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행사 - 민노총 노동절 집회… 5월 첫날 광화문 앞의 두 모습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행사에서 아이를 안은 아버지가 줄넘기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발표한 ‘어린이 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왼쪽 사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같은 날 광화문광장 건너편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조합원 2만3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세계 노동절 대회’를 진행했다.
송은석 기자, 최혁중 기자
양대노총 “反노동 정책 맞서 투쟁”… 尹 “고용세습 뿌리 뽑을것”
노동절, 정부-노동계 강대강 대치
근로자의 날인 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쪽 사진)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각각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근로자의 날 집회를 열었다. 이들 양대 노총은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하며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뉴시스·최혁중 기자
‘근로자의 날(노동절)’인 1일 양대 노총이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나란히 ‘법치’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노동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은 양쪽이 타협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노동계 “정권 심판” vs 尹 대통령 “법치”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 등 15개 시도에서 1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해 ‘5·1 총궐기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1년은 굴욕 외교에 의한 외교 참사, 경제와 민생 파탄, 검찰 공화국 공포정치를 통한 노동 탄압의 1년”이라며 “총파업 투쟁을 통해 정권을 심판하자”고 말했다. 민노총은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청역 1번 출구까지 6개 차로를 점거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3만 명(주최 측 추산)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의 노동절 집회는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반(反)노동정책에 맞서 끈질긴 투쟁의 대장정에 돌입하겠다”며 “정부가 노동 혐오를 멈추지 않고 반성과 정책 변화 없이 불통의 길을 고집한다면 노동자 저항의 불길이 정권 전체를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오후 2시부터 여의도공원 앞에서 5개 차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종로와 여의도 일대 집회에 3만8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노총 조합원 4명이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집회가 끝난 뒤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한 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4시 40분경 용산구 삼각지파출소 앞에서 대통령실 쪽 길목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밀쳤고, 그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다쳤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한 4명에 대해 수사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의 고용 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을 유연화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도 대전 방문 일정에서 “노동개혁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서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구현을 위한 노사 법치 확립과 노동 약자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노정 관계 격랑…“대화와 타협 필요”
노동계와 정부가 서로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면서 향후 노정 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노조 회계 투명화 등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은 6월 최저임금 인상 투쟁, 7월 총파업 등을 거쳐 하반기(7∼12월)까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노총도 올 3월 대정부 투쟁기구를 설치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간 양측이 대립으로 일관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타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노동계는 그간 방치됐던 잘못된 관행을 고치라는 정부의 경고를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고, 정부도 노동계를 적으로 돌린 채 개혁을 추진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궁극적 해법은 대화와 타협”이라며 “양쪽 모두 타협적인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노조를 비리 집단으로 몰아가는 식으로는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며 “노동계를 포함한 사회 각층의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 노총이 노동개혁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 언제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주현우 기자, 최원영 기자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영장심사 앞두고 분신
건설업체 상대 갈취 혐의… 의식불명
“정당한 노조 활동” 자필 유서 남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간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35분경 강원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 A 씨(50)가 몸에 휘발성 물질을 부은 뒤 불을 붙였다. 주위에 있던 이들이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껐지만 A 씨는 전신화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헬기로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지난달 A 씨 등 강원건설지부 전현직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날 오후 3시 강릉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도내 건설 현장에서 공사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업체들로부터 8000여만 원을 갈취한 혐의(공동공갈 및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A 씨 등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A 씨는 자필로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 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A 씨의 분신 소식이 알려지자 민노총 건설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현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근로자의 날 기념 결의대회에 참석했던 강원건설지부 노조원 500여 명도 강릉지원 앞 분신 현장을 찾아 긴급 집회를 열었다.
강릉=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