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나는 봄을 무척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았다.
해마다 봄바람이 불어올 때 나는 늘 겨울잠을 자고 있던 동물들처럼
한순간에 깨어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어쩌면 마음으로 늘 웅크리고 잠을 자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봄이라는 절기가 어릴 적 부터 내 얼굴에 마른버짐을 피게 하고
내 마음의 춘궁기도 함께 찾아 온 듯 아스라한 현깃증이 돌게 해서
늘 이맘때쯤이면 사물탕같은 약들을 어릴 적 부터 달고 살았던 듯 하다.
사실은, 머릿속이 한순간도 쉬지 못하는 심각한 일중독 속에 빠져 있는 나를 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끝이 없이 단순할 수도 있는 일을 확대 재생산 하고픈 욕심과 야망 속에 빠져있는 나를 본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을 기획하고,
장래를 내다보며 뭔가 때를 읽어내는 혜안을 갖고 싶었다.
뒤늦게나마 나는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졌나보다.
그래서, 오십이 넘도록 집안에서 칩거해 온 내가 바깥 세상을 향해 던진 출사표에 대해
나름 커다란 의미를 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풍차를 향해 용감무쌍하게 도전한 돈 키호테처럼 나 역시 칼자루를 휘두르며 막무가내로
이 세상을 향해 뛰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많은 일들을 저질렀다.
그 저지른 일들이 다행히 좋은 결실로 돌아오고 있으며
내 친구들이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의 무모한 욕심에 대해 격려와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주었다.
돌아보면 나는 늘 치열한 그 무엇에 나를 던져야만 했던 날들을 보낸 것 같다.
늘 치열함 속에 살아가기를 스스로 종용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울때는 밤낮 없이 아이들에 관련한 것들만 (교육, 문화, 정서, 인성. 진로.....) 생각했었다.
내가 꿈 꾸어 온 이상에 대해 나는 반드시 그것을 실현하고 이루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아이들을 반드시 잘 키워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들에 시달린 듯 하다.
그래서 나같은 소심쟁이가 보따리를 싸서 아이들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 갈 수 있었으며
그 곳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입시방향을 분석하고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여
시기적절한 전략으로 내 아이들을 둘 다 내 목표였던 '아이비 리그 대학'에 입학 시켰다.
그러고 나니 나는 어느 새 미국대학 입시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귀국하여 내 뜻대로 딱 일년을 한 없이 퍼져서 쉬면서 놀았다.
그 일년을 보낸 후 나와의 약속대로 나는 새롭게 일을 시작한 것이다.
하루가 의미없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나는 가진 듯 하다.
잠자리에 들어 하루를 돌아보며 내 자신에게 한없는 타박을 하는 날들이 최근에 와서 많아진다.
두통이 자주 찾아오고, 기력이 떨어짐을 자주 느끼면서
나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가슴을 꽉 채우는 이 답답함에서 벗어나고픈 내 심리에 대해 봄날의 자극을 컸나보다.
사실은 참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일을 계획하고 끌어나간다는 것이 멈출수 없는 달리기를 시작한 마라톤 선수,
아니 자전거를 타는 곡예사같은 기분이었다. 멈추는 순간 넘어지는......
나는 어쩌면 플래토 현상 (plateau)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원이라는 뜻을 가진 이 플래토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쉽게 말하면 침체기, 정체기라는 말과도
비슷하게 해석될 수 있겠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한 발 한 발 올라갈 때마다 위로 위로 향하다가
갑자기 평평한 고원지대를 만나게 되면 한 없이 걷고 걸어도 그 자리이다.
나 역시 넓고 넓은 플래토를 만나서 걷고 또 걷는 고단함을 느끼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걸음을 중단할 수 없으며, 이 고단한 걸음이 어느 날 내게 일망무제로 확 트인
정상에 이르게 하리라는 생각 속에서 걷고 또 걷는 나를 본다.
요즘 며칠 하릴없이 하루를 죽이곤 했다.
오늘 아침 눈을 뜨며 내게 말한다. '돌아보며 후회하는 시간은 이젠 그만'......
나의 일들로 부터 벗어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이 아침에 접는다.
초심으로 돌아가 맨 첫날 나의 일터, 내 책상 앞에 앉던 날처럼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는 새롭게 시작해야 하리라.
일찍 서둘러 출근을 하고 내 책상을 반짝 반짝 닦아내고
밀린 일들을 얼른 정리하고, 새롭게 제작하기로 기획한 홈 페이지 제작도 의뢰하고
견적을 받고, 그리고 교정 봐야 할 무수한 원고들을 차고 앉아야 하리라.....
나에게 새로운 다짐을 스스로 하기 위해 이 시간을 보낸다.
어디서라도 이렇게 나를 보여주고 내려 놓을 공간이 있음에 감사한다.
사월의 막바지를 나는 이렇게 마무리해간다.
엘리어트의 말처럼 내게도 '사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그러나 신록의 계절 오월을 바라보며 내 안의 새싹들이 싱그러워질 오월을 꿈 꾸어 보는 것이다.
내게 격려를 보낸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Yes, I Can!
Yes, I 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