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물안경을 쓰고<br><br>박남희<br><br><br>아내의 발명은 물안경을 쓰고 양파를 써는 것이다<br>나의 발명은 그런 아내를 보고 웃는 것이다<br>그러다 문득 깨닫는다<br>아내가 썬 양파가 물고기라는 것을,<br><br>갇힌 물고기는 본래 저렇듯 매운 것이다<br>그래서 물고기를 만질 때는 물안경을 써야한다<br>양파를 썰면<br>그 안에서 무수한 물고기가 튀어나오는<br>이상한 칼을 아내는 사용한다<br><br>물고기는 본래 물속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br>양파라는 물고기는 제 안에 너무 많은 물고기를 가두고<br>자유롭지 못해서 저렇듯 매운 것이다<br><br>아내는 그런 물고기를 볼 때마다 운다<br>여러 겹의 매운 자신을 본 것이다<br>그 때부터 아내는 양파를 썰 때 물안경을 쓰고 썬다<br>그걸 옆에서 지켜보며 웃는 내 눈도, 맵긴 맵다<br><br><br><br>ㅡ『현대시』(2010년 8월호)<br>ㅡ 2011년 제6회 윤동주상 추천우수작<br><!-- --> <!-- end clix_content --> </p><table class="clearTable"><tbody><tr><td> </td></tr></tbody></table><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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