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주고 또 주신다. 생명을 주시고 더 풍성하게 하신다. 아들까지 주시는 하나님은 아끼시는 것이 없으시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 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은사로 주지 아니하시겠느뇨"(롬 8:32) 하지만 바울의 말은 어딘지 못 미더워하는 독자들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뉘앙스다.
이미 받은 것들을 돌아보며 주시겠다는 약속이 이뤄진 것을 기억하지만, 주시는 것을 기쁘게 받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믿음이 주시는 것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본토, 친척, 아비집을 내려놓아라고 하면 누가 즉각 예라고 말하며 행동에 옮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살던 곳을 떠나라고 했을 때, 롯조차도 머뭇거리느라 화를 못 면할 뻔했고, 사위들은 떠나기를 거부하다 유황불에 죽었고, 그의 아내는 머뭇거리다 소금 기둥이 됐다. 애굽을 떠나라고 할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즐거웠을까? 모세를 돌로 치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하시면, 부자 청년처럼 다른 생각하느라 응하지 않을 사람이 많지 않을까?
주님은 우리의 잔을 넘치게 하시기 위해서 먼저 잔을 비우라고 하신다. 주실 것을 아는 자는 그렇게 한다. 주실 것을 받기 위해서 우리 편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내 눈에 보기 좋은 것,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비워야 하고, 내려놓아야 한다. 이 부르심은 너무도 분명해서 심지어는 작별의 여지조차 주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나를 좇으라 하시니 그가 가로되 나로 먼저 가서 내 부친을 장사하게 허락하옵소서 가라사대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 하시고"(눅 9:59,60)
마음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일이 아무리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해도 의심한다. 하나님은 무려 10가지 재앙을 눈앞에 생생히 보이시지만 그래도 대다수 이스라엘 백성들은 믿지 못하고, 가진 것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적지 않게 경험했으면서도 라헬처럼 어떻게라도 드라빔을 숨기고, 다른 가족들도 여러 우상들을 몰래 소지했다.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예비하신 것을 주실 수 없으신 하나님은 그것들을 다 드러내시고, 처리하시기까지 일하셔야 했다. 주시려는 것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셔야 했다.
욥의 당한 끔찍한 고난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많기 때문에 욥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욥은 저렇게 복을 받아서 하나님을 잘 섬기는 거야"라고 말하게 한 모든 것을 치우시고, 욥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의심이나 불안도 치워주고자 하신다. 욥에게 복을 넘치도록 부어주시기 위해서다. 욥을 통해 오늘 우리도 위로와 복을 받게 하시기 위해서다.
다윗도 사울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한술 더 뜰 수도 있기에 하나님은 예비하신 복을 받을 수 있도록 그를 준비시키신다. 생사를 건 도망길을 주셔서 생명의 주인이 누군지를 새겨주시고, 그의 모든 안전은 오직 하나님의 손에 달린 것임을 확인시켜 주신다. 그로써 이스라엘의 왕이나, 용사보다도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하신다. 엘리야의 외로움과 약함도, 느헤미야의 왕궁 생활도, 모르드개와 유대인들의 위기도 예비하신 복을 부어주시기 위한 준비였다.
아버지는 주시는 것으로 기쁨을 삼으신다. 자녀는 아버지께서 주고 또 주고 싶어 하시는 대상이다. 회사를 가진 아버지가 회사를 물려줄 아들을 훈련시키는 것처럼, 아버지가 예비하신 것을 다 받을 수 있는 아들이 되도록 아버지는 아들을 준비시키신다. 주신 복을 삼손이나 사울처럼 누리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주신 복을 에스더처럼 마음껏 누리며 살도록 준비의 과정을 허락하신다.
하나님은 복을 주실뿐 아니라 복을 받을 준비도 시켜주시는 아버지시다. 아버지의 그 마음을 아는 아들은 아버지가 주시는 그 과정을 얼굴 붉히지 않고 감사함으로 받을 것이다. 억지로라도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행여 그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까 하여 바울처럼 마음을 낮출 것이다. 부지불식간에라도 교만하지 않도록 그 육체에 십자가를 구할 것이다.
오늘 이 시간에도 아버지는 어김없이 주고 또 주고 계실 것이다.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11) 그러므로 우리의 매일은 받고 또 받는 기회다.
주실 뿐아니라 받을 수 있도록 준비도 시켜주시는 아버지여, 감사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