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너무 오래 누웠던 탓일까?
허리가 아파 잠 자지 못하고 뒤척거리다가
뜨끈뜨끈한 온돌이 아쉬워서, 잭슨이 필리핀으로
출발하기 전에 건네 준 전기장판이 문득 생각나기에,
5층으로 올라가 박스를 열고 꺼내어 펼쳐보았더니
장판도 전기담요도 아닌 온수매트가 나왔다.
난생 첨 보는 거라 뒤적거리다가 더운 물을 채운 뒤에
전기코드를 연결해 보았더니 온수보일러 효과가 있어서
38℃에 맞춰 누우니 등이 따뜻해졌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고 낮에 잊었던 일들이 떠오르기에
204호에서 한사장이 개 밥그릇으로 사용하던 사기그릇을
비우고 할매가 깨놓고 미처 버리지 못한 사기조각을 봉지에
담아 아파트 분리수거시 매립용부대에 배출하러 차에 실었다.
102호가 다녀가면서 버린 핸드폰회사 로고가 찍힌 간판을
버리려고 들어 보니 종이가 아닌 금속제 간판이기에, 분리수거용
비닐봉투의 바람막이로 사용하고자 안쓰던 힘을 무리하게 짜내어
펜스와 철망울타리 사이에 끼워 두었는데 어깨가 괜찮을지 모르겠다.
이어서 102호에서 버렸을 박스와 스티로폼을 다리 위로 배출했는데,
가게 앞에 사무용 의자와 리크라이너를 내놓은 건 어찌할 수 없으므로
당분간 그냥 방치해두기로 하였으며, 102호가 개점할 때까지 누군가가
집어가지 않으면 다리 위에 딱지를 붙여 배출토록 안내해 줘야겠다.
아까 피씨방의 전기요금청구서를 보니 일반용으로 바꿔 요금이 줄긴 했으나
변경 이전에 발생한 주택용 요금에 누진이 붙어서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이
청구되었었는데, 전달의 요금이 연체되어서 부담스러웠던지 오늘은 매일처럼
켜져있던 간판의 등이 꺼져있었다.
아무쪼록 이들의 영업이 꾸준하게 잘 진행됨으로써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소중한 이웃으로서 오래도록 잘 지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