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남자 회사원으로 현재 갑상선 전절제 수술 20일이 지났습니다. 간략한 투병기를 적으며 까페에서 받았던 도움을 다른 회원께도 드리고자 합니다.
1.발견과 마음의 준비
2011년 7월 중순에 회사 건강검진 중 유독 초음파 검사중 갑상선 부위를 한참동안 문지르던 병리사가 의심스러워
"뭐가 있나요?"
하고 물어봤지만,
"제가 판단드릴 수는 없으니 나중에 소견서 받아보세요"
라고하며 열심히 기계를 조작하시더군요.
어깨 너머로 기웃거려 보니 -갑상선 우엽 2.5cm 낭종- 이라고 결과지에 적더라구요.
어머니께서 갑상선 반절제 수술을 한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침 당일 회사 휴무인지라 겁이나서 동네 '아름다운 내과'로 달려갔습니다.
"회사에서 검사 하는데 뭔가 의심스러워서 자세하게 검사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나이도 젊은 사람이...." 라는 말투로 면박을 주더군요...
"그래도.." 라며 자세한 초음파 검사를 부탁 드리고 마지 못해 해주는 듯한 표정이 매우 짜증 나더군요...
결과 영상을 같이 보더니..
"가까운 외과에 가서 조직검사를 받아보세요"
쳇 이것도 돌이켜보면 기분 나쁜게....
2.5cm크기 + 석회화도 보이고 + 물혹과는 다르게 경계가 불분명하고 + 혈행도 불순
이정도면 큰 병원 가서 수술받는 걸 권해야되는데... 여튼 가까운 외과에가서 조직검사를 권한것도 별로 맘에 안드네요...
여튼 가까운 "서울 대장 외과"에 달려가서 조직검사를 실시하고, 초음파 영상을 보신 노선생님은 지긋이 암이 의심된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시네요.
나흘 뒤 유두암 의심된다는 조직검사지를 받고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2. 수술 확정 및 반려
8월 중순 경
검사지를 들고, 이대목동병원의 김한수 교수님을 찾아 뵙습니다.
무결찰 수술을 시행하시는 교수님일 뿐아니라 어머니 수술을 집도 하셨던 분이셨기에 왠지 의지하고 싶었다는 기분...?
검사결과지및 초음파 영상을 확인하시고 검사일정을 수술일정을 잡았습니다.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CT촬영을 실시하고 최종소견을 듣기 위해 부모님과 같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피는 깨끗하고
CT상으로 조직의 크기가 크지만 갑상선 피막을 침범하지 않았고 임파선 전이도 없어 보인다고 판단하고
8월 말 경으로 수술날짜를 잡는데...
실은 제가 10월에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는지라...
부모님도 교수님도 만장일치로 결혼식 후로 수술일정을 연기했습니다. 11월로 하자고....
갑상선암이 빨리 전이되는 암도 아니기에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특히 와이프 될사람과 사돈댁에 누가 될까봐 걱정이 많았지만 어르신께서도 쾌히 이해하시고 결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3. 가까운 병원에서 하는게 났지...
슬슬 회사에도 알리기 시작했는데...
건강검진 결과에서 갑상선 이상 소견 환자가 둘이나 더 있더군요...
0.5cm의 암 판정을 받은 주임님이 연대 세브란스에서 후다닥 수술 받으시고 한달만에 돌아오시더군요...
저는 이미 전절제를 해야한다는 결과와 평생 신지로이드를 복용해야한다는 제 처지가 좀 안 쓰럽기도 했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해운대백병원에 한번더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내분비내과의 김태년 교수님을 뵙고
자세한 초음파검사 및 세침검사를 다시 진행하고
갑상선 전절제를 해야한다는 선고를 받고...
에휴.. 그래 맘편히 먹자는 생각과...
어차피 전절제할꺼면 가까운데서 하는게 났겠다는생각과...
집에서 병원까지 차로 5분거리에 있다는 현실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해운대 백병원 김수진 교수님께 수술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대목동병원의 CT결과를 보면서 중앙 임파선 전이가 의심된다며 수술시 확인하여 함께 청소하자고 하시더군요.
4. 수술~!
결혼 후 신혼여행 잘 다녀오고
동위원소 치료가 병행될 거라는 교수님의 의견에 따라
석달의 병가기간을 받아서 수술 전날 맘편히 입원하려는데...
입원해야될 병동이 만원이라 정신과 질환 있는 환자들과 하루 있어야 한다는데...
가까운데 사시면 외출증 받으셨다가 집에가서 주무시고 오라는 진료과의 추천으로 걍 집에서 자고 일찍 입원했습니다.
수술 당일 8시반 수술을 위해 옷 갈아입고 준비하고 김수진 교수님 뵙고 수술대로 향했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수술실. 입구에는 당일 아침 수술을 받으려는 수명의 환자가 병상에서 대기중이더군요...
좀 무섭기도 했는데 왠지 저만 제일 건강해보이고 싱글생글 웃으며 가족을 뒤로하고 들어온 듯한 기분이더군요...
수술실입구에서 대략 8개의 병상의 환자와 병상마다 3~4명씩 붙어있는 간호사선생님들을 보니...
큰 병원이구나하는 실감을 했습니다.
4번 수술실로 가면서 왜 하필 4번일까 싶기도하면서 수술실 들어가자 보이는 교수님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제가 무거워서 그런지.. 수술대로 올라가달라고 부탁하시더라구요^^;; 수술대가 짧아서 좀 이상했는데...
다리와 몸을 결박하고 마취과 선생님이라고 하신 분이 열심히 설명하시더군요
지금 들어가는건 ... 네...
이제 약기운이 몸에 퍼집니다 ... 네...
산소마스크 씌워 드릴께요 ... 이제 저 잠드는 건가요? 네
잘 부탁드립... 꿱...
- 미국 임사체험 연구가에 의하면 임사체험자의 공통적인 경험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데...
저도 희한하게 와이프 얼굴이 떠오르면서 회복실에서 깨어났습니다.
회복실에서 깨어보니 목이 욱신욱신 옆에 계신 아저씨는 연신 '아이구 아퍼'소리를 하시고
'어르신 잠드시면 안돼요!'라고 외치는 간호사 선생님의 외침...
에이 좀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계속하고 있으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제 손 꽉 잡아보시겠어요?"
음 그래요.. 언제 나가죠?
"네 이제 나가실 꺼에요~"하고 대략 5분 정도 있다가 가족들과 만나서 병실로 향했습니다.
마취 후 회복을 위해서 누워서 계속 숨쉬기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대략 9시 수술, 12시 반에 입실, 4시 반 경에 일어나서 소변, 5시에 교수님 회진, 7시에 늦은 저녁을 죽으로 먹었습니다.
삼킬 때 마다 힘들고 아팠는데... 빨리 먹고 일어나서 회복하고 싶은 생각에... 마구마구 집어넣었습니다.
저처럼 젊은 나이의 사람들에게는 빨리 빨리 먹고 회복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지만
절대로 억지로 저처럼 회복하지 마세요. 담당선생님과 자세히 상담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각자에게
가장 올바른 방법을 찾길 바랍니다.
- 이만 줄이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첫댓글 고생많이하셨구요
빨리 회복하셔서 행복한 가정 가꾸시고 다시는 아파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어여쁜 새색시를 생각하면서 하루빨리 회복 하시기를요...^^
수술 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
또 아내분과 처가댁 어르신들께서도 많이 걱정 하셨을텐데, 빨리 회복하세요.
그리고 쪼끔 엉뚱한 이야기지만,, 병가를 3개월을 받았다는 말씀에 헤헤~ 부럽네요..
결혼 앞두고 진단받으셔서 많이 힘드셧겟어요....그래도 아내분이 다 이해해주고 결혼까지 하시고....내내 행복하시길 빕니다^^
김수진교수님이 수술 참 잘하시더라구요...여러명이 피검사를 햇는데...김수진교수님께 수술 받으신분이 전이등 심한데도 암수치가 제일 낮더군요..
그만큼 깔끔하게 잘하신다는거겟죠....얼른 회복하셔서 결혼후 첫 크리스마스 행복하게 보내셔야죠...힘내십시요!!
종양사이즈가 저랑 비슷하시네요. 임파선전이는 많지 않으셨나봐요. 회복실에서 깨어날때 와이프얼굴이 떠올랐다는 부분을 읽을때 울컥하네요. 전 이달26일수술예정인데 회복실에서 울아들이랑 남편 친정엄마중 누가 먼저 떠오를까요? 수술잘되신거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쭉 건강하세요. 내년엔 좋은일들만 가득하세요~
고생하셨어요, 건강관리 잘 하시고 행복하세요.
고생하셨네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아내랑 행복하게 잘 사세요!~~ㅎ
참 건강한 마음을 갖고계신 분이군요 긍정적인 마인드 ...앞으로 잘사실꺼같아요.^^
로봇수술하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