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음유시인의 노래, 이솔로몬마지막 페이지를 남긴 승부사
글 유슬기 기자 | 2021.12.22
무대를 찢는 고음의 소유자도 아니고, 엄청난 반전의 캐릭터도 아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서사나 눈물짓게 만드는 사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솔로몬은 3개월간의 경연기간 동안 줄곧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뛰고 있다. 결승을 앞둔 지금 그는 여전히 상위권에 있다.
1993년생, <그 책의 더운 표지가 좋았다>는 산문집을 낸 시인, 이 솔로몬은 예선에서 <집시여인>을 불러 올하트를 받았고, 팀미션에서는 김동현, 손진욱, 조연호와 함께 아이유의 <러브포엠>을 불러 올하트를 받았다.
매번 새로운 하트를 터뜨리며 다음 단계에 오르는 인물
본선 2차전에서는 이주천과의 1:1 대결에서 <오래전 그날>을 불러 패했지만, 추가합격으로 다음 라운드에 올랐고 팀메들리 미션에서는 ‘숯속의 진주들’이 2위를 차지해 전원합격이 무산됐지만 역시 추가합격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김유하와 맞대결을 펼쳐, 노을의 <만약에 말야>를 불렀고 승리하면서 결승에 오르게 됐다.
관객들과 마스터들의 합산 점수는 5위였지만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23만표를 얻으면서 3등으로 역전했다. “이솔로몬이 시인에서 음유시인으로 거듭다고 있다”고 말했던 윤명선 마스터는 결승전 이솔로몬의 <사랑 안 해>를 듣고는 “그동안은 시를 쓰는 것 같았는데 이제 한 권의 시집을 듣는 것 같다”고 평했다. “아버지가 지혜롭게 살라”며 지어주신 이름인 ‘솔로몬’은 스무살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했고, 군대에서 상사의 제안으로 ‘시인’이 되어 현재는 대구에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솔로몬은 자신을 “시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오늘을 넘기면 안 될 것만 같은 글을 쓰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의 것을 쓴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간이 주는 적막이 심적인 고요와 맥을 같이 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시인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적었다. 2020년 7월 출간된 <그책의 더운 표지가 좋았다>는 이북으로만 구입 가능함에도 구입자들의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팬덤의 활약이다.
국민가수 1주차, 대국민 응원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솔로몬은 3개월 후에도 여전히 응원투표의 선두권이다. 김동현, 박창근, 고은성 등 이미 실력이 압도적인 이들은 모두 ‘이전의 자신’과 싸우기 위해 분투한다. 마스터도 국민도 이들에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그들의 무대를 지켜본다. 이솔로몬은 다르다. 김범수의 말대로, “뭐지? 진짠가?” 싶은 마음으로 다음 무대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면 다음무대에서는 여지없이 ‘진짜구나’ 싶은 순간이 나온다. 기대치가 높지 않은 덕분에 늘 기대이상의 무대를 선사한다. 시인의 노래는 이렇게 여운이 길다. 이솔로몬은 자신의 책에 이렇게 적었다.
이솔로몬의 시집 한권을 읽은 기분
"계절이 가면 다시 계절은 옵니다. 사람도 자연을 닮아 서로의 곁에 잠시 머물다 다시 갈 뿐입니다. 떠남이 없다면 남겨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머물기도 하고 때로는 떠날 수 있어 우리는 무언가를 오래도록 추억하고 그리워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영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봄을 떠올리는 마음은 봉숭아 꽃물을 들이던 그 어린 날 행복한 일기처럼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스케치북 같이 웃던 유년의 그 시절들 말입니다."
목소리
승부에 연연하지 않아서 더 강한 승부사, 이솔로몬은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결승까지 많은 이들이 “왜 이솔로몬에게 끌릴까”, “왜 홀렸을까”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의 무대를 본다. 마음을 움직이는 마성의 남자, 그저 어린 날 행복한 유년시절처럼 웃는 사람. 그의 마지막 무대는 23일 목요일 결승 무대에서 펼쳐진다. 그는 마지막 페이지에 어떤 노래를 적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