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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름없는공연 원문보기 글쓴이: 예기
예술기획순수연극공연팀 작품번호4
[경복궁에서]
2부 "시해의 그날" 공연대본
3장 -전야
신영철 구성연출
텍스트-홍이삭 작 소설 국화와 칼
1.발견
2.한가위
3.전야
4.시해
5.이튿날
공연은 5개의 장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공연장소는
1장과 2장은 자경전에서
3장은 곡수지에서
4장은 함화당에서
5장은 향원정의 샘물에서..
1.발견(자경전)
이 곳은 조대비의 침전으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현재 경복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침전으로서 옥호루와 흡사하다. 그래서 이 곳을
발견의 장소로 택한다.
재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10월의 경복궁을 찾는다. 그는 최근
알게 된 명성황후시해의 역사를 어제와 오늘의 우리 역사에
연결시키며 가슴답답함으로 이 곳을 찾았다.
역시 여느 때처럼 경복궁은 관광객들과 놀이객들이 오가고 근정전
경회루를 옆으로 끼고 조금 한산한 길로 들어선 곳에서 복원작업이
한창인 자경전을 발견하고 그는 좁은 문을 통해 들어가 그곳에
잠시 머무른다.
자경전 마당엔 낙엽이 떨어져 날리고 그는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
재의-
왕비의 정치권력이 국왕이나 그 밖의 사람들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는 왕의 아버지인 대원군을 중심으로 한 정적들에 포위되어
있었는데, 이 정적들은 왕비의 재능과 힘을 증오했으며, 조정요직에
민씨 일족을 앉히려는 것에 대해 미워했다.
그의 생활은 항상 투쟁 뿐이었다. 그는 국왕의 존엄과 왕세자의
안전을 지키고 대원군을 거세하기 위해 자기의 매력과 기민성,
그리고 총명으로 싸워 나갔다.
이 글은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글이다. 그는 1895년 전후에
걸쳐 수차례 중전을 알현했다고 한다.
명성황후의 막역한 말벗이자 주치의였던 언더우드여사는
명성황후를 이렇게 묘사하고있다.
나는 왕비에게 깊은 흥미를 느꼈다.
창백하고 바싹 마른 얼굴에 생김새가 날카로웠고, 사람을
궤뚫어보는 듯한 총명한 눈을 갖고있어서 첫 눈에 아름답다는
인상을 느끼진 못했다.
그러나 그 얼굴에서 힘과 지성, 그리고 강한 개성을 읽을 수
있었다..
점차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니까 생기발랄함과 소박함, 그리고
재치가 그녀의 용모를 환히 비추어주었고 단순한 겉모습의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큰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 매력을 발견하였을 때 난 비로소 그녀가 조선의 왕비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주 높은 수준의 여성이었다. 다른 모든 아시아인들이
그러하듯이 그의 지식도 주로 중국의 고전에서 얻은 것이었으나 더
나아가서 세계 강대국과 그 정부에 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많은 질문을 던졌는데, 한번 들은 것은 모두 기억했다.
기민하면서도 유능한 외교관이었으며 날카로운 그녀의 반대자들도
늘 그녀의 기지를 당해낼 수 가 없었다.
진보적이었고 애국적인 정책을 두루 펼친 지도자였고, 나라와
국민에 이익이 되는 것을 위해 헌신했으며 그의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동양의 어떤 여왕보다도 훨씬 큰 것이었다.
재의는 그렇게 책을 읽고 있다. 가을바람은 더욱 소슬하고 그가
책을 읽는 옆으로 자경전을 보러온 관광객들이 스치곤 한다.
관광객들 사이엔 물론 일본인들도 있다. 그리고 그 가이드를 맡은
한국인들도..
발디딤돌이 있는 사이에 섣다가 그는 흙에서 이상한 느낌을
발견하고 쪼그리고 앉는다. 흙을 만지작거린다. 흙을 긁어본다 그
안에서 ??아나오는 빠알간 핏빛 흙.. 피의 흔적..
그의 손엔 빠알간 피가 한웅큼 묻어난다.
2.한가위
같은 장소 가이드와 일본인 관객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오며 얘길
나눈다. 재의를 의식하진 못하고 대화는 지속된다.
가이드의 목소리;.
이곳은 대원군이 조대비의 침전으로 지어드린 곳이지요.
임진왜란때 전소되었던 것을 고종2년인 1867년 200여동에 달하는
궁을 증건했었지요. 헌데 지금은 10여동만 남아있고 이 곳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침전건물이지요.
일본인, 통역하고 그것을 받아 설명을 들으며 담소한다.
어느 정도 담소가 오가다 일본인이 가이드에게 편지를 꺼내
쥐어준다. 가이드 편지를 꺼내 본다.
일본인-(오카모토)
물론 마음에 꼭 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원이
각하를 위하는 최선의 약속입니다. 왜냐하면 작년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대원이 각하께서 권세를 잡으신다면 사람들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싸움으로 보기 쉽습니다.
아드님으로 하여금 궁내 일을 맡도록 하시고 대원이 각하께서는
실제로 궁중을 감독을 하시는 겁니다
가이드(대원군)-
그만 되었소. 늙은 터에 그러지않아도 이제 정치는 사양할
참이었소. 그나저나 이번에 삼포공사는 매우 솔직한 사람인
모양이구려. 이렇게 시답지 않은 약속으로 나를 끌어들이려 하다니
일본인(오카모도고문관)-
네?
가이드(대원군)-
그 순진함만은 마음에 든다 그 말이오.
일본인-(오카모토)
그렇다면 허락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가이드(대원군)-
허락이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겠소. 내가 반대한들 그대들이 이번
계획을 취소할 리 만무하지 않겠소.
일본인-(오카모토)
솔직히 그건 그렇습니다.
가이드(대원군)-
솔직하지 않더라도 그만한 이치야 삼척동자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 도대체 정녕 노리는 것이 무엇이오?
무엇 때문에 또다시 이 늙은이를 앞장 세우려는 게요?
단순히 지금의 내각을 뒤엎자는 것이 목적이오?
그렇다면 정상공사는 어찌하여 이 나라 국정을 또 다시 중전의
손에 돌려주었더란 말이오? 당신네 나라는 공사가 바뀔 때 마다
정책을 바꾸는 전통이라도 지닌 게요?
내가 일찍이 그대들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으나 이미 욕심도
여한도 없는 나를 앞장 세우려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
아니요? 말하시오. 그게 무엇인지를.
일본인-(오카모토)
말 말씀드리겠습니다.이 이번 기회에 중전 민후를 벨까합니다.
가이드(대원군)-
그래.. 그만한 까닭이 없고서야 그 일에 나를 굳이 끌어들이려 하진
않았겠지.
일본인-(오카모토)
역시 대원이 각하십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속이려던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일이 아니어서 거사 당일
말씀드릴 작정이었습니다. 저희가 어찌 감히 대원이 각하를 속일
생각을 했겠습니까?
가이드(대원군)-
그래 거사일은 잡힌게요?
일본인-(오카모토)
대강 10일 전후로 잡아두었습니다.
가이드(대원군)-
한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그대들은 중전을 죽이겠다고 하면 내가
그를 몹시 반기리라 생각하셨소?
괜찮소 얘기해보오. 강본고문관과 나 사이 아니오?
언젠가 그대는 일본인과 조선인의 입장을 떠나 나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소?
일본인-(오카모토)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가이드(대원군)-
얼굴을 보니 그런 것도 같군. 하지만 왜일까? 내가 내 며느리를
미워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제안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했던 건가?
일본인-(오카모토)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희들은 저희들 목적만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조선을 위해 섭니다. 대원이 각하.
조선을 러시아의 흉계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제거하지않을수 없습니다. 각하 조선이 만약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되는 날이면 동아시아는 갈 곳이 없습니다. 러시아는 동양이 아닌
유럽세력입니다. 그들에게 부동항이라도 내주는 날에
3.전야
곡수지로 접어드는 돌다리를 건너 관객들 이동하는 동안 연못가에
앉아 얘기 나누는 명성황후와 궁녀 그리고 재의를 볼 수 있다.
평화롭고 인자한 가을날의 궁전 모습. 어디선가 흐르는 작은
음률이 황후와 궁녀들의 대화를 한 폭의 그림으로 꿈처럼
묘사한다.
황후 재의에게 온화한 미소를 보내고 재의는 황후의 사랑에
가슴가득한 기쁨을 느낀다.
관객들 어느 정도 이동하고 자리가 정리되면 민영환(계정)이
명상황후와 재의 상궁 앞에 나타난다.
영환 편지를 전한다. 상궁을 통해 명성황후 편지를 건네받아
읽는다. 2장에서 대원군이 오카모토에게 받은 그 편지다.
민영환-
먼저 이걸 보시옵소서. 대원군께옵서 진용조카더러 제게 친히
전하라 하였다 하옵니다.
명성황후-
이게 무슨 문서란 말이냐.
상궁-
중전마마, 정녕 모르고 계시옵니까? 며칠 전부터 저잣거리에
나돌던 불순한 풍문이 사실인가 보옵니다.
이 문서는 궁내부 고문관으로 있던 오카모토란 자가 오늘 해질녘
공덕리의 아소정으로 가져왔다하옵니다.
재의- 해설처럼 읽는다.
미우라 일본공사가 대원군에게 보낸 4가지 약조가 담긴 약정서.
1.대원군은 국왕을 보익하여 궁중을 감독하되 일체의 정무는
내각에 맡기고 결코 간섭하지 말 것
2.김홍집,어윤중,김윤식 3인을 중심으로 정부를 개조,개혁을
단행한다.
3.이재민을 궁내대신,김종한을 협판으로한다.
4.이준용을 3년기한으로 일본에 유학시킨다.
명성황후-
모를 일이구나. 그런데 대원군 나리께서는 어찌하여 이같은
괴문서를 내게 보내셨더란 말이냐.
민영환-
중전마마, 대원이 대감이 저를 보내신 뜻은 사태가 이러하니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심일 것이옵니다.
명성황후-
그러하면 이 문서만으로 아무런 부연도 없이 그대를 내게
보내셨더란 말이오
민영환-
그것을 주시면서 중전마마께옵서는 그 문서만으로도 충분히
대처하시리라는 말씀뿐이었습니다.
바로 옆 다른 장소. 일본인(미우라) 분주하게 작전을 정리한다.
코러스의 목소리
1.조선군훈련대와 대원군을 이용한다.
이는 해산위기에 직면한 훈련대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키도록
유도하고 시폐에 분노하고있는 대원군을 옹위토록함으로서
여우사냥이 조선왕실의 내분에 의한 사건으로 비쳐지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2.일본군 수비대가 대원군을 호위해서 궁궐로 공격해 들어간다.
대원군을 방패로 내세워 왕궁시위대의 무력사용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작전수행에 따른 무력기반은 일본군수비대가
맡는다.
3.대원군의 정사관여를 막기 위해 사전에 약조를 해둔다.
오카모토로 하여금 노쇠한 대원군을 설득하도록 책임을 준다.
이는 대원군으로서도 며느리를 죽였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이며 단순히 권력욕에 의한 거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득한다.
낭인하나가 미우라에게 명단을 쥐어준다. 동시에 이 명단은
관객들에게도 모두 전달된다. 미우라 그 명단을 읽어보고 손에
웅켜쥐며 결의를 다진다.
쪽지내용.
일본군수비대및 조선군훈련대 지휘책임자
구스노세 유키히코 포병중좌(공사관부무관 겸 조선군부고문관)
마야하라 츠토무 소좌(일본군수비대대장)
민간인 지사동원및 지휘책임자
아다치 겐조
지원; 시바지로
이들로서 최종적인 살해요원으로 삼음
공사관및 영사경찰 동원및 지휘책임자
오기와라 히데지로오(영사관 경찰서장)
대원군접촉담당자
호리구치 구마이치-최초접촉,가능성탐지
오카모토 류노스케-최후접촉및 약정서교환
조선군 관계자및 일본인 민간인 연락총책(자문역 겸임)
스기무라 후카시(공사관 일등서기관)
멈춰졌던 명성황후 상궁 재의 그리고 민영환의 얘기 이어된다.
상궁-
더 이상 무얼 의심하십니까. 중전마마. 대원군께옵서는 중전마마의
목숨을 구하고자 함이 명백하지아니하옵니까.
명성황후-
대원군께서 내 목숨을?
민영환-
그러하옵니다, 누가 뭐라 하여도 중전마마는 대원군나리의 법통을
이은 며느리시옵니다. 당신께서는 차마 며느리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이옵니다. 마마
명성황후-
그렇다면 대원군께서도 이제 몸도 마음도 늙으신 모양이구려.
그러시겠지요..
아버님은 이제 그만 이 쯤에서 사가들의 붓 끝으로 당신을 숨기고
싶으시겠지요.
들으시오. 저잣거리의 풍문이 말 그대로 바람같이 스치는
소문이기만을 바랬었소. 허나 지금에 이르러 일본인들의
불궤지심이 사실인들 어찌 하리요.
사람도 제 각각이듯이 나라 또한 저마다 내세우는 것이 다를
것이오. 하물며 그들이 어떤 자들이오 여러 번 겪어보지않았소.
그들이 칼을 디밀기로 기왕에 마음먹었다면 땅끝까지라도 쫓아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들 것이오. 이 나라는 힘으로야 당장에
그들과 맞설 수 없소.
사태가 그러한 지경인데 나라고 하여 언제까지 물러서기만 하리요.
그래서는 이 나라 국모의 체통이 말이 아니지요.
이 나라의 무력 이상의 더 큰 것이 있음을 그들이 어찌 알겠소?
설령 죽음에 이른다 하여도 난 두렵지 아니하리다. 맞설 것이오.
나는 그 자들이 내새우는 칼날 앞에 조선의 국모로 의연하게
맞서리라.
상궁-
중전마마 아니되옵니다.
민영환-
중전마마 고정하시옵소서
명성황후-
아버님께도 며느리의 이런 뜻을 그대로 전해 주시오.
그렇게 말씀 올리면 아버님께서도 아마 며느리의 뜻을
해아리시리라 믿으오. 나는 이제 달리 할 일이 남았소 그만들 물러
가시오
민영환-
아니되옵니다.중전마마 마마께서 살고있고서야 나라가 있습니다.
그렇게 짓밟혀서는 나라의 체모는 어찌되오며 국모 잃은 만백성의
원성은 어찌 하오리까.
명성황후-
계정이 정녕 이리도 못난 위인이던가. 지금 와 한갓 목숨을
구걸코자 이리 숨고 저리 발버둥친다하면 저들에게 이 나라의
나약함과 비열함만 구경시키는 것 아니더냐.
때로는 살아있음보다도 죽음이 더 값진 것임을 어찌하여 모른단
말이더냐.
보아라 나는 그 자들에게 백년을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부끄러움으로 살아남을 것이니라.
명성황후 상궁 재의와 함께 영환을 남기고 사라진다. 제4의 장소로
사라진다. 그 뒷모습을 매달리며 영환 울부짓는다.
민영환-
중전마마 부디 옥체보존하소서.
일본인옆, 대원군 나무사이를 거닐다 물어본다.
대원군-
강본, 그대는 나를 그대들 편으로 단정하고 있구먼.
오카모토-
그렇습니다 대원이 각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일은
러시아에서 조선을 구하는 일입니다.
대원군-
그대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이것으로 모의작당을 한 셈이니
몸을 빼칠 수도 없을 테고.. 뜻대로 하구려 나가지 않겠소.. 준용아
손님 나가신다, 대문까지 모셔다 드려라
일본인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리곤 들어서면서
미우라, 아다치를 행해 얘기한다
미우라-
아라시 간지로..그는 누군가?
아다치-
에도출신의 젊은 지사입니다. 한성신보의 말단기자이긴합니다만
북진일도류의 상당한 실력자입니다.
미우
4.시해
함화당.이곳은 건청궁의 옥호루로 설정된다.
함화당계단과 골방 쪽에선 이미 총소리가 요란하고 관극선이 어느
정도 설치되면 함화당 뒤쪽에서 급히 속옷차림으로 달려오는
상궁과 재의 그리고 명성황후 .
아래쪽엔 다른 궁녀 하나 더 서있고 궁내부대신 이경직이 중전을
맞이한다.
상궁-
중전마마 어서 이리로 몸을 피하십시오.
일인들의 소리-
왕후의 숙소는 어디인가?
오카모토와 아라시 간지로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일인들
관극선에서 나와 골방 쪽으로 들이닥친다.
오카모토, 달려들며 난폭하게 앞쪽에 있던 궁녀하나를 쓰러트린다.
궁녀 내동댕이 처진다.
따라오던 아라시 그 궁녀의 가슴에 올라타며 저고리 단을
움켜잡으며 묻는다.
아라시-
왕후의 숙소는 어디인가?
대답도 채듣기 전에 내동댕이친다. 낙엽처럼 쓰러지는 궁녀.
오카모토-
몇 놈이나 여우의 얼굴을 보았나?
아라시-
저 아라시간지로와 신문사 간부 몇 명입니다. 제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일인들 골방 안쪽에 숨어있는 명성황후와 재의 상궁을 발견한다.
여인들은 속적삼바람에 얇은 이불로 몸을 가리고 떨고 있다.
그들이 들어가려는 순간, 관극선에서 궁내부대신 이경직이 그들의
앞을 막아선다.
이경직-
아니 너 너는 오카모토 고문관이 아니냐? 일본으로 떠난 줄
알았더니 ...네 놈이 조선조정을 속였구나.
오카모토-
왕후를 찾고 있다. 왕후는 어디 숨었느냐
이경직-
불한당 같은 놈, 왜놈이 어찌하여 이 나라 황후를 찾는단 말이냐?
오카모토-
시끄럽다. 저리 비켜라.
오카모토,이경직의 어깨를 나꿔챈다. 이경직 쓰러지지 않고 중전을
막아선다.
오카모토-
(귀찮다는 듯 뒤따라오던 아라시에게 명령한다) 베라.
아라시 달려들어 두팔을 벌리고있는 이경직의 한 팔을 벤다.
그리고 이어 다른 한 팔을 마져 벤다. 남은 몸을 세워 길을 트지
않는 이경직.
아라시 마지막 일격을 가해 이경직을 쓰러트린다.
이경직 고목처럼 쓰러진다. 그를 밟고 달려들어가는 일일들.
오카모토-
하나하나 끌어내 확인하라.
여인들 머리채를 잡혀 골방에서 바깥쪽으로 끌려나온다.
명성황후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며 상궁 일인에게 노려보며 말한다.
상궁-
이 분은 손님에 불과하다.
상궁 아라시의 칼날에 쓰러진다.
재의, 아라시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그 역시 단칼에 낙엽처럼 쓰러진다.
아라시 명성황후 앞에 다다라서 멈칫한다.
두사람 시선이 따갑게 마주치고 아라시의 칼이 명성황후의
어깨에서 가슴 쪽으로 내리쳐진다.
명성황후 쓰러진다.
뒤늦게 들어온 오카모토 그리고 낭인들.
오카모토-
누가 여우인가? 이 여잔 나이에 비해 너무 젊다. 옷을 벗겨보자.
몸은 나이를 속이지 못할 테니까.
낭인들 달려들어 상궁과 재의의 옷을 차례로 벗겨 젖가슴을
확인한다. 아라시 명성황후의 가슴에 올라타 역시 저고리를 벗겨
가슴을 확인하고 외친다.
아라시-
이 여자가 맞다. 이십대면서 가슴은 사십대다.
오카모토-(명성황후의 시체 위에 앉아있는 아라시를 보며)
칼솜씨가 보통이 아니군. 국부를 검사하라. 출산의 경험이 있는지.
아라시, 치마를 들쳐서 명성황후의 국부를 검사한다.
아라시와 오카모토 눈짓으로 확인한다.
오카모토-
다른건 여기다 두고 이것만 옮겨가라. 흔적도 없이 불태우라는
지시다.
아라시. 황후의 가슴을 덮고 이불로 그의 몸을 둘둘 싸서 어깨에
맨다. 그리곤 뒤쪽 녹산 숲 쪽으로 사라진다.. 오카모토와 낭인들
그 뒤를 따라 간다.
옥호루 비극의 현장엔 이경직 재의 상궁 그리고 궁녀의 시체만이
관객 앞에 남는다. 슬픈 낙엽들 위에 조용히 노래가 흐른다.
얼마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여인의 흐느낌 소리가 들린다.
안내자, 그 궁녀의 흐느낌 소리를 따라 관객들을 5장의 장소로
이동시킨다.
4장의 장소엔 4명의 시체만이 슬프게 남는다.
5.향원정의 샘물에서..
관객들 4장의 시해장소를 지나 슬픈음률위에 흐느끼는 여인의
소리를 들으며 그곳을 따라 가면 향원정의 샘물엔 울고 있는 한
명의 궁녀가 있다.
그는 타버린 한웅큼의 잿더미 앞에서 홀로 앉아서 흐느끼고있다.
재의, 관극 선을 빠져나와 그의 곁에 다가가 앉는다.
울고 있는 궁녀 재의에게 혼잣말처럼 얘기해준다.
울고 있는 궁녀-
먼동이 트기도 전에 일본인들은 이곳 녹원 숲으로 황후의 시신을
갖고와서 석유를 부은 후 화장해 버렸지요. 그리곤 그날 아침
한성신보등을 통해서 명성황후가 난리를 맞아 대궐안의 혼란
속에서 고종황제를 버려둔채, 자신의 목숨만을 연명키 위해 도망을
갔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지요.
미우라는 사건을 확인한 후 영사관으로 돌아가 본국에 보고하며
"드디어 조선은 일본의 것이 되었다. 이제야 안심이다"고
말했다합니다.
시해의 그날 일인들은 미리 준비했던 대로 친일내각인 제4차
김홍집 내각을 구성했구요.
재무대신 심상헌은 내각에서 나와 행방을 감추었고, 내무대신
박정양은 서명하지 않고 사직해 버렸습니다.
김홍집내각은 명성황후가 고종황제를 버리고 궁을 탈출했다는
이유로 3일 후인 오늘 아침 명성황후를 폐위하고 서인으로 한다는
칙령을 발표했습니다.
황후는 두번 시해 당하신 거지요.
김홍집내각은 이 사실을 서울주재 각 외교공관에 통지하였습니다.
명성황후폐위칙령은 고종황제가 서명도 하지 않은 날조된
것이지요. 각국 외교관들은 이 칙령이 고종황제로 나온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일본공사 미우라만은 그 내용을
인정한다고 공식견해를 밝혔습니다.
여기 황후의 시신이 한줌의 재가 되어 제 앞에 있습니다.
조선을 지킨 마지막 등불..
1895년 10월 8일 음력으로는 8월 스무날 동트기전 건청궁,옥호루의
작은 골방에서 황후는 세자의 이름을 부르시며 일본 낭인들의 손에
무참히 시해 당하셨습니다.
울고 있는 궁녀 한줌의 재를 꺼내 재의에게 쥐어준다.
울고 있는 궁녀-
기억하세요. 그 분의 뜻을..
황후께선 의연히 말씀하셨지요.
저들이 정녕 이 한 목숨을 원한다면 기꺼이 죽어 내 백성들의
가슴에 피맺힌 영혼을 묻으리라.
그리하여 이내는 차라리 저들 간교한 무리들이 백년을 씻어도
지워지지 않을 부끄러움으로 살아남으리라.
음악 서서히 흐른다.
쉬임없이 흘러나오는 샘물의 소리, 황후의 마음인양 들리고 재의
궁녀를 두고 서서히 일어나 5장의 장소를 떠난다.
저 계단 위에 건청궁터에 일인들이 세워놓은 건물 그리고
명성황후조난지가 보인다.
노래 명성황후와 남은 이들의 마음을 주고받는 양 울리고 향원정
물위엔 명성황후의 영정이 아련히 떠오른다.
공연에 참가했던 사람들 샘터로 내려와 관객들 앞에 조용히
인사한다.
관객들 샘터를 지나 계단을 올라 퇴장할때 안내자 손가락으로
일러준다
안내자-
저쪽이 명성황후조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