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1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는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내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게 한 사람, 강원도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한 사람, 바로 조일현의원이다.
그날 쌀 관세화 10년 재유예 연장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비준안이 상정되자 반대의원들은 단상을 점거했고 토론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밖에서는 격렬한 농민시위가 벌어지고 비준안을 반대한 동료의원이 26일이나 단식을 하는 상황이었다. 누구도 나설 수 없는 긴박한 시간에 농부의 자식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이 농부인 조일현의원이 그야말로 자박자박 걸어 나와서 마이크도 없이 찬성토론에 나섰다.
본회의장은 일순간 조용해졌고 `죽을 힘으로 삽시다'라는 조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일제히 함성이 터졌다. 그리고 비준안은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국익을 위해 조금도 주저하지 않은 용기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것도 여섯 번 출마에 네 번이나 낙선하고 온갖 고생을 몸으로 겪은 분이 낙선을 각오하도 발언하겠다고 했을 때 코 끝이 찡한 의원이 한 두 분이 아니었다.
조일현의원의 연설을 듣는 순간 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아직 감자를 못 팔아 발을 동동 구르는 농가들, 1개 면에 1년에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농촌의 오늘날의 현실, 산 밑 외딴집에 혼자 살아가는 노인, 경로당이라곤 다 찌그러졌고 그 안에 힘없이 계시는 분들, 어렵고 힘든 농촌. 무엇보다도 횡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키운 아버지 어머니가 1달 전에 서울에 오셨는데 두 분 다 디스크였다. 요즘 침을 맞으러 다니던 두 분 모습도 함께 오버랩됐다.
죄가 있다면 농촌에서 태어난 죄, 죄가 있다면 뼈 빠지게 농사지으며 자식 뒷바라지한 죄, 죄가 있다면 농촌을 못 떠나고 오늘도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다는 죄. 연설을 들으며 내 지역구에서만이라도 반드시 어려운 농민들을 살려내고야 말 것이라는 결심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나는 농촌과 농업 혁명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 서울대 농생대 R&D센터를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R&D센터에서 현재보다 10배 더 받을 수 있는 농업기술을 농민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둘째, 풀무원은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다. 순창 고추장은 매출액이 2,500억원이다. 청국장이 40억원대 시장에서 다이어트식품이 되면서 1,000억원대 이상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정선 메주와 첼리스트가 청국장으로 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영월 서면의 낫도(納豆)는 없어서 못 팔고 있다. 강원도 농민이 풀무원 같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두부 한 모에 4,000원짜리를 만들어내야 산다. 그런 면에서 백두대간 농업공동사업법인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셋째, 도와 군의 농정국과 그리고 농협, 농업기술센터가 현재처럼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시스템이 돼야 `농정'이라는 것이 가능하다.
넷째, 강원도가 1년에 쓰는 축제 예산이 100억원 가량 된다. 또 이외에도 강원도 이미지 광고에 돈을 쓴다. 이 돈을 줄이고 다른 예산을 확보해 강원도가 생산한 농산물, 가공식품을 광고해 주는데 써야 한다.
다섯째, 농민단체, 농협에서 내년도 지자체선거에 그들의 후보를 여야 가릴 것 없이 내고 지지해서 농민을 살릴 수 있는 그들의 세력을 의회에 보내 도로보다는 학교, 다리보다는 농업지원에 쓰여지게 해야 한다.
여섯째, 국민은 우리 농촌의 어려운 실정에 함께 아파하는 마음으로 우리 농산물을 사랑해야 한다. 강원농협이 원산지표시운동을 선도했고 법도 통과된 일은 이미 있는 결과이다.
세상은 미치도록 노력하는 사람에 의해 바뀐다. 그저 그렇게 해선 안 바뀐다. 우리 농촌과 농업과 농민을 위해 미치도록 함께 일해 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국민 여러분, 그리고 `조일현의원님 힘내세요'라고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