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이나 귓바퀴가 아닌 귓속에 들어있는 일종의 쓸데없는 때였지. 귀지, 귓밥이라고도 했고.. 귀안 연한 피부를 통해 나오는 땀과 기름기, 거기에 공중에 떠도는 먼지가 들어가 뭉쳐져 굳어진거지. 아이들은 할메나 엄마가 무릎에 머리 눕혀놓고 대나무 귀이개로 귓밥 파 주었지. 좀 자라서는 성냥 알갱이로 귀 후볐는데 어른들이 보고는 귀에 불난다고 했지. 아마도 잘못해서 귀속 찌를까봐 걱정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 성냥알갱이로 귀 후비다가 진짜 불났다던가 화상입었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귀지가 단딴하게 굳었을때 머리를 흔들면 귀속에 바위 굴르는 소리도 났었는데 지금 의사들 얘기로는 불편하지만 않으면 애써 파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 저절로 귓구멍 밖으로 밀려 나온다고 하면서.. 물론 그보다는 자주 파내고 청소해주면 더 위생적이고 귓속도 시원하고 좋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이 지 귀안에 있는 이 귀지를 볼수가 없으니 또 그것 있다고 해서 달리 불편한것도 못 느끼니 굳이 치울려고도 하질 않았네. 만약에 얼굴 어디에 밤낮으로 그런게 붙어 있다면 난리나지 않았을까? 닦고 지우면서.. 예전에 무슨일에 말귀를 못 알아 들을때 귀가 먹었다느니 귀가 막혔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 사람은 이 귀지가 귀를 막았다고 생각했겠지. 조선시대나 일제시대, 마루넓은 시원한 대청에, 기생집 이름있는 요정같은데서, 소실댁 안방에서 한복 고운 여인의 무릎베고 누워 칠보은귀이개로 귀파는 내노라하는 한량들, 팔자가 늘어졌드랬지. 낭하에서 쎄빠지게 등짐지고 시중들던 팔복이와 삼월이, 인력거 끌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을 테고... 모두들 한세월 그렇게 못살아 봐서 애달파 길게 한숨 지었겠지. 요즘으로 치면 어떤 팔자일까? 그린 그래스에서 골프치고 해 너머가기 바쁘게 싸우나에 강남에 비싼 양주 파는 술집 드나드는 그런 사람들일까? 그리고 그때 쓰였던 것일까? 여기에 비슷한 은제칠보화문귀이게 한두점 추억방에 소개한적도 있었지...
첫댓글 우리 서민들은 이발관에서 면도사가. 귀청소. 해주는것으로 만족해야지.
그럼 그럼 그래도 이발소에서라도 귀 파주니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게으른 내같은 놈은 귀밥이 넘쳐날뻔 했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