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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주교 가천성당 원문보기 글쓴이: 막시밀리안
“구제역, 소박한 밥상과 농업으로 막을 수 있다” | ||||||||||||||||||||||||||||
가톨릭농민회 임봉재 회장 '촛불평화미사'에서 강연 도시소비자와 농촌생산자의 연대 강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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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이 고기 먹는 것을 밥 먹듯이 합니다. 모임을 한다고만 하면 고기 먹으러 갑니다. 우리가 밥 먹듯이 먹는 고기 식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공장식축산을 막지 못합니다. 공장식축산을 막지 못하면 구제역 역시 막지 못할 것입니다.” 2월 12일(토) 오후 5시 서울 명동 전진상교육관에서 열린 ‘촛불평화미사’에 강연자로 나선 가톨릭농민회 임봉재 회장은 구제역을 막으려면 생명과 건강을 추구하지 않고 맛만을 추구하는 밥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천주교를 비롯한 5개 종교단체가 “반생명문화에서 벗어나 생명존중문화로 나아갑시다”라며 성명을 발표하고 실천방안을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임봉재 회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결국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며 “나부터 소박한 밥상을 차려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환경문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맛집 찾아
구제역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은 공장식축산이 밀집된 지역이다. 임봉재 회장은 공장식축산으로 사육되는 소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구제역이 쉽게 확산한다고 지적한다. 도시소비자들이 고기를 많이 찾는 상황에서는 공장식축산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임 회장은 소비자들이 “연한 고기가 아니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거친 고기를 먹고 건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봉재 회장은 그래서 정부의 제대로 된 대응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밥상문화가 함께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찾아 따라다닙니다. 매스컴에서 맛집으로 광고하면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자동차를 타고 찾아가서 먹습니다.”
임 회장은 맛있는 것만 찾는 밥상문화가 자연을 망치고 인간의 몸까지 망친다고 지적했다. “맛있는 고기만 찾지 말고, 건강한 고기를 찾아 먹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고기는 질기다. 공장식축산이 뭐냐면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니까 그거 못하게 좁은 곳에 대량으로 몰아놓고 먹이기만 한다. 그런 고기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고지혈증,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더 나아가서 “고기를 꼭 먹어야 하나? 필요하면 명절이나 생일, 축일 때나 조금 먹으면 된다. 고기는 별미로 조금 먹자”며 고기 소비를 줄이자고 주장한다.
면역력 강한 소규모 축산 소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의 쌍호분회와 온혜분회는 도시본당과 ‘소나눔’을 한다. 도시소비자들로부터 입식자금을 받아 송아지를 사서 3년간 기르고 다시 소비자들에게 고기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들은 공장식 축산과 달리 사료를 사서 먹이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접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은 부산물로 사료를 만들어 먹이기 때문에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같은 첨가물이 없다.
게다가 공장식 대규모 축산으로 길러지는 소들이 운동할 공간이 거의 없는 데 반해 안동가농 회원들이 기르는 소는 넓은 공간에서 자라기 때문에 햇빛도 많이 받고 운동량도 많아 면역력이 높다. 실제로 안동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이들이 기르는 소는 구제역 발생률이 낮았지만, 500미터 반경 모두 살처분이라는 초기 대응책 때문에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소들도 살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임봉재 회장은 “구제역은 사실 인간이 걸리는 감기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인간이 감기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매장당하지는 않는다. 나도 지금 감기에 걸렸는데 이를 다행이라 해야 할지.....”라며 농담을 던졌다. 옛날부터 있었고 치료할 수 있는 구제역이 지금 이렇게 문제가 되는 것은 대규모축산 밀집지역에서 구제역이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구제역이든 조류인플루엔자든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규모축산에 있다고 강조한다.
구제역 확산 책임은 정부의 초기대응 미비
11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대로 경상북도 안동지역에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다. 임 회장은 그때부터 약 석 달간 농민들은 유배지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전한다. 자식 같은 소와 돼지들이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며 땅속에 파묻히는 모습을 본 농민들은 자신들도 같이 묻어달라고 애원한다.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농민들은 바깥에 나가지도 못한다. 새로 농사를 시작하려고 장터에 나가고 싶어도 나가질 못 한다. 이번 설 명절은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까지 못 오게 하고 쓸쓸하게 설을 보낸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구제역 발생으로 농민들의 경제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매우 크다. 임 회장은 초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 큰데도 책임을 농민에게 돌리는 행위를 한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구제역을 도둑으로, 농민을 도둑잡지 않는 집주인으로 욕한 것이다. 임 회장은 구제역 확산의 책임은 명백히 정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청정국 지위를 지키려고 백신을 놓지 않다가 구제역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애써키운 가축의 살처분에 쉽게 협조하지 않는 농민의 마음을 도덕적 해이로 몰아붙이는 것에 임 회장은 분노했다.
농민 천대, 식량위기로 이어져
농민들은 갈수록 오르는 원자재 값과 기후변화로 농사를 짓기 어렵다. 구제역 확산의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정부, 보기 좋고 값싼 수입농산물만을 찾는 도시소비자들도 농민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에 임봉재 회장은 우리나라 정부와 소비자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수입쌀을 더 찾는 편이다. 임봉재 회장은 "경제적 가치만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건강과 생명의 가치를 보고 우리 농민이 정직하게 무농약, 유기농으로 지은 쌀을 먹어달라"고 청한다. 임 회장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판매하는 쌀이 10kg에 3만 5천 원 정도 하는데, 1년에 쌀값으로 35만 원 정도 들어간다”며 “우리 농민의 얼굴을 걸고 쌀의 생산과정이 공개된 쌀을 1년에 35만 원 주는 것이 비싼 것이냐”고 되물었다. 80년대 쌀자급률 100%였던 필리핀과 아이티가 쌀개방으로 말미암아 기아에 허덕이는 예를 들며 임 회장은 정부의 쌀개방 정책을 비판했다. 국민이 나서서 정부에 우리 농업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하고, 스스로 우리 쌀을 먹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급등하는 국제곡물가를 볼 때 돈이 있어도 식량을 수입하지 못할 때가 올 것이라고 임 회장은 경고한다.
강연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는 참가자들을 '7천 원에 맥주 무제한, 방송국 맛집 선정' 등의 광고판들이 둘러싼다. 한 걸음만 나서면 건강에 좋지 않고 자연을 파괴하는 화려한 외식문화가 우리를 유혹하는 것이다. 한 참가자가 “명절 때 조금 먹는 고기가 더 맛있지, 이제 고기 먹으면 안 되겠다.”라며 뒤풀이 문화도 바꾸자고 제안을 하고 모두가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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