조차 아내한테 빠져 허우적대고,
설정이야 다소 억지스럽지만, 중요한 건.
상황이 바뀌니까, 한 사람에 대한 한 사람의 시선이, 평가가, 감정이 180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
이걸 아주 레알리틱하게 잘 구현해 냈다는 거다.
이건 마치, 너무 오랫동안 함께였기 때문에 이제는 싫증나버린 그래서 방 한 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장난감을
친구들이 놀러와서 와 이거 뭐야 엄청 멋지다 엄청 좋다 하며 서로들 가지고 놀며 신나하니까,
야 이시키들암, 다 꺼졍, 이거 내가 쩰 좋아하는 거란 말얌
이라며 다시 뺏어드는 한 심통맞은 아이의 모습 같은 거랄까..
찌질하지만 현실적이다. 아님,
현실적이기에 찌질하다고 느껴지는 걸까.
phase 4)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다.
저기요, 제가 다시 한 번 밥 사 드릴께요.
애니웨이, 어찌됐건간에, 상황은 변했고,
자연스레, 상황이 변하자 사람도 변했다.
둘 다 변했다.
남편은 아내의 가치를 재삼 확인하게 됐으며,
아내 역시 잊고 지냈던 자아를 다시 한 번 꺼내 들게 되었지.
심리학 이론 중에, "최소관심의 원칙"이란 게 있다.
Cf) 최소 관심의 원칙(Principle of Least Interest)
관계에서 덜 의존적인 파트너가 상대적 강자가 되는 경향성을 일컫음.
이 말인즉슨, 관계에 더 의존적일 수록 상대적 약자가 된다는 뜻이고,
그렇다는 것은 곧, 파트너로부터 덜 매력적으로 지각된다는 의미이다.
남자들은 말한다. 물고기(상대적 약자)는 손에 잡히면 끝이라고.
여자들이라고 다를까. 착한 남자(상대적 약자)는 재미없다고 말하잖아.
그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카사노바란 변수로 인해,
아내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탈의존을 넘어선 독립을 시도하고 있었고,
그런 아내를 보며, 되려 아내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 남편 쪽이 상대적 약자로 변모되고 있었다.
카사노바를 시켜 아내를 유혹하게끔 만든 중죄를 저질러놓고서도,
상황이 바뀌니까 뻔뻔스럽게 너 없음 못 살겠다며 아내를 붙잡으려 하는 것이다.
찌질하다. 확실히 존나게 찌질한데,
돌이켜 보면, 내 사랑도 언제나 찌질했다.
그래서 보는내내 공감되는 한 편 불편했던 걸까.
phase ?) 물음표
헤어져보니 알겠더라. 그녀가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그 땐 구속이라 여겼었는데, 그게 나를 향한 사랑과 애정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진부하고, 통속적이다. 혹자들은 찌질하다고도 한다. 근데 확실히,
현실적이다.
대다수 남자들의 사랑 과정이 저런 모냥새를 취하고 있음은
대중가요 가사를 한 번 쭉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봐도 우리 남자들 사랑과 이별 얘기는 매양 저런 식으로 어느 정도까진 찌질하다.
위의 장난감 예시를 봤을 때, 그게 애라고 하면 그냥 아 저 시키 저거 심통부리고 있네라 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근데,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성인이다.
나를 위해 전부 다 주는 모습들에, 나에게 한없이 기대고 의지하려는 모습들에,
상대적 강자가 된 듯이 의기양양해 하면서, 점점 그녀가 손에 잡힌 물고기마냥 별 거 아닌 존재처럼 느껴지다가도,
상황이 바뀌어, 이 여자가 내 손을 벗어나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잘 나가고 행복한 것처럼 보이면,
속에서 뭔가 불길이 확하고 치솟아 오르면서, 그걸 다시금 사랑으로 재정의내린다.
열렬히 사랑하다, 완전 내 거라 여겨지면 식어, 그러다 내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부터 다시 열렬히 그리워져.
보기만 해도 찌질스런 과정인데, 막상 대 놓고 욕은 못 하겠는 것이,
나도 저랬거든. 그저 내 얘기 보는 것만 같아 얼굴이 화끈거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영화를 봤거든.
..
영화에서 결국, 남편과 아내는 이혼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남편은 처음처럼 아내가 사랑스러워졌고,
아내는 그 사랑이 괘씸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아내 심리는 모르겠다. 그런 찌질한 시키를 용서하는 여자 심리란 건 뭘까.
그들이 끝까지 행복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남편의 러브스토리란 것이, 카사노바의 등장(비록 의도된 것이라 할 지라도)으로 인해 급반전되었듯이,
살면서 또 한 번 그런 식으로 상황이 바뀌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영화는 기껏해야 두 시간이니까,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담아내지 못하니까.
그 이후엔, 사실 똑같은 문제로 다시 한 번 남편이 절규할 수도,
아님, 똑같은 문제로 이번엔 아내가 도망치려 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나보고 낭만과 순수함은 혹시 개떼한테나 던져준거니 라고 물어본다 한들 어쩔 수 없다.
사랑이 한없이 좋을 때나 로맨스인 거지, 나쁠 땐 어김없이 쓰레기틍에 휙 하니 던져지기도 하고,
그게 운 좋게 재활용 쓰레기통이었음, 다시 한 번 사랑으로 부활하기도 하고.
이런 걸 찌질하다며, 거지같다며, 사랑이 아니라 한다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이(특히, 남자들이) 가짜 사랑을 하고 있는 거고,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이거나, 아님 진짜 사랑이라는 것은 판타지에 불과한 거거나.
정말, 여러모로 사랑이란 물음표인 듯 하다.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저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한국남자들의 패턴을 양극단으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영화보고 진짜 너무너무 공감되서 미쳐버릴 거같았던 기억이 나네요. 초반에 이선균 모습이 딱 내 모습이였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느끼게 되는 미안함도, 다시금 타오르던 감정들도. 사랑하면서 권태로움을 느끼는 커플들이라면 너무 공감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선균 별로 안 좋아했는데 류승룡의 에드립 연기들을 능숙하게 자연스럽게 받아서 연기하는 거 보고 갑탄하기도 했습니다..아무래도 홍상수감독과 작업을 많이해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뛰어난 듯
정말 언제나 읽을 수록 글 참 잘 쓰십니다. 잘 읽고 공감하고 갑니다~
극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스토리 진행도 깔끔했으며 결말도 전 좋았습니다 ㅋ 작년에 본 한국영화 중 대중성으로 최고의 수작으로 기억되네요 ㅋ
멋진글이네요.乃
대박!!!!
눼엡! 맞아요...아직도 사랑이 어려워요..ㅜㅠ
이 영화 제 인생에 꼽히는 영화로 자리잡았어요. 여자인 저도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했지요-!
무명자님글은 항상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전 작년에 본 영화중 재미없는걸로 세손가락안에 들어요. 이 영화...ㅋ
이런거였군요. 무명자님이 설명해주신 이 영화.. 제가 영화속 카사노바가 되었던거네요ㅎㅎ 카사노바라고 하기엔 전 엄청 순수한 사람이고 사랑을 했었지만.
극장에서 보긴 좀 그래서 기다렸다 케이블로 봤는데, 많은 부분 공감했지만 못 보겠다 싶을 만큼 오글거리고 찌질하고 짜증나는 장면이 심심찮아 혼자 몸 베베 꽈가며 내면적 스펙타클(?)을 느끼며 본 영화였습니다.ㅎㅎ 극장 안가길 잘 했단 생각을 했구요.(영화는 나쁘지 않았지만...) 홍상수 영화와 일정 부분 닿아 있어 보이더군요. 사람이 심기가 불편해 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치부나 어두운 면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보게 될 때 입니다. 자신의 과거사 혹은 현재 가지고 있는 불편함이 투사된 모습을 보면서 오그라드는거죠. 찌질한 이선균, 오버하는 유승룡을 보면서 두 가지의 다른 면에서 심기가 불편하더라구요
진정 태어날 때부터 가진 성격이 천성적 쿨가이가 아니라면(혹은 그렇더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 남자들 다 공감하는 부분 있죠. 건축학개론의 찌질한 이제훈/엄태웅을 보면서 느끼는 것과 같이. 한편으로는 찌질한데, 벗어날 수 없는,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고도 생각되어집니다. 일생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찌질함의 기억이랄까. 여튼 저는 이런 류의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는 편입니다. 찌질해서 보고 있기 힘든데, 통속적 본성인 것 같아서, 보다 보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ㅎㅎㅎ 무명자님 좋은 글에 여러 가지 생각하다가 갑니다.
임수정이랑 사는데 이혼을 한다는게 제 기준에선 현실성이 너무 없어요....
얼굴만 뜯어먹고 결혼생활하는게 아니니까요
천하의 한가인도 지겨워질 수 있는게 결혼이죠. 기혼자 생각 ㅎㅎ
임수정 징징 거리는 목소리 영화 보는 내내 짜증나던데요~저 같아도 미칠 거 같겠더군요~
정말 재미있어요 이 영화 ㅋㅋ
여자친구가 꼭 같이보재서 봤는데. 위험했던 시기를 이 영화덕에 넘긴것 같네요. 이제는 제가 상대적 약자가 되어가니^^;;;
음... 많은 호평을 받고 공감을 받는 영화였군요....개인적으론 전혀 공감하지 못했고 재미도 없었던 그런 영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직 못본 영화인데 글만봐도 재밌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