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산에 가시 도드라진 두릅나무 통통하게 살찌워진 두릅이
꼿꼿하게 홀로 서서 기다리네
엄나무순 따려다 가시에 찔려 아야 절로 비명 소리 터지네 뜨겁게 끓인 물에 데치면 샛파랗게 선명한 엄나무순
산언덕에 납짝 엎드린
취나물 뜯으려다
주르륵 미끄러지고
한 배낭 채우려면 해 넘어가겠네
두릅 엄나무순 취나물
봄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껏 꾸미고 들뜬 마음으로 세친구 만나러 간다
문정애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은 작품들이 투고돼 반가운 심정이다.하지만 좋은 작품 가운데서 한 편을 고르는 일은 살짝 괴롭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 세계틀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준이 고르고 하나같이 특색 있는 작품 중에서 계절감을 고려해 문정애 님의 <산나물>을 뽑는다. 실상 이 작품은 특별한 소재를 다룬 것도 아니고 또 표현법이 유난히 탁월한 것도 아니다 일상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이지만 그 안에 인간 공통의 감동이 숨어 있다 특히 이작품에는 환희가 있다. 환희란 그 안에 좋은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어 인간을 살리는
감정이다 새로 오는 봄과 같은 감정인 것이다 이런 감정으로 시를 쓰면 그 시를 쓴 본인만 축복을 받는 게 아니라 시를 읽는 사람에게도 축복이 찾아가게 돼 있다 그렇다.이번 호에는 봄이 와 기쁨에 부푼 한 시인과 함께 우리도 환희를 만나 보아야할 차레다
나태주 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