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강신주와 장자
얼마 전 신간 코너에서 알게 된 책 <강신주의 장자수업 1>을 읽었단다.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강신주 님을 좋아한단다.
아빠는 틀에 박혀 스스로 자유를 제한하면서 지내는데, (그게 더 편한데)
강신주 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거든..
아빠랑 생각이 많이 다르시지만,
아빠가 본받고 배우고 싶은 그런 분이지…
그래서 강신주 님의 책이 출간되면 관심 있게 눈 여겨 보는 편이란다.
그런데 이번에 쓰신 책이 장자라니….
강신주 님이 장자에 대한 책은 그 전에도 쓰신 것으로 알지만,
다시 한번 장자에서 대해서 이야기하신 모양이구나.
장자는 아빠가 동양 철학자들 중에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이거든.
동아시아에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아무래도 공자이겠지만,
장자는 공자가 영향을 준 동아시아에 살고 이들의 일반적인 관념을 깨는 사람이거든.
장자를 읽다 보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아빠도 장자처럼 생각하고 장자처럼 행동하고 싶게 만든단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곤란을 좀 겪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래서 생각만 장자처럼 하는 것으로…^^
그렇다고 아빠가 장자를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야.
장자에 대한 책들을 여럿 읽어보긴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해.
심오한 철학을 아빠가 어떻게 이해하겠니.
아무튼 아빠가 좋아하는 강신주 님이 아빠가 좋아하는 장자에 대해서 책을 쓰셨다니,
당연히 읽어야겠지.
이 책은 EBS를 통해 강신주 님이 방송도 하신다고 하더구나.
어찌 보면 그 방송의 교재라고 할 수도 있겠구나.
우리는 TV가 없으니, 본 방송을 보긴 어렵지만,
유튜브에도 조금씩 소개가 되고 있더구나.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강신주 님이 살이 많이 빠져서 걱정했는데,
방송하시는 모습을 보니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구나.
<강신주의 장자수업>은 모두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은 1권을 먼저 이야기해줄게.
이런 책을 읽는 것은 뿌듯하면서 무엇인가 가슴 속에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 채워진 느낌을 다시 다른 이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은 참 어렵더구나.
너희들에게 이 책을 제대로 이야기해주기 쉽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거야.
너희들이 좀더 크면 직접 한번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물론 바쁘시고 장자에 관심이 없으면 안 읽어도 상관 없고 말이야.
서두가 길어졌구나.
아빠가 이 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으니, 짧게 몇 가지만 이야기할게.
장자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관련된 책도 많고,
유튜브에 동영상도 많으니 보면 될 것 같구나.
1. 쓸모 없음
장자(壯者)는 장 선생님 정도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장자의 본명은 ‘장주’라고 하는구나.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 중에 송나라에서 태어났는데,
송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힘이 약해서 무시당하고 깔보던 나라였다는구나.
그런 그의 국적이 사상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을까? 잘 모르겠다.
책 <장자>는 장자뿐만 아니라 장자를 따르던 이들이
약 300년간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장자가 직접 쓰거나 이야기한 내용도 있지만,
그런 장자를 따르고 공부하고 이들이 쓴 내용도 있는 거야.
인터넷 좀 찾아보니 <장자>는 총 33편 6만 4606자로 되어 있다는 구나.
<장자>는 짤막한 이야기도 구성되어 있는데,
이야기하나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철학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아빠가 이해한 바로는 장자 사상의 핵심은 “쓸모 없음”이란다.
장자가 살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대였단다.
어떤 사람이 능력도 좋다면, 그러니까 쓸모가 많다면
많은 인재들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나라는 그 사람을 등용하게 된단다.
그렇게 쓸모 있는 사람은 나라를 위해서 일하거나 때론 전쟁에 투입되지.
그렇다 보면 금방 죽을 수도 있어.
하지만 별로 능력도 없이 쓸모가 없다면 국가는 신경도 쓰지 않을 테고,
조용하게 한 평생을 평화롭게 살아갈 수가 있는 거란다.
자, 그렇다면 쓸모 있는 인재가 좋은 것인가.
오늘날도 마찬가지야.
어렸을 때부터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단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단다.
왜?
장자가 살던 시대나 오늘날이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한단다.
물론 쓸모가 있으면 더 많은 돈을 벌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어.
그게 자본주의 시스템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런 쓸모 있는 인간은 자신보다 국가가 원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했어.
그러면서 국가가 원하는 인간이 되지 말고, 국가가 원하는 일을 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했단다.
나아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단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이야기하는 부모님들이 찔릴 말이로구나.
…
쓸모 없음에 관한 이야기는 책 전반에 걸쳐 나온단다.
6장 거목 이야기도 쓸모 없음을 이해하는데 재미있는 우화가 나온단다.
잘 자란 나무는 재목이라고 해서 금방 누군가 베어간단다.
그런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무는 아무도 베어가질 않아
엄청 클 때까지 자랄 수 있단다.
자, 쓸모 있는 것이 좋은가? 쓸모 없는 것이 좋은가?
장자와 강신주 님께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대충은 이해가 가지만,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있다면
오늘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존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장자가 쓸모 없음을 이야기하자 혜시라는 사람은 반박을 했단다.
쓸모 없는 커다란 박은 부서져서 버려진다고 말이야.
그러자 장자는 이에 반박을 한단다.
커다란 박은 박으로는 쓸모가 없지만,
배로 쓸모다 있다고 말이야.
사람들의 능력도 마찬가지란다.
어느 일에 있어서 내가 쓸모가 없을지라도
다른 일에서는 쓸모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보통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는데,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그런데 쓸모가 없어져도 그를 소중히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 그를 사랑하는 사람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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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우리는 성적이 좋은 아이여서, 품이 덜 드는 아이여서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쓸모가 있는 아이, 동년배보다 쓸모가 더 큰 아이라는 것이 사랑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입시에 실패할 때, 취업에 실패할 때, 혹은 정리해고라도 당했을 때 여러분의 아이가 여러분을 떠나거나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무용으로 아이를 사랑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쓸모가 없어지더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아이는 죽지 않고 여러분을 찾아올 테니까요. 아무런 쓸모가 없어도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남편도 아내도 무용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바람도 물도 그리고 새도 물고기도 무용으로 좋아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언젠가 병들도 나이 들어 쓸모는커녕 주변에 짐이 되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럴 때 주변에 여러분을 쓸모로 평가하지 않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건, 바로 이것이 무용을 강조했던 장자의 진정한 속내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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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와 타자
<장자>에 나오는 대표적인 우화라고 하면 빈 배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아.
빈 배 이야기는 아빠가 예전에 읽은,
오쇼 라즈니쉬가 장자에 대해 쓴 책 <삶의 길 흰구름의 길>이라는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이야기인데 관념을 딱 깨어주는 이야기였단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려 있고,
우리가 빈 배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 이야기는 이렇단다.
배를 타고 큰 강을 건너는데 어디선가 떠 내려온 빈 배가 내 배에 부딪히게 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거야.
하지만 어떤 사람이 타고 있는 배가 내 배에 부딪힌다면 어쩌겠니.
당장 노발대발 큰 소리를 칠 거라는 거지…
두 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 자신을 빈 배처럼 만든다면 아무도 나에게 맞서지 않고,
나로 하여금 상처를 입지 않게 되겠지.
음, 쉽지는 않지만 상당히 일리 있는 이야기구나.
…
장자의 첫 번째 이야기는 ‘붕’이라고 하는 아주 큰 새에 관한 대붕 이야기란다.
붕은 원래 엄청나게 큰 물고기 ‘곤’이었어.
그런데, 엄청나게 큰 새 ‘붕’으로 변했어.
얼마나 크냐면 날개가 몇 천 리라고 했어.
그렇게 크다 보니 땅에서는 날개 짓을 못해서 날지를 못했어.
커다란 태풍이 와야만 그 바람을 이용해서 날 수 있었단다.
마침내 큰 태풍이 와서 붕은 날아올랐단다.
그렇게 하늘을 날면서 붕은 자유롭다고 생각했어.
오랜 기다림과 어려운 조건을 이겨낸 자유라고 할까.
바람이 없으면 날지 못하는 자유.
제한된 자유.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제한적 자유를 가지고 있어.
그런데 그 제한적 조건이 어려워서 그 자유를 누리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란다.
마치 메추리처럼…
메추리는 날고 싶을 때 날고, 앉고 싶을 때 앉는단다.
현재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만 얻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자유롭다고 하지.
태풍이 오면 그것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고 피한단다.
대붕처럼 제한적이고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는 자만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단다.
그리고 대붕은 바람이 있어야 자유를 얻을 수 있어.
이것은 두 존재 또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해.
장자는 자신과 타자의 관계를 고민했던 철학자이고,
우화에도 그런 내용이 많이 나와 있단다.
또 다른 에피소드 중에 바람 이야기가 있어.
구멍이 있는데 바람이 있다면 구멍이 소리를 나지 않는다는 거야.
피리 등 악기들 중에 구멍에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있는데
바람이 없다면 그 악기들은 아무런 소리를 못 낸다는 거야.
그렇게 관계에 엮여 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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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차라리 우리는 바람과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우리의 마음은 바람과 같으며, 나아가 바람과 같은 것이어야만 합니다. 구멍이 되어 바람을 맞아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바람이 되어 누군가의 구멍에 들어가 그 구멍에 어울리는 소리를 낼 수도 있으니까요. 바로 이것이 장자가 바람의 철학자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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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른 사람과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책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잘 듣는 것을 장자는 강조했단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더 나아가 기로 들으라고 했어.
아빠가 성격이 급해서 차분히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편인데
그래도 노력은 하려고 한다.
아빠도 잘 들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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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325)
음악을 듣는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을 들을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습니다. 혹은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 거실의 불을 끄거나 빛을 약하게 조절합니다. 음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할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행동은 군주를 보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는 복종의 행위와는 다릅니다. 눈을 감고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는 행동은 상대방을 지배하거나 상대방에 복종하겠다는 의지와 무관합니다. 음악이나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우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을 감게 됩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음이 상대방에게 복종하지 않으려는 의지라면, 눈을 감는 것은 상대방을 지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군주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하는 신하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지요. 타자의 말이나 혹은 타자를 듣는다는 것은 지해에의 의지나 복종에의 의지를 넘어서 있습니다. 그건 소통에의 의지니까요. 장자는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고 말합니다. ‘귀’, ‘마음’, 혹은 ‘기’보다 수천 배 중요한 것은 ‘듣겠다’는 그의 의지입니다. ‘듣겠다’는 소통에의 의지가 귀로 듣는 것보다 마음으로 듣는 것이 좋고, 마음으로 듣는 것보다 기로 듣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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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지리소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이 이야기도 참 인상 깊었거든.
장자의 핵심 철학인 쓸모 없음에 대한 주제도 포함되어 있고 말이야.
지리소라는 사람이 있었어.
지리소라는 외형은 꼽추로 제대로 설 수도 없는 몸으로
다른 사람이 보면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지리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단다.
지리소는 그 자신의 몸을 탓하지 않았어.
빨래와 바느질에 소질이 있어서 돈벌이에도 문제가 없었어.
자신이 다 가졌다고 생각했어.
장애를 가졌다 보니 나라에서 돈도 좀 주고 그랬대.
그런데 돈을 주지 않아도 상관없었어.
이미 자신은 먹고 사는데 문제 없고 사는데도 문제 없으니까 말이야.
전쟁이 나서 사람들이 끌려가도 지리소는 꼽추라는 장애 때문에 피할 수 있었어.
진정 모든 것을 다 자신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주어진 여건이 열악하지만 그것을 이용하고 그것에 만족하는 지리소를 보면서
아빠 자신을 반추해 보게 되더구나.
아빠 자신을 볼 때 갖고 있는 것보다
뭔가 부족한 것을 먼저 보고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모습 말이야.
지리소에게서 참 배울 점이 많구나.
….
그 밖에 아빠의 머리를 때리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단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2권의 이야기도 조만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장자>는 인류가 자랑하는 고전입니다.
책의 끝 문장: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다면, 열자는 이렇게 산 것입니다.
책제목 : 강신주의 장자수업 1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EBS BOOKS
페이지 : 360 page
책무게 : 583 g
펴낸날 : 2023년 10월 20일
책정가 : 19,000원
읽은날 : 2023.11.20~2023.11.23
글쓴날 : 2023.1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