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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이사를 오고 좋은 점이 천지삐까리이지만 사실은 맘에 안 드는 것도 많지요. 그 중의 하나가 조명이었습니다.
실용성을 주장하는 저와 폼을 내고 싶어하는 건축가의 주장 사이에서 ㄴㅁㄲ이 건축가의 체면을 세워주는 바람에 서까래를 노출한, 천정이 높은 거실과 공부방의 조명이 밝기는 한참 부족하고 전기세는 엄청 나오는 결과가 되었지요.
전구를 작은 형광등으로 바꾸어 전기세는 줄였지만 밝기는 기본적으로 등을 바꾸지 않으면 아니 되었습니다. 그즈음 LED 등이 좋은 걸 알게 되었지만 워낙에 비싸서... 5w 전구 하나가 5만원이었으니까요.
그랬는데 요 몇 년 사이에 LED 등 값이 아주 많이 내렸나 봅니다. 며칠 전 공부방 등을 바꾸는데 20만원만 하면 된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면서 일단 입금을 했지요. 그래서 연휴 첫날 토요일에 배달이 되었습니다.
마침 그 날 저는 몇 년만에 다시 맘을 먹고 도예 공방엘 갔지요. 흙만 준비해 주고 공방을 비워주신 덕분(?)에 혼자서 편하게 했더니 오랫만인 셈 치고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세 시간이 후딱 가고 마지막 것을 만들 때쯤 전화가 왔습니다. 언제 오냐고? 한 시간쯤 후면 갈 것 같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 마지막 것이 생각대로 되질 않고 방해꾼도 나타나는 바람에 한 시간이 세 시간으로 늘어나 느지막이 집으로 갔더니 끼약! ---- 혼자서 대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아시바(높은 곳의 일을 하기 위한 작업대)가 없으니 대신 책상 위에 목공실의 작업대를 가져와 얹고는 그 위에 사다리를..... 더 끔찍한 건 이렇게 준비를 하고도 내가 오질 않자 혼자서 저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거지요.
작업대 준비하고 기존의 등 떼고, 위 사진처럼 등 고정 거치대(?) 하나 박기까지 세 시간쯤 혼자 했다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와도 드라이바, 나사, 등 이거저거 집어 주는 것이 다일 뿐! 책상 위에 올라서서 사다리를 잡고는 있다 해도 저 위에서 휘청하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사실 아무 것도 없지요.
그런데도 저 오고도 50w짜리 하나와 25w 두 개를 달고 끝내기까지 꼬박 두 시간이 더 걸렸지요.
밑에서 하나하나 조립을 다 해보았다지만 때로 구멍 하나 끼우는데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그 사이 사다리 잡는다고 잡고 있는 저는 작은 흔들림에도 오금이 저린 채로 벌 섰습니다. 그 폼을 보고는 위에서 "힘 빼고 그냥 살짝만 잡아!"라고 했지만 두 시간 내내 쳐다보며 마음 졸이고 용을 쓴 저는 보는 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 다하고나니 몸살이 날 것 같은데 5시간 넘게 걸려 저 작업을 어떻게 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복잡한 전기연결까정...
떼어낸 등입니다. 선풍기 모터 때문인지 한 손으론 들기 힘든 무게인데 어떻게 저 높이에서 혼자 떼어 내려왔는지,
게다가 책상 위에 얹힌 작업대는 목공실에서 본채, 그것도 현관으론 못 들어와 거실 고정 방충망을 떼고 창문턱을 넘겨서, 도르레가 있지만 혼자서는 못 들만큼 무거운 것을 어떻게 창문을 넘기고 책상 위까정 올렸는지,
그리고선 약간씩은 움직임이 있는 저 사다리 위에서 세 시간은 족히 몸균형 잡고 팔 들고 작업을 해낸 거지요.
갖다 주기 직전 찍은 큰 등입니다. 작은 구슬 같은 것 하나하나가 전구 역할을 하나 봅니다.
등 중앙의 것 한 개 달고 시험 운행.....
드디어 끝났습니다. 그 가격으로 상상도 못할만큼 환하게 밝아 긴장이 덜 풀린 채인 제 맘이 환해졌습니다. 얼마 전 홈쇼핑에서 구입한 전동드릴이 한몫 했습니다. 곧 거실 벽등(샹델리아는 도저히 교체 불능입니다. 사다리 위에 사다리를 한 개 더 놓아야 할 높이여서....)과 부엌 형광등도 바꿀 생각입니다.
저녁 먹으며 생각하니 여전히 아찔해서 좀 무모하지 않았냐고? 안 넘어진다는 보장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평화로운 얼굴로 "당연하지, 저럴 땐 고도의 집중력을 갖고 하잖아...." 그러면서 웃었습니다.
밝게 하고나니 안 좋은 것도 있습니다. 서까래 사이사이 회가 금이 간 것이 다 보입니다. 몇 년 후 회 보수작업을 할 때엔 '아시바'를 하나 사야겠지요.... 애구..... |
출처: 가 을 하 늘 원문보기 글쓴이: 가을하늘

첫댓글 작업대가 아무래도 아찔한대요. 다음부턴 큰 사다리를 쓰시는게...떼어낸 등은 버리나요? 선풍기 달린거..
네. 그럴려고 마당에 내놓았어요. 전기상에 갖다주어 필요한 분에게 드리라고 하고 싶지만 나사 등등을 제대로 챙기질 못 한 것 같아서요. 혹 필요하신가요? 필요하시다면 나사 찾을 수 있을만큼 찾아 볼까요?
@가을하늘 집사람이 우리집엔 안어울린다네요..
@능선 새로 쓸 때 선풍기 위쪽을 청소할 수가 없어 쓰기가 어려워요. 높은 천정에 달아놓기엔요.
천정에 달이 세개나 떴네요! ㄴㅁㄲ님 대단 하십니다! 다음에는 안전에 만전을 기하시길!
햐 ! 거참, 보통일이 아니네 ?
사진만 봐도 아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