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들 "수억 달러 손실로 8차례나 자금 조달"
운송업계 "부품 하나만 지연돼도 전체 생산 차질"
정권교체시 보조금 중단 가능성에 업계 비상
북미 전기버스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이 추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캐나다 도시교통 연구혁신 컨소시엄의 조사 결과, 북미 전기버스 제조업계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제조사인 노바버스(Nova Bus)는 최근 3년간 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생존을 위해 8차례나 긴급 자금을 조달했다.
NFI그룹과 노바버스 등 주요 제조사들은 이중 관세 부과에 직면했다. 미국산 부품 수입 시점과 완성 차량의 미국 수출 시점에 각각 관세가 부과되는 구조여서 캐나다-미국 간 통합 시장에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제조 현장의 문제도 심각하다. 전기버스 한 대 제작에 필요한 수만 개의 부품 중 단 하나라도 공급이 지연되면 전체 생산이 중단된다. 수에즈 운하 봉쇄와 공장 인력 제한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더해지면서 납품 지연이 일상화됐다.
도시별 맞춤 제작 요구도 제조사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요금함 디자인부터 운전석 컵홀더 크기, 차량 도색 색상까지 도시마다 상이한 사양을 요구해 생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오타와시는 뉴플라이어와 노바버스에 각각 50대씩 주문을 분산했다. 차량 수명 15년 동안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치다.
한편, 현재 전기버스 산업의 근간인 정부 보조금이 정권 교체로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생산 중단은 물론 대중교통 서비스 축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시민들의 일상적인 이동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위니펙과 세인트존 등 여러 도시에서는 이미 디젤버스 구매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중고 버스는 캐나다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상황이며, 새 디젤버스 주문 시에도 최대 2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전기버스 산업의 붕괴는 단순한 제조업체의 손실을 넘어 북미 전역의 대중교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환경 정책과 맞물려 추진해온 친환경 대중교통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