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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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42호 (2022-10-04일자)
앨빈 토플러는 어떻게 족집게 미래학자가 됐나?
“21세기의 문맹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것을 일부러 잊고(unlearn), 다시 배우는(relearn) 능력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이 명언은 무려 52년 전 발간된, 앨빈 토플러의 《미래쇼크》에 새겨진 문장입니다.
1928년 오늘(10월 4일)은 그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응아’하고 태어난 날입니다. 부모는 아들에게 ‘엘프(요정),’‘친구’란 뜻의 ‘앨빈’이란 이름을 지어줬는데, 그는 정말 인류의 지적 친구이자 선구자가 됐습니다.
토플러는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사회주의에 빠진 ‘운동권 학생’이었습니다. ‘캠퍼스 커플’ 하이디와 결혼해서 노동현장으로 향합니다. 클리블랜드의 알루미늄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취업해서 5년 동안 근로자로 일하며 부인과 함께 노조운동을 벌입니다. 앨빈은 노조신문에서 글을 쓰다가 경제주간지 《포천》의 노동전문 기자로 스카우트돼 언론계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부인의 조력을 받아 쓴 《미래쇼크》가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며 이름이 알려집니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체험한 자동화 대량생산이 미래를 예언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고 합니다.
1980년 펴낸 《제3의 물결》은 세계를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화혁명이 미래를 바꾼다는 예언과 함께 재택근무, AI 등의 일상화를 예고한 그의 책은 중국에서조차 개혁주의 지식인들의 교과서가 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몇 번을 읽고 무릎을 쳤다고 합니다.
DJ는 대통령이 되고나서 토플러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토플러는 2001년 ‘21세기 한국비전 보고서’를 통해 교육계, 노조, 시민사회그룹 등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합니다.
토플러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의 학교들은 학생들이 21세기의 24시간 유연한 작업체제보다는 사라져가는 산업체제의 시스템에 알맞도록 짜인 어긋난 교육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진단했지요.
그는 교육이 다양성의 증진에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글쎄요, 얼마나 가능할까요?
토플러는 또 노조에겐 전문가 집단이나 다른 기관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근로자들
개인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개별화된 학습 및 훈련기회를 제공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지요. 시민사회그룹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당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토플러는 또 대한민국에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을 융합한 건강 분야 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제안했지만 헬스케어 산업화는 온갖 반대에 발목 잡혀서 세계적으로 뒤처지고 있지요.
토플러는 2006년 펴낸 《부의 미래》에서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데 노조는 30마일, 정부는 25마일, 학교는 10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로 변화하므로 그 편차가 경제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의 장기침체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고, 한국에 대해선 “한 세대 안에 1, 2, 3의 물결을 모두 달성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도 “기술 변화에 사회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토플러는 언론인 출신이어서인지, 자신의 ‘예지력’이 신문읽기에서 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세계에서 배달되는 7개 신문을 손톱이 새까맣게 될 정도로 읽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렇게 현실을 바탕으로 상상해서 미래를 예언했습니다.
오늘은 앨빈의 명언을 새겨보며 스스로 변화에 얼마나 수용적이고, 얼마나 열린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스로 변화의 큰 삶을 살아왔던, 엘프의 명언을 되새기며….
○현명한 사람과의 한 번 대화가 10년 책 공부보다 낫다.
○당신만의 전략을 갖지 못하면, 당신은 다른 누군가 전략의 부분이 될 뿐이다.
○진정한 인간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끊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욕망을 채우려하기보다는 줄임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라.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상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지배하는 힘은 읽고,
생각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