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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묘역 찾고 文 예방한 이낙연... "이재명과 회동 조율 중"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별 스토리 • 어제 오후 8:00
盧 묘역 찾고 文 예방한 이낙연... "이재명과 회동 조율 중"© 제공: 한국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자택을 찾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하며 지지자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양산=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데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귀국 후 정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너럭바위 앞으로 다가가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노무현재단 관계자 설명을 들으며 노 전 대통령 묘비를 둘러볼 때까지도 감정이 복받친 듯 눈가를 훔쳤다.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는 '대통령님, 대한민국이 원칙과 상식의 세상으로 다시 서도록 못난 후배들을 깨우쳐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낙연, 귀국 후 민주당 정통성 찾는 행보
이 전 대표는 자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환담 후 취재진과 만나 "옛날이야기,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런저런 추억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없었다"고 선을 그으며 "현수막에 '사람 사는 세상' 앞에 '원칙'과 '상식'이 있어서 그게 새삼스럽게 보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총리를 지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지난 1년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지난달 28일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3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고향인 전남 영광과 광주 5·18 묘역을 찾은 자리에선 민주당을 향해 "국민 기대에 미흡하다"며 "혁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사실상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특히 이날 봉하·평산마을 방문을 두고 호남에 이어 친노무현계와 친문재인계 등 민주당의 정통성 계승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盧 묘역 찾고 文 예방한 이낙연... "이재명과 회동 조율 중"© 제공: 한국일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이재명과의 회동에 "일정 조율 중"
이 전 대표의 행보가 빨라질수록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표와의 긴장 관계 형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겪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회동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와의 회동 일정을 묻는 질문에 "(주변에서) 일정을 조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말하는 줄다리기가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양측이 회동 시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지만, 이 전 대표 주변에선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대표 측은 "이 전 대표가 입국 후 전직 대통령 예방 등 일정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당이 통합하려면 두 사람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당의 지도자인 두 분이 이른 시일 내에 만나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또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뜻을 같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