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민준이)를 낳은 지 한 달이 지나자 사진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진을 찾아가라고요.
산부인과와 계약이 된 사진관이었는데,
주로 신생아의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 낳느라 정신이 없는데,
사진기를 들고 현장을 찍어줘서 고맙더군요.
그런데 사진을 받아보고 두둥~ 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뜨거운 물로 씻기고 모자와 보자기로 덮은 우리 아기사진인데,
신생아의 얼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얼굴이 상처투성이였기 때문입니다.
상처보다 더 두둥~했던 것은 신생아의 표정.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장한 표정, 포스 작렬입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신생아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어떻게 저렇게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었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도 하나도 없었을 텐데..
분만실 들어가기 전에 밤새도록 응급실에서 태동검사를 체크했습니다.
오래 기다렸지요.
태동검사 데이터가 나오고 있는데,
태아의 호흡이 불안정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경고를 하셨을 정도로.
아빠의 긴급 태담 이후에 호흡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태아로서도 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을 겁니다.
한 네티즌 님이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아기가 태어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눈을 뜨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눈 뜨고 태어난 아기를 보면 어른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았구나 고생했다" 라고 그랬다고 합니다.
산전수전 다한 아기에게 "고생했다"고 말한마디 못해주고
못난 아빠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또 다른 네티즌 님은 눈을 뜨고 태어난 사람 중에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소크라테스,갈릴레오,칸트 등이 눈뜨면서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기도 큰 인물로 키우고 싶어요.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려면 두 배 세 배 더 노력해야겠죠^^
왼쪽 이마뿐 아니라 입술 가, 오른쪽 광대뼈, 양쪽 눈두덩이에 스크래치가 있어요.
엄마 뱃속을 지나 세상의 빛을 보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를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생후 40일이 지난 모습입니다.
이후로도 민준이의 눈빛 포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엄마 맘마를 앞두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40일 된 아기이지만 매섭다는 표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네요.
그래서 우리는 민준이한테 "눈빛왕자"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습니다.
아기 낳고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생명 하나 봉그는 게 겅 힘든 일이여"
("생명 하나 얻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란다"의 제주 사투리)
아기도 가족을 찾아 좁고 긴 터널을 정신없이 건너왔고,
엄마 아빠도 우리 아기 힘내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태담으로 응원도 하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세상에 뚝 떨어지는 생명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