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는 나의 짦은 글 ,‘1978년 그 가을날의 기억’이 모티브가 되었다.
“나는 뛰고 있었다. 뒤에는 놈들이 소리치며 쫓아오고 있었다.
"서어! 서어! xxx야!"
"저 xx 잡앗!"
그날, 햇살 좋았던 가을 날에 나는 묵호 삼거리를 마치 마라톤 선수처럼 질주하고 있었다. 휴일 날 지나가던 사람들은, 관중이 되어 달려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정처없이 맑았다. 햇살의 파편들이 내 눈에 뛰어 들어 따가울 정도였다.
방파제에 나갔다가, 안 묵호 깡패새끼들을 만난 것이 실수였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강릉고에서 전학 온 내가 괜히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놈들은 나에게 복종을 요구했고, 나는 그 요구를 묵살했고, 나의 선방에 싸움은 시작되었다. 도저히 놈들의 떼거리를 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도망을 친 것이다.
삼거리에 도착했을 때, 앞에서 놈들의 다른 일행들이 길을 막았다. 도망 칠 수가 없었다.
독 안에 든 쥐였다. 뒤에는 놈들이 숨을 헐떡이며 사냥개 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앞에서 발길질 했던 한 놈의 발을 잡아 삼거리 양복점 쇼윈도에 밀어 넣을 수 있었다.
대형 유리창은 박살이 났고, 나는 잽싸게 유리조각 두 개를 잡았다.
양 손에 유리조각을 잡고 나는 소리쳤다.
"덤벼! 덤벼! 덤비란 말이야! xxx들아!"
놈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관중들의 표정도 경악을 하는 모습이었다. 내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늘에는 쌕쌕이가 하얀 그림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갑자기 내 눈에서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눈물이 흐르기 전에 나는 애써 눈물을 참고 다시 소리쳤다. 놈들에게 약점을 보이면, 끝나는 싸움이었다.
"빨리 덤벼 xxx들아!"
그러면서 나는 유리 조각 두개를 양손에 들고 놈들에게 다가갔다. 놈들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관중들도 하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다.
역시, 시골 날깡패새끼들은 순진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나는 앞 묵호 깡패새끼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서울 학원가로 도망갈 때까지 놈들과 술이나 빨면서 지낼 수 있었다.
1978 어느 햇살 좋았던 가을 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