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에 들어와보니까..조흥은행파업이 타결되었다고 한다.
정말 잘 된일이다. 이번 파업을 둘러보면서 ,지난번의 SK사태도 마찬가지지만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행태와 이의 무분별한 동조로 이어지는 여론이 너무 일방적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그 반대의 의견도 있을 법한데, 도무지 눈씻고 찾아봐도 반대의견을 피력한 신문은 어디에도 찾아볼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다.
물론 사회전체적인 측면에서 이해관계자가 아니면 사회의 안정과 혼란을 막을수 있는 입장에서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거기에서 의견을 피력하겠지만, 어디에도 반대적인 논리와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사회의견의 합의는 양측의 대등한 의견을 종합하여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정도일진대 한편의 시각으로 다른편을 여론의 힘으로 누르는 것은 아직도 한국사회는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엿볼수가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각도에서 이번 조흥은행 파업에 대해서 한번더 생각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초점을 압축해보면 노조측은 독자생존 가능성을 번복한 정부안에 대한 반발이고, 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공적자금 회수차원에서 매각을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대의명분 뒤에 숨겨져 있는 속사정으로는 고용승계, 헐값매각과 특혜시비가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사후손실보전액 보장이 결국 제 2의 제일은행건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정부는 ‘팔 수 있을 때 팔자’는 주의에 급급한 인상이다. IMF사태이후 공적자금 60조원이 투입되고 금융권이 대거 국영화된 처지에, 사정이 나아져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당한 가격에 정상적으로 처리되느냐 하는 것이다. 당국은 인수자인 신한지주 제시액보다 높은 가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말의 의혹은 왜 매각협상을 항상 도둑질하듯 그렇게 빨리 전격 해치워야 하느냐는 점이다.
예컨대 조흥은행의 BIS비율 등의 실적이 그렇게 심각했다면 부실은행에 웃돈을 얹히는 신한지주측이 바보이거나,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정부관료적 시각에서는 매각실적, 그 자체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일반의 시각에서는 또 한번의 금융동결이 불안하며, 그렇게 해야 금융이 안정화되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규모로 보면 조흥은행건까지 포함해봐야 총 공적자금의 10%회수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사실상 회수불능이어서 이 건이 공적자금회수의 고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사태의 원인은 역시 IMF 당시 금융처리의 부실이다. 기업부실-금융부실-정부 떠안기라는 통상의 미루기 3단 논법이 결국 끝까지 말썽을 부리고 있다. 도대체 요즈음 부각되는 경제문제라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여전히 진정한 금융개혁이라는 과제에 아직도 당면해 있는 것이다.
조흥은행이 매각 합병되면 합병효과가, 독자생존하면 살아남기 위한 생산성 증대가 요청되므로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가를 판정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은행민영화를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기는 편인데, 도대체 민영화해서 좋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자없는 소액예금, 지로납부 거부, 높은 각종 수수료, 큰 폭의 예대마진차, 가계•신용부실은 대개 그 전 시대에는 없었던 금융민영화의 파생물이다.
현재의 금융민영화는 세계의 금융불안이 고조된 1998년 사태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금융세계화의 반영이다. 금융약소국 처지에 이러한 세계금융의 흐름을 명백히 거부할 수는 없다지만, 순진하게 완전히 거기에 맞추려고만 하다가는 뱁새 다리 찢어지는 형국이 된다. 다만 세계의 은행기능은 결제기능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인데, 은행이 수익성에 연연해 아직도 대부기능에 전념하는 것은 실패한 일본형 자유방임 금융의 전철을 따르는 듯해서 마땅치 않다.
금융거래의 투명성과 결제기능 강화가 은행 생산성의 목표라면, 당면한 금융개혁 목표는 결제비용 인하조건 구축, 금융결제와 공동처리방식의 시스템효율 제고와 그를 위한 금융기관간 협력과 공동의 뼈를 깎는 노력이 초점이다.
당국이 보조할 것은 이를 위한 제도보완, 신용부실의 감독과 비상시 지원시스템이지, 빠른 공적자금회수와 자유방임, 매각실적이 목표는 아닌 것이다.
제일은행사태 등 대형 금융처리건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언제나 이른바 ‘관치금융’의 실패가 배후에 있고, 비밀거래와 실적주의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요컨대 말발이 통하려면 노조가 거추장스럽다고 무조건 타박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전체가 사는 금융효율화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하자고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못하면 사태는 또 반복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언제나 일터가 유일한 밥그릇인 처지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이점에서 우리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솔직하게 시인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것이다.
암튼 조흥은행의 파업문제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않고 해결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못내 아쉬운 감정을 한번 피력해보았다.
첫댓글 오랫만에 오신듯하네요. 고맙습니다. 비교해서 잘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