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차포(手加車包)
기술이 차포를 더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술수나 재능이 탁월함을 이르는 말이다.
手 : 손 수
加 : 더할 가
車 : 수레 차
包 : 쌀 포
장기(將棋)는 바둑에 비해 수가 적더라도
예부터 남녀노소가 즐긴 지적 놀이였다.
양측의 대장이 붉은 한(漢)과 푸른 초(楚)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노홍소청(老紅少靑)이라며
초의 항우(項羽)가 한의 유방(劉邦)보다
연하라 선수로 둔다.
양편이 각16개의 짝으로 두는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차(車)와 포(包)다.
풍자시인 김삿갓이 시구를 남겼다.
"포가 날아 뛰어넘는 곳에 위풍이 장하고(飛包越處軍威壯),
직진하는 차는 먼저 졸을 무찌른다(直走輕車先犯卒)."
수가 가장 중요한 차포(車包)를
더한 것과 같다면 재능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조선 후기 편자 미상의 한문 소화집(笑話集)인
'교수잡사(攪睡雜史)'에 실려 있다.
'잠을 깨게 하는 잡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란
글자대로 해학과 음담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집대성한 고금소총(古今笑叢)에 물론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장기를 잘 두는 어느 재상의
이야기에서 성어가 비롯됐다.
그는 수법이 뛰어나 적수가 없을 정도인데다
내기가 아니면 두지 않았다.
이 소문을 들은 영남의 한 선비가
찾아 와 대국을 청하며 가진 것이 없어
질 경우엔 타고 온 말과 하인을 드리겠다고 했다.
세 번을 두어 두 번을 진 선비는
약속대로 말과 하인을 대감에 바치고 떠났다.
수십 일 지나 선비가 다시 찾아 과거에 낙방하고
내려가는 길이라며 대국을 청했다.
지면 고향의 논밭 문서를 걸고
자신이 이길 때는
전번 맡긴 것을 돌려주면 된다고 했다.
재상이 허락하고 대국했는데
이번에는 쩔쩔 매며 세 번을 다 패했다.
언제 수가 이렇게 늘었느냐고 물으니
선비가 답한다.
(自初小生比 大監文博手加車包).
"애초 저의 수법이 대감과 비교해
차포는 더한 것 같습니다"
서울 머물 때 말을 먹일 데가 없어 일부러 졌다는 말에
대감은 창피를 금할 수 없었다.
'한국고사성어(임종대 편저)'에는
바둑에 져서 말을 맡긴다는
기패기마(碁敗寄馬)가 나오는데
세조의 아들 덕원군(德源君)이라고
대감이 명시되는 것 외에 내용은 같다.
어느 한 분야를 잘 하게 되면
자기가 천하제일인 줄 안다.
'저는 잘난 백정으로 알고,
남은 헌 정승으로 안다'는 속담대로
세상에는 날고뛰는 재주꾼이 수두룩한데
실제 변변찮으면서 더 우쭐대고
조금 못한 남을 업신여긴다.
교양이 있고 수양을 쌓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남 앞에서 자기의 재주를 숨긴다.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어도
실제 속이 찬 사람은 난득호도(難得糊塗)라 하여
어리숙하게 보이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겸손을 모르고 제 세상인양
기고만장하는 사람들은
그 세월이 오래 갈 줄 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