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이후 중국 조선족,중국 정착 과정에서의 슬픈 역사-3]
중소우호동맹조약에 의하면 소련군은 일본군의 항복문서에 조인한 9월 2일부터 3개월 후인 12월 1일까지 동북지역에서 철군을 완료하여야 했다.
그러나 국민정부는 동북지역으로의 진군이 늦어짐에 따라 소련군에 철군 연기를 요청했고 중국공산당도 이를 묵인함에 따라 몇 차례의 연기가 거듭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련군은 5월 3일에 가서야 여순, 대련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동북지역에서 완전 철수하게 됐다.
미국은 중국 동북지역에서 영향력 행사를 강화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직접 국공내전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따라서 국민당정부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중소우호동맹조약도 국민당정부의 장제스가 참가하지 않은 얄타회담에서 미국의 루즈밸트가 소련의 스탈린과 밀약함에 따라 체결된 것이다.
미국은 얄타회담 무렵부터 국민당정부를 등에 업고 동북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다.
미국은 대일전쟁 시기부터 국민당정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중국내 군사력은 변변치 않았다.
1945년 11월 말 경 중국에 파병한 미국의 병력은 대략 11만3천여 명에 이르렀다.
미국이 중국에 군대를 파견한 명분은 국민당정부를 도와 일본의 항복을 접수하며 국민당정부군을 동북지역으로 수송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동북아시아에서 소련과 보이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데 있었다.
당시 국민당정부군의 주력부대는 중국 남부지역에 주둔하고 있어 동북지역으로 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미국이 이들을 수송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공내전 기간 중 국민당정부군을 사실상 지휘한 최고책임자가 미군 웨더마이어 중장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대일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12월 국민당정부군의 지휘를 맡은 후 국공내전 중인 1947년 7월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소련은 1904년~1905년의 러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중국 동북지역에서 가졌던 대부분의 권리를 일본에 넘겨줬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자 소련은 다시 동북지역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련은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 이념적 유대를 맺고 있는 중국공산당과의 관계를 접어두고 국민당정부와 조약을 맺었다. 소련은 국민당정부와외 합의사항을 지키기 위해 해방 직후인 8월 20일, 22일 중국공산당에게 국민당과의 대결을 중지하고 평화적으로 나라를 재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일본의 패색이 짙어진 8월 초 이미 동북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 상태였다.
소련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공산당 세력의 동북지역 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설득작업을 전개했고 스탈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중국공산당 역시 이를 기본적으로 수용했다.
따라서 해방 초기 동북지역에서의 정세는 국민당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됐다. 그러나 9월 중순 이후 소련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련이 절충안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중국공산당 세력이 동북지역에서 거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심양, 장춘 등 동북지역의 대도시와 이 지역의 철도는 국민당정부에게 이양하는 대신 중국공산당 세력이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을 점령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소련군은 특히 동북지역에서 철수할 경우 점령했던 도시들을 자동으로 국민당정부에 이양하지 않고 양 세력 간의 자연적인 추세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중국공산당 세력을 고무시켰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9월 10일 남쪽에서는 방위태세를 취하고 북쪽에서는 공세를 취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20만 대군을 동북지역에 집결시켰다.
소련도 9월 중순 이후 국민당정부 편향적 태도에서 변화를 보였는데 10월에 들어서면서 보다 노골적으로 국민당정부와 체결한 조약을 무시하였다.
소련은 10월 8일 중국공산당에 30만 병력을 동북지역으로 이동시켜 국민당정부 세력에 맞설 것을 지시하고 이들에게 대량의 무기를 제공했다.
10월 중순 이후에는 국민당정부 세력이 동북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제약을 가하기도 했다.
소련은 1946년 봄 중국 동북지역에서 철수할 때까지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정부 세력 사이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이중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참고서적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
곽승지 지음, 인간사랑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