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엄태웅 남매, 패션쇼 무대 함께 서 화제
"누나는 저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예요."
지난 5월 31일, '쏘베이직 2002 F/W Collection'에선 가수 엄정화와 그녀의 남동생 엄태웅이 한 무대에 서 화제를 모았다. 이 두 사람이 작업을 함께하기는 이번이 처음. 패션쇼장에서 엄정화·엄태웅 남매는 각종 취재진들의 인터뷰에 응하며 각별한 우애를 과시한 바 있다.
엄정화의 동생, 엄태웅은 배우다. 지난 98년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 늙은 도둑 양택조가 운영하는 국밥집 종업원역을 맡으며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가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누나의 영향도 적지 않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누나 엄정화가 탤런트로 데뷔, 엄정화의 성공은 그의 꿈에 불을 지피는 동기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생활을 하며 남다른 끼를 보여왔던 그다. 그런 그에게 무대는 쾌감으로 다가왔다.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졸업 후 연극영화과를 지망, 하지만 그에게 기회는 좀처럼 찾아들지 않았다.
"'엄정화의 동생'이라는 타이틀이 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어요. 누나가 스타라는 사실이 그때만큼은 부담스럽더라구요. 행동도 자유롭지 못했구요. 혹여 제 사소한 실수로 인해 누나에게 해가 가면 어쩌나 싶어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누나가 대스타인데 반해 전 그렇지 못하다는 데에서 오는 상실감으로 인해 한때 방황을 일삼았던 적도 있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해요"
엄태웅은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두 살도 채 되기 전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어머니 슬하에 남은 자식만 딸 셋에 아들 하나…. 어머니 홀로 네 남매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포장마차로 근근히 끼니를 잇는가 하면 낮에도 한밤처럼 캄캄한 지하의 월세방 한 곁에서 다섯 식구가 잠을 청하기도 했다.
힘들고 암울했던 과거…. 지금 현재 엄태웅을 비롯한 네 남매의 우애가 여느 형제, 자매 이상으로 각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나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전 지금쯤 연기자의 길을 포기해야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외아들로서 집안을 일으켜야할 책임감도 있는 거니까요. 지금은 적어도 먹고 살 걱정을 하진 않아도 되니까 제가 하고 픈 일을 이렇게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해요. 누나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경제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정신적 도움까지… 누나는 제가 있어 정신적 지주이자, 든든한 빽이에요. 어서 빨리 연기자로서 성공해 누나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어요."
휴머니티 묻어나는 연기로 승부할 터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 볼 거예요" 엄태웅이 데뷔한지도 어느덧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영화에도 한편 출연했고, CF 및 카탈로그 모델로도 간간이 참여했으며, 미니시리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는 보디가드로 열연, 드라마, 영화, CF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는 역부족. 남몰래 맘 고생도 많았던 그는 역경을 딛고 또 한번 새롭게 각오를 다져본다.
"어느 날 문뜩 내 안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어요. 내 자신이 정해놓은 틀을 깨는 일이 두려웠던 것 같아요. 이젠 제 자신을 좀 과감히 풀어놓으려고 해요. 그동안 연기 연습도 많이 했어요. 사물을 보는 관찰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구요. 예전에는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 숨으려 했다면 이젠 떳떳이 나서볼 생각이에요."
엄태웅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다소 차가운 듯 보이는 외모에선 남성다운 터프함이, 그리고 눈이 안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에서 여성스런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엄태웅은 휴머니티한 드라마나 영화를 특히 더 좋아한다. 그가 존경하는 배우는 최민식과 케빈 스페이시. 안태웅은 사람 내음 물씬 풍기는 영화에서 자신 안에 내재된 섬세함을 연기로 표출해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서울예대를 졸업해 배우로도 활동한 바 있는 아버지의 피를 이어, 강한 카리스마로 사랑받는 누나 엄정화의 이름을 더욱 빛내기 위해 그는 자신의 20대를 연기에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와는 분명 다른 모습으로 올해 안에 반드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그. 새로운 각오 아래 연기에 재도전하는 엄태웅의 앞날이 기대된다.
프로필 1975년 4월 5일생. 1남 3녀 중 막내로 그의 둘째 누나가 톱가수 엄정화가 된다. 키 180cm에 몸무게 74kg, 혈액형은 A형. 여행과 영화감상을 좋아하는 그의 특기는 수영.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98년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 NIX, N-Top 등의 CF 및 카달로그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가 참여한 드라마로는 미니시리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가 있으며 엄태웅은 현재 경민대학교 연극영화과 휴학 중에 있다.
● 글/최은영 기자 ● 사진/황정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