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와 성 아우구스티누스 등 교부들은 십자가상 예수님의 늑방에서 나온 피가 마태오 복음 26장 28절에서 '이는 죄를 용서해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라는 구절의 성취로 보았고, '물'은 새로남(거듭남)을 얻기 위한 물 세례의 상징으로 보았다. 즉 '물'은 세례성사, '피'는 성체성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은총의 샘이신 예수 성심에서 흘러나오는 당신의 생명을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죄사함을 통한 새로남의 세례성사와 당신과의 일치와 영적 성화와 성숙을 위해 영혼 생명의 양식으로 주신 것이다. 특히 예수님의 죽음에서 세례의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은 세례의 신학적 목적 중의 하나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이며, 이처럼 새로운 생명을 얻기 이전에 죽음이 전제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즉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회개를 가져오는 세례에 불과했지만 (마태3,1), 예수님의 세례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세례인 것이다. 인류를 죄와 죽음과 사탄의 권세에서 해방시켜 주시기 위해 몸소 수난과 죽음의 희생 제물이시요, 제관이 되신 무죄하신 당신의 피와 물을 직접 보여 주셨다는 것은 죄사함의 은총과, 성화은총의 공급과 성장으로 말미암아 당신과 하나되게 하고 당신을 닮고 일치하게 하시는 은총의 원천과 샘을 정확하게 계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부활 제2주일인 자비 주일을 맞이해서 9일 기도를 바치는 이 은총의 시간에 자비 주일의 영성체로서 세례 때의 은총의 지위가 회복되는 영혼의 순결과 거룩함에 대해 묵상하며, 그것을 가능케 해주시는 예수님의 늑방에서 나오는 그 피와 물의 광선으로 드러나는 계시의 자비심 성화를 관상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더 이상 죄를 지어 성심에 창을 꽂아 성심을 아프게 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으며, 동시에 '무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육신), 영혼과 신성을 바치고 그분의 수난을 바쳐 인간의 죄로 말미암은 성부 하느님의 의로운 분노를 누그려뜨려 자비를 입지 않으면, 인류가 이제는 구제받을 길이 도무지 없으니 빨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하느님의 애타는 마음의 호소이다. 이제 '자비의 시간'이 지나가면 더 이상의 구원을 위한 기회는 없고, '정의의 시간', '심판의 시간'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몸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을 관상하면서 더 이상 죄를 지어 예수님의 십자가상 구속 성혈의 공로를 헛되이 돌려서는 안되며, 9일 기도와 자비심의 묵주의 기도, 고해성사와 희생, 그리고 부활 제2주일(자비주일)의 영성체를 통해 다시 찾은 세례성사 때의 영적 품위와 지위와 신분을 잘 지키고 관리하며, 잦은 영성체와 기도, 자선과 고통 봉헌을 통해 제2의 그리스도가 되어 믿음을 시험하는 이 시기를 잘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