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설마,설마했는데…, 오 시장이 뉴타운 지정 시기를 아예 2~3년 뒤로 못박아 버렸으니 실망 매물이 나오고 호가도 빠지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됐던 강북구 미아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모씨는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재개발 지분 거래가 뜸했는데, 서울시의 4차 뉴타운 지정 유보 결정으로 매수세가 완전히 끊겨 거래도 실종될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차 뉴타운 지정 시기를 2~3년 정도 늦추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의 부동산시장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각종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지정’만 바라며 버티던 매도자들은 호가를 내려 물건을 내놓아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속을 태우는 분위기다.
특히 3차 뉴타운에서 탈락했던 지역의 경우 4차 뉴타운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혀 올해 초까지 노후 다세대.다가구주택 가격이 평당 수백만원씩 급등했던 터라 충격파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시장 침체 영향으로 1차 뉴타운 지역 아파트 값도 올 들어 주춤하고 있는데, 단순히 뉴타운 후보지로만 거론됐던 지역은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차 뉴타운은 2~3년 뒤에나 지정 계획”
오 서울시장은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뉴타운이 적어도 50% 이상 진척된 2~3년 후에나 4차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포함)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올 1월 “뉴타운 추가 지정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4차 뉴타운지구 지정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당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각 일선 구청으로부터 후보지 신청을 받은 뒤 올 상반기 중 4차 뉴타운을 일괄 지정할 방침이었다.
서울시가 지금까지 발표한 뉴타운은 모두 26곳으로, 2002년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돼 가장 빠른 사업 속도를 보인 길음뉴타운만 70% 가량 준공된 상태다.
2005년 말 지정된 3차 뉴타운의 경우 주민공청회까지 완료된 곳은 신길 뉴타운 1곳뿐으로 전반적으로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그동안 뉴타운 개발 기대감에 투자 열풍이 일었던 곳은 용산구 서계ㆍ청파ㆍ원효로 일대와 성동구 성수동, 강서구 화곡동, 도봉구 창동, 강북구 미아ㆍ수유동 등이다. 이들 지역은 지방자치단체(구청)가 뉴타운 추진에 적극 나섰거나 3차 뉴타운 선정에서 탈락한 곳 들이다.
시장 침체에 지정 연기까지…“엎친데 덮친 격”
지난해 말 3차 뉴타운에서 탈락했던 곳은 ▶강북구 미아1ㆍ2ㆍ8동,수유 1동 ▶강동구 천호1ㆍ3동 ▶구로구 구로본동,구로2동 ▶노원구 월계1ㆍ4동 ▶성동구 성수1ㆍ2가동 ▶도봉구 창2ㆍ3동 등이다.
이런 지역들은 3차 뉴타운 지정 탈락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4차 뉴타운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감 때문에 호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 거래 면적이 6평을 초과할 경우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는 반면 이곳은 거래가 자유로워 투자자들의 입질이 잦았다.
하지만 이번에 오 서울시장이 뉴타운 지정 시기를 “적어도 2~3년 뒤”로 못박으면서 이들 지역 부동산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호가를 낮춘 매물이 가끔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말 개발 기대감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렸던 것과는 딴판이다.
4차 뉴타운 유력지로 꼽혔던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벌써부터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 일대 지분 호가는 최근 한달 새 평당 100만~2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일부에선 평당 300만원이나 낮춘 급매물도 가끔씩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 그렇지만 개발 기대감도 여전해 호가를 낮춘 매물은 많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곳 20평짜리 연립ㆍ단독주택의 경우 평당 2000만원, 10평 미만의 소형 신축 빌라는 지난해 말까지 호가가 평당 500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었다.
성수동 P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영향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상태였는데, 서울시장의 이번 방침으로 엎친 데 덮친 꼴이 됐다”고 말했다. 뉴타운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매물이 더 늘어나고,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성동구 금호ㆍ옥수동 일대 재개발시장 분위기도 얼어붙고 있다. 100㎡(30평형)대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는 단독주택 지분 값은 3억5000만원선(추가 부담금 제외)으로 한달 전보다 2000만원 가량 호가가 내렸다.
기대 컸던 만큼 호가 더 내릴 듯
강서구 화곡2ㆍ4ㆍ6ㆍ8ㆍ본동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강서구청장이 지난 지방선거 때 “화곡동을 뉴타운으로 밀겠다”고 공약한 이후 개발 기대감에 투자 열풍이 거셌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주택 지분 값은 올 초 형성됐던 3.3㎡(평당) 1300만~1600만원 선(지분 10평 미만 빌라 기준)에서 호가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화곡동 LBA서울공인 관계자는 “서울시장의 ‘2~3년 뒤 지정’ 결정은 앞으로 2~3년 후 상황을 봐서 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어서 사실 언제 뉴타운 지정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뉴타운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호가가 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 압력을 강하게 받았던 용산구 서계ㆍ청파ㆍ원효로 일대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서계동 16㎡(5평)짜리 신축 다세대 주택 지분 값은 2억2500만~2억5000만원 선으로 지난달 초보다 2000만원 가량 내렸다. 용산구 한강로 신화공인 정훈 사장은 “올 상반기에 용산구가 서계ㆍ청파동 일대 일부를 포함해 약 6만2300평이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입질이 끊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매수세가 뚝 끊기는 등 관망 장세”라고 전했다.
강북구 미아동과 수유동 일대도 매수 문의가 끊겼다. 올해 초 4차 뉴타운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평당 1000만원이던 이곳 빌라는 한때 평당 300만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뉴타운 지정이 사실상 몇 년 뒤로 늦춰지면서 투자 열기가 싸늘히 식고 있다.
도봉구가 의욕적으로 뉴타운 개발을 추진했던 창2,3동도 시장 상황이 확 바뀌고 있다. 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시가 집값 불안을 우려해 아예 뉴타운을 더 이상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괴소문까지 돌면서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발 기대감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호가가 어느 정도 조정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동구 금호동 한양공인 최영순 사장은 “4차 뉴타운 지정이 연기된 것이지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