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가해 11월12일 주일 [(녹) 연중 제32주일]
[수도회] 주님을 맞이하는데 필요한 기름 -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 제1독서 지혜 6,12-16
○ 제2독서 1테살 4,13-18
† 복음 마태 25,1-13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열 처녀의 비유입니다. 신부의 친구들은 먼 곳에서 오느라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신랑을 밤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신랑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등불을 밝히고 나가 신랑을 맞으려
했지만, 일부는 등잔에 기름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까?
이렇듯이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주님을 영접하려면 늘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믿음이나 선행은 다른 사람에게서 빌리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늘 깨어 준비하는 마음은 회개하는 마음입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사소한 잘못을 뉘우친다는 것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그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변화되는 것입니다. 흔히
자신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세상에 대해 불평하며 세상이
바뀌기만을 기대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먼저 변해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변하지 않는 한, 세상은 끝까지 변하지 않고, 악에
물든 채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반면 내가 변하면,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달리 보일 것이 아닙니까?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주님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님께서는 언제나 계십니다. 나의 믿음과 상관없이 주님은 분명히
계십니다. 그러나 주님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의 삶은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늘 자신을 성찰하며 부족한 점을 찾아 이를 정화해
나간다면, 주님을 언제 어디에서 뵙더라도 기쁘게 영접하게 될
것입니다. (김준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매일 미사 -
◈ [인천] 넉넉한 기름을 준비할 기회
2017년 가해 11월12일 연중 제32주일
제1독서
<지혜를 찾는 이들은 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지혜서의 말씀입니다. 6,12-16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죽은 이들을 그분과 함께 데려가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 4,13-18
<또는 4,13-14>
복음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5,1-13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은 정말로 많습니다. 가정문제,
직장문제, 신앙문제, 이웃과의 관계문제 등등. 이렇게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싶습니다. 또한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많은 문제를 주셔서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하시는 것일까 라는 불평불만도 생깁니다.
두 개의 우리가 있습니다. 하나의 우리는 적정 수의 쥐를 넣고 풍족한
먹이와 적절한 온도, 습도 등 최적이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른
우리는 아주 많은 수의 쥐를 넣어두고 부족한 먹이를 주었습니다.
들쑥날쑥한 온도와 습도까지 생활하기 미흡한 환경이었지요. 그렇다면
전혀 다른 두 개의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쥐들 중에서 어떠한 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요? 당연히 불편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쥐였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을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불편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쥐가 스트레스는 받고 있지만
훨씬 더 건강하게 잘 자라더라는 것입니다. 이 실험 결과, 스트레스가
우리의 건강에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지요.
이 세상 안에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스트레스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요. 중요한 것은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불평불만과 함께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심하면
신체적 고통까지도 동반하게 된다고 하지요. 그러나 스트레스를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받아들인다면, 또한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하면서
지금이 상황에서 노력한다면 오히려 더욱 더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더욱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각종 문제들 역시 또 하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특별히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면 잘 준비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오히려
주님께 나아가는 통로가 되도록 긍정적인 마음과 사랑을 간직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슬기로운 처녀가 바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입니다. 솔직히 신랑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큰
스트레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신랑이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슬기로운 처녀들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기름을 준비했습니다.
이에 반해 어리석은 처녀는 지금 한 순간을 비추는 기름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장만 생각하면서 앞날을 대비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신랑이 왔을 때, 기름이 떨어져서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바뀌게 됩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의 오심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누군가가 도와줄까요? 아닙니다. 기름이 없다고
나누어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내어주지 않는 것처럼, 주님의 오심을
준비할 사람은 바로 ‘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단순히 나를 힘들게 할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주님의 나라에 들어갈 넉넉한 기름을 준비할 기회임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지금을 살아야 합니다.
꿈이란 자신과의 절절한 약속이며, 구체적이고 행동적인 약속이다
(최종택).
열 처녀의 비유를 생각해봅시다.
미래를 바라보세요.
어느 고등학교의 급훈이 인터넷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두 개의 관심이
가는 급훈이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30분 더 공부해라. 미래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
“잠은 죽어서 자라.”
이 두 개의 급훈 중에서 어떤 급훈을 아이들이 좋아하고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까요?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는 급훈이었다고 합니다. 둘
다 비슷한 내용인데 왜 그랬을까요?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는 급훈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죽어서 자라는
급훈은 지금 잠자지 말라는 것이므로 현재의 상황을 어둡게 한다는
것이지요.
미래를 바라볼 때, 똑같은 상황도 멋진 상황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바라보는 미래는 어떤 것입니까? 특별히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되는 주님의 나라에 들어갈 미래를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지금과 같이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지 않습니까?
또 혼인주례를 섰네요. 사진의 주인공은 어제 결혼한 신랑신부랍니다.
- 인천교구 갑곶 성지 조명연 마태오 신부 -
◈ [수도회] 주님을 맞이하는데 필요한 기름 -
기 경호프란치스코 신부
2017년 가해 11월12일 연중 제32주일,
지혜 6,12-16; 1테살 4,13-16; 마태 25,1-13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 25,13)
주님을 맞이하는데 필요한 기름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다고 하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우리는 늘 주님과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1테살 4,17). 또한 우리는
주님과 함께 다시 살아나리라는 희망 속에 살아갑니다. 주님과 함께
살고 죽는 것이 바로 우리의 희망입니다.
희망 속에 사는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곧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며,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역사 안에서 가르쳐 주신 말씀의 진리를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주님과 함께하길 희망하기에,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 항상 깨어서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오늘 제1독서 지혜서의 말씀처럼, 그런 지혜는 우리의 마음속 가장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날 수 있습니다.
삶의 목표는 우리가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죽기까지
하느님과 하나되기 위하여 얼마나 최선을 다하여 사는데 있음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열 처녀의 비유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신랑과 함께 잔치집에 들어가기 위한 기름을 준비하는 삶입니다. 우리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려면 율법 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이 생각하는
의(義)보다 더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여 의를 실천하고, 오실 주님을
언제든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처지는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와 비슷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 들어가기 위해 우리 각자가
준비해야 할 기름은 무엇일까요?
등잔은 하느님께서 보기에 참 좋은 존재로 지어주신 나 자신입니다.
세례 받았다는 사실이나 서약했다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기름은
주님께 대한 갈망이요 희망입니다. 기름은 주님의 자비요 사랑의
기다림입니다. 기름은 하느님의 지혜요 정의이며 진리입니다. 기름은
주님의 거룩한 영입니다. 기름은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복음입니다.
기름은 주님의 주도권을 인정하며 그분께 의탁하는 가난한 마음입니다.
이런 기름을 준비하지 않거나 자기 기준으로 조금만 준비한다면
하늘나라의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하겠지요. 우리는 슬기롭게 신랑을
맞이할 기름을 충분하고 끊임없이 채우고 준비하며 ‘지금’과 ‘오늘’을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겠습니다. 사랑도 선에 대한 갈망도 없이 신랑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내 삶과 이 세상이라는 등잔에 끊임없이 희망과 사랑, 선과 정의의
기름을 부으며, 신랑이 오실 때를 놓치지 않도록 깨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형제들 가운데서 주님을
알아보고, 불의와 불평등한 세상에서도 하느님께서 살아계심을 온
몸으로 드러내도록 힘쓰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일 것입니다.
세상적인 지혜로 계산에 밝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 민첩하고, 약한
이들을 이용해서 부와 권세를 누리려는 이들보다 더 불쌍한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잠시 멈추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봐야겠습니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기름’은 어떤 것들인지 확인하고, 영혼의 등잔을 밝힐 사랑의
기름, 선과 정의의 기름, 영의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 기경호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신부 -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
◈ [수도회]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준비
2017년 가해 11월12일 연중 제32주일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마태 25,1-13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준비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서도 그렇겠지만, ‘도시 어부’ 같이
생생한 낚시 현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
전국민적으로 낚시인구가 급증하고 있답니다.
인생이 힘겨울때, 큰 두통거리가 생길 때, 홀로 끙끙 앓지 말고, 가슴이
확트이는 바다나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잔잔한 호숫가에 낚시대를
드리워놓고 시간을 좀 보내는 것도, 신앙 생활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단 지나친 중독이나 과음, 환경훼손이나 쓰레기
투척만 자제한다면 말입니다. 홀로 다니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가끔씩 낚시갈때 마다 느끼는 바가 한 가지 있습니다. 똑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낚시를 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계속 잡아내고, 어떤 사람은
하루 온종일 공칩니다. 괜히 시간 투자해서 멀리 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한번은 ‘낚시의 달인’을 바로 옆에서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핵심이요 관건은 ‘철저한 준비’더군요. 그분의 특수 개조된 차량 안을
들여다보니 거의 낚시점 수준이었습니다. 다양한 낚시 채비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거기다 다양한 미끼, 특히 생미끼를 산소까지 공급하며
가져왔었습니다. 고기들 입장에서 팔팔 뛰는 살아있는 미끼를 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낚시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 안에서 ‘준비’는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도 준비는 정말 필요합니다. 교사로서
자신이 맡은 학생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다양한 측면에서의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날 그날 가르칠 학과목 수업에 대한 준비, 훈화 준비,
그리고 수업들어가기 전 학생들을 위한 기도로 영적인 준비...결국
준비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준비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관심사인 하늘나라를 위해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준비없는
하늘나라는 불가능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70년, 80년, 90년,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늘나라는 그림의
떡일뿐입니다. 그 금쪽 같은 순간들을 그저 티비 앞에서 다 보낸다거나,
누군가를 험담하면서 보낸다거나, 무의미·무가치하게 소모적으로 보낸
사람들에게 하늘나라는 요원한 대상입니다.
다들 빛나고 행복한 얼굴로 하늘나라에 입국하는데, 나홀로 준비가
제대로 안된 나머지, 하늘나라 입구에서 난감해하는 일이 없도록, 오늘
한 걸음 더 뛰어야겠습니다. 하늘나라를 위해 오늘 좀 계획하고, 좀 더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서울] 연중 제32주일
2017년 가해 11월12일 연중 제32주일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 마태 25,1-13
교구장님의 2018년도 사목교서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교구장님의
사목지침은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입니다. 말로만 하는 사랑은 열매
맺기 어려울 것입니다. 행동이 함께하는 사랑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서울교구가 주체가 되어 제4회 한국 청년대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각 교구에서 오는 청년들이 머물 수 있도록 본당에서
머물 숙소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200개의 본당에서
20명씩만 머물 수 있는 가정을 준비해 준다면 4,000명의 청년들이
머물 수 있을 거라고 하였습니다. 청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본다면 이 역시 많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일이 있다면 늘 미리 준비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아는 분들도
제가 미리 준비한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도
성소국 소식지인 부르심에 쓸 원고도 12월까지 다 써 놓았습니다.
예전에 사목국에 있을 때입니다. 제가 하는 중요한 일 중에는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2년 전에 강사를 섭외하고 강의를
부탁드리면 대부분의 강사들이 받아 주셨습니다. 2년 후의 일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저는
주일 강론은 월요일에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러면 5일 동안은 강론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성소국에 와서도 제가 해야 할 일들을 3년씩 계획하였고, 그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중등부 캠프는 ‘음악, 말씀, 자연’을 주제로
준비를 했습니다. 예비 신학생을 위한 교재는 ‘부르심’을 중심으로
구약과 신약의 인물을 중심으로 마련하였습니다. 사제 양성에 대한
다큐를 3부작으로 구성해서 제작하였습니다. 일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미리 준비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기름’은 일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웃을 위한
선행의 기름, 모든 일에 대한 감사의 기름, 고통과 시련을 참아내는
인내의 기름, 친절의 기름, 온유의 기름, 사랑의 기름입니다. 저는 이런
기름을 준비하는 데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꽃밭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듯이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이끌어 갈 사람들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능력을 심어주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하느님을 닮은 하느님의 모상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모든 능력을 닮았다면 모상이라고 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장미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어떤 이들은 백합과 같은 순결함을, 어떤
이들은 개나리와 같은 따사로움을, 어떤 이들은 라일락과 같은 향기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렇게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을
한가지의 기준으로 서열을 매긴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지혜를 말합니다. 지혜는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혜는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을 아는
것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입니다.
“지혜는 자기에게 맞갖은 이들을 스스로 찾아 돌아다니고 그들이
다니는 길에서 상냥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의 모든 생각 속에서
그들을 만나 준다.” 그렇습니다. 지혜는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지혜는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10처녀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슬기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의 이야기입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오늘 옷이 젖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내리지 않은 비 때문에 오늘
우산을 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과거와 미래 때문에
현재를 걱정과 근심 속에서 사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아무리 많은 능력이 주어져도 인생을 기쁘게 살지
못합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지 못합니다. 지금 인생이 기쁘고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바로 어리석은 처녀와 같은 사람입니다.
‘지금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제의 일 때문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 때문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이 슬기로운 처녀와 같은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시간이라는 기름을 주셨습니다. 시간은 길이의
개념만이 아닙니다. 시간은 바로 현재의 개념입니다. 현재의 충실한
삶은 아름다운 과거가 될 것입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는 삶은 희망찬
미래로 나타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야기 합니다. “형제 여러분, 죽은
이들의 문제를 여러분도 알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슬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주님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말로 서로 격려하십시오.”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능력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적어질 것입니다. 성적 때문에
비관하여 자살하는 학생들도 없어 질 것입니다. 자신 안에 심어진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지혜입니다. 모든 것을 갖지 못한 것은 불행이 아닙니다. 단 하나라도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서울 대교구 성소국장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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