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5 (금) “윤석열 대통령 아니라카이”… 싸늘하게 돌아선 TK 민심
“솔직히 지지하는 쪽인데도, 주변에서 그러고 매스컴에서 하도 잘못한다고 하니깨네, 잘못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진한(75)씨가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뭐,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는 좀 그렇긴 해요. 자꾸 안 좋은 얘기만 나오고. 대통령은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야당이 계속 여사 문제를 물고 늘어지니깨네.” 그는 제 손으로 뽑았고, 여전히 지지하는 대통령이 10%대 지지율로 추락한 상황을 몹시 곤혹스러워했다.
대통령이 아내에게 단호하지 못해 문제라는 이도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원단 가게를 하는 이아무개(79)씨가 그랬다. “사람만 보면은 그 사람, 남자다 카이. 인물도 좋아. 근데 (김건희 여사가) 뭐라 카드나? 오빠 무식쟁이? 남편한테 그카믄 되나? 그거를 못 다스려 가꼬.” 그는 “박근혜는 자기 권력을 제대로 못 써서 바보, 윤석열이는 아내 처신을 ‘단도리’ 못 해서 바보”라고 했다.
11월 12일 대구에서 만난 시민들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박했다. 평생 보수정당만 찍었다는 이도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면 한숨부터 쉬었다. “대통령 칭찬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어요. 할매 할배들이 그러니, 저 같은 사람들은 대놓고 욕해요. 대통령도 아니라고.” 서문시장에서 가방 부속품을 파는 이재식(52)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구 민심의 동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11월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18%였다. 지난 11월 8일 조사에서 23%로 반등했지만, 대구·경북 지지도가 68%에 이르렀던 임기 첫 여론조사 때에 견주면 여전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악화된 대구 민심을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7일 기자회견 때 “(저를) 얼마나 아꼈는데, (대구·경북이) 얼마나 (제게) 실망이 크시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거리에서 체감한 전반적 분위기 역시 ‘불안’과 ‘답답함’과 ‘안타까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진짜 문제’라는 반응도 있었다. “한겨레는 영 별로”라며 취재를 한사코 거절하던 시장 상인 손진호(77)씨는 “윤석열이가 부정부패를 했나, 김건희가 부정부패를 했나? 문제는 한동훈인데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고 했다. “한동훈이는 진보 쪽으로 가야 된다 카이. 글마가 집안싸움만 안 해도 윤석열이 지지율이 45%까지 오른다꼬 내 장담한다.” 손진호 씨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옆에서 지켜보던 행인이 맞장구를 쳤다. “사장님 멋집니더. 내 생각이 딱 그라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관계를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관계에 견주는 말도 흥미로웠다. “유승민이가 박근혜한테 대든 거이 잘못이라 카는데, 내는 그래 생각 안 해. 유승민이는 박근혜한테 바른말 했고, 탄핵할 때 저쪽 편 든 거이 잘못인 기라. 한동훈이도 대통령한테 대들 수는 있는데 선 넘으모 유승민이 되아삔다.”(서문시장 원단 가게 사장 이씨)
젊은층 반응은 엇갈렸다. 동성로 중심가에서 만난 영남대생 최아무개(21)씨는 “여자애들은 나라 꼴이 이상하다는 걸 아는데, 또래 남자애들은 자기들이 약자인 줄 모르고 ‘약자에게 퍼주는 민주당이 싫어’ 국힘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그런다. 여기 어른들은 김정은이도 빨간 옷 입고 선거 나오면 뽑아 줄 거라고. 이번에 그분들도 제대로 느끼고 확 좀 바뀌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악인 신아무개(30)씨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봤는데, 남은 임기도 제 마음대로 할 거 같더라. 끝나고 감옥은 안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을 유흥업소 관리자라고 밝힌 ㄱ(28)씨는 심드렁했다. “나한테 일적으로 타격이 없으믄 대통령이 우예 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꺼?”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는 시민도 간혹 눈에 띄었다. 교육계에서 일한다는 진아무개(58)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국가기관과 국정을 사유화한 것”이라며 “어정쩡하게 퇴로를 열어주는 임기단축 개헌 같은 건 안 된다. 반드시 파면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인천 18만여명 수능… 21년 만에 ‘N수생’ 최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이후 처음 치러지는 202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지난해보다 9천명 가까이 늘어난 18만1천여명의 수험생이 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13일 경기도·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11월 14일 수능을 보는 경기·인천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8천941명이 늘어난 18만1천749명이다. 재학생은 11만4천132명, 졸업생은 5만9천749명, 검정고시 출신은 7천868명이다.
경기도내 고사장은 344교 5천946개실, 인천은 58교 1천76실이 마련됐다. ‘N수생’을 의미하는 졸업생은 지난해 대비 902명 늘며 21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의대 증원을 노리고 재도전하는 재수, 반수생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N수생 수와 의대 정원이 동반 상승,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재학생들에게 이번 수능 난이도는 다소 까다로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시험 시 유의 사항’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더해진다. 시험장 입실은 수능 당일 오전 6시 30분부터 가능하며, 오전 8시 10분까지 완료해야 한다. 수험생은 반드시 수험표와 본인을 입증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신분증은 사진이 부착된 것으로 주민등록증, 기간 만료 전 주민등록번호가 표시된 여권, 유효 기간 내 주민등록증 발급 확인 신청서 등이 인정된다.
휴대전화, 스마트 기기, 태블릿PC, 블루투스 이어폰, 전자 담배 등 모든 전자기기는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만일 시험장에 가져왔다면 1교시 시작 전 감독관 지시에 따라 지정된 장소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지하고 있거나,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보관하다 적발될 경우에는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4교시 한국사 영역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수능 응시가 무효 처리되고, 성적통지표 역시 받을 수 없으므로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OMR 답안지 기재는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만을 사용해야 하며 ▲답안지를 샤프로 기재하거나 ▲수정 테이프가 떨어지거나 ▲이중 표기 등에 따른 불이익은 수험생 본인의 책임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마지막까지 안전한 시험 환경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수험생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라고 응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수험생 응원에 동참,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1년간 고생이 많았다”며 “마지막까지 최고의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대만에 투타 모두 밀린… 한국 야구 국제대회 ‘현주소’
'참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듯하다. 지금 이 결과가 한국 야구의 현주소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1월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 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라운드 1차전 대만과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조 2위를 두고 다툴 가장 유력한 경쟁자였던 대만에게 패한 대표팀은 조 2위까지 진출하는 슈퍼라운드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표팀은 네 명의 선발투수 중 류중일 감독이 가장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고영표가 에이스 역할을 맡아 이날 대만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대만은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기대주이자 대표팀 에이스인 좌완 린위민이 선발등판했다. 린위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이나 대표팀을 괴롭혔던 투수. 린위민을 어떻게 공략할지가 이날 경기의 핵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대만은 '린위민의 팀'이 아닌 한국보다 투타 모두 앞선 강팀이었다. 대표팀은 투타 모두에서 대만에 밀리며 패했다. 선발 싸움에서 일찌감치 승패가 갈렸다. 양팀은 1회를 나란히 무득점으로 마쳤고 대표팀 타선은 2회초 선두타자 윤동희가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후속타자 박동원이 병살타에 그치며 득점에 실패했다. 반면 대만 타선은 2회말 2사 후 집중력을 선보이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대만은 2회말 내야안타와 안타,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 찬스에서 1번타자 천천웨이가 고영표의 초구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만루홈런으로 연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번타자 린리가 담장까지 향하는 2루타를 터뜨려 다시 찬스를 만든 대만은 3번 천제슈엔이 다시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사실상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홈런 두 방이었다.
고영표의 실투도 있었지만 대만 타선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2회말이었다. 하위타선이 투수를 괴롭히며 찬스를 만들자 상위타선이 쓸어담으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득점을 일부 중심타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닌 하위타선에서 시작해 상위타선으로 연결해 대량득점을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강팀의 야구'였다. 반면 대표팀 공격은 중심타선과 한방에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출루 능력이 좋은 리드오프 홍창기가 출루하면 김도영-윤동희-박동원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어떻게든 불러들이는 '뻔한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대표팀 타선이 기록한 안타는 단 3개. 김도영의 1타점 2루타, 박동원의 1타점 안타, 나승엽의 솔로 홈런까지 안타 3개가 모두 타점을 동반한 것이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빈공이었다. 반면 대만은 안타 8개를 기록하며 공격에서 대표팀보다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사실 막연한 기대가 있었을 뿐, 현재 대표팀 전력이 대만을 앞선다고 볼 수는 없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원태인, 노시환에 박세웅까지 참가했음에도 대만전 1승 1패를 기록한 대표팀이었다.
심지어 린위민을 처음 만난 예선전에서는 0-4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제 대만과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만날 경우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대등한 전력의 팀이다. 하물며 원태인도 노시환도 구자욱도 빠진 대표팀이 대만을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날 패배는 큰 이변도, '참사'라는 격한 표현을 쓸 일도 아니었다. 넘기 쉽지 않은 상대인 대만에 패한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APBC가 아닌 완전한 국제무대에서 다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