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분록(年年分綠), 옹수곤(翁樹崐),
1813년, 지본묵서, 최초 공개
연연분록(年年分綠, 해마다 푸른 빛 나누다) : 옹수곤(翁樹崐, 1786-1815)
연연분록(年年分綠), 옹수곤(翁樹崐), 1813년, 지본묵서, 최초 공개
1813년 청대 문인 옹수곤이 조선의 문신인 두실(斗室) 심상규(沈象奎)에게 보낸 부채 글씨다. 옹수곤과 심상규의 인연은 1812년에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당시 옹수곤은 김정희의 서신을 통해 성절사(聖節使)의 자격으로 중국 연경(燕京)을 방문한 심상규를 소개받아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술잔을 기울이고 詩文을 나누며 돈독한 교분을 맺게 되었다.
부채에 쓴 글
年年春艸夢 分綠到春袍 對酒吟哦處 題襟意氣豪
花箋傳錦字 雲路送征旄 新雨催紅豆 東風試紫毫
扇搖重疊韻 塔影七層高 好句酬詩友 多情謝客曹
雞聲低夜月 鴨綠起江濤 流水鍾期遠 空羣伯樂遭
爲儀占在陸 鞞봉咏容刀 古意澄氷鏡 離愁澹濁醪 * [鞞, 칼집 병], [봉(革+奉, 칼집 장식 봉)]
織殘鮫士淚 賦感楚人騷 尺素雙魚寄 秋來屬望勞
再依小華扇頭韻艮呈斗室老仁兄正句用代別章 癸酉仲春
四日 翁樹崐
해마다 봄날 풀밭의 꿈을 꾸고 푸른 빛 나뉘어 봄옷에 스며드는데
술 마시며 시를 읊는 자리에서 옷깃에 적은 글귀의 의기는 호기롭기만 하네.
화전지(花錢紙)에 금자시(錦字詩)로 전하여 구름 뚫는 길에 깃발로 떠나보내는데
새로운 비가 나를 재촉하고 동쪽 바람이 자호필(紫毫筆)을 시험하는구나.
부채 흔들며 중첩된 음율 읊는데 탑 그림자 일곱 층으로 높이 솟아있고
좋은 구절로 시 짓는 벗에게 답하며 다정함으로 손님에게 감사하네.
한밤 달빛 아래 닭 울음소리에 압록강 물결이 일어나고 흐르는 물 따라
종자기의 벗은 멀어졌으니 텅 비어져 백락(춘추시대 秦의 정치가)도 만날 수 없구나.
의례 삼아 육지에서 점치고 북과 갑옷 읊조리며 칼 들었으니
옛 뜻은 거울 같은 달처럼 맑고, 이별의 슬픔은 탁주처럼 담백하다네.
교사(鮫士-물속에 산다는 선비?)의 눈물로 직조하고 초나라 사람의 슬픈 노래에
감정 담아 읊고 짧은 편지에 두 마리 물고기 그려 보내니 가을이 오는데
기약 없는 기다림에 시름만 깊어져 가는구나.
다시 소화선(小華扇)의 운에 따라 두실(斗室-沈象奎) 인형께 올바른 구절로써
작별의 글을 대신하여 사용합니다.
계유년(1813년) 음력 2월 4일, 옹수곤.
부채 속 내용을 보면, 옹수곤은 심상규의 문필(文筆)에 찬사를 보내었고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서로의 친교가 꽤 깊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옹수곤은 심상규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기쁜 일이 있기를 소망하며 복록과 장수를 기원하는 쌍어문(雙魚紋)을 그렸고, 부채의 선면에는 심상규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시를 남겼던 듯하다.
<연연분록>은 조선과 중국 문인의 교유와 증답(贈答)의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특히 추사 김정희를 통한 중국 청조 문사와 조선 문인의 교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