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의학드라마 주인공의 모델이 될 정도로 심장 수술에 관한 한 최고의 명의로 꼽혀 온 송명근 교수가 결국 자신이 개발한 ‘카바수술(CARVAR,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때문에 한국을 떠나 중국에 새로운 둥지를 튼다.
송 교수가 카바수술에 대한 신의료기술 신청을 한 지 5년 8개월만인 지난 2012년 12월 보건복지부가 관련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폐지하면서 한국에서 시행되는 카바수술은 ‘불법’이 됐다.
카바수술을 둘러싼 안전성, 유효성 논란은 계속됐고 송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한심장학회로부터 제명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바수술이 판막치환술을 대치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자부하는 송 교수는 자신의 수술법을 포기하지 않았다. 조건부 비급여 고시 폐지 이후 해외 진출에 주력해 온 송 교수는 카바수술을 위해 건국대병원을 사직하고 주거지를 중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송 교수는 중국 시베이(西北) 지역에 있는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인촨(银川)시 제1인민병원(닝샤의과대학 제2부속병원) 내 설립된 ‘국제카바센터’를 주 무대로 삼아 활동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지난 8일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Q. 오는 17일까지만 건국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중국으로 떠난다고 했다. 한국에서 카바수술이 금지된 게 중국행을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나.
- 중국과 한국, 러시아가 합작해서 인촨시에 설립한 국제카바센터를 찾는 환자가 급격히 늘어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수술을 하고 돌아오는 것으로는 유지하기가 힘들다. 또 한국은 한국대로 환자가 늘고 있지만 치료재료(카바링)에 대한 비용을 환자에게 받을 수 없어서 내가 부담해 왔다. 그런데 더 이상 그럴 여력도 없다. 중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하겠다고 하니 한쪽은 접어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카바수술과 관련된 모든 교육과 센터를 중국에 집중하기로 했다.
Q. 결국 보건당국이 카바수술에 대한 조건부 급여 고시를 폐지해 한국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 아닌가.
- 복지부가 미워서 이런 선택을 한 건 아니다. 대한민국의 의료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결심을 하지 못하고 고민을 한 이유는 한국에서 나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들 때문이었다. 1만3,000여명의 심장을 수술했고 이들 중 카바수술이나 콤바수술(COMVAR, 종합적승모판막성형술)을 한 환자가 3,600여명 정도 된다. 결국 한달에 일주일 정도는 한국에 들어와서 이들을 보기로 했다.
Q. 국내 환자들을 위해 ‘송명근심혈관외과의원’을 개원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 한달에 일주일만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은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간호사도 고용해야 하고 검사실에 의료장비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적자가 뻔히 예상된다. 결국 중국에서 돈을 벌어서 한국에 와서 환자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이미 건물을 임대해 의원 개설 준비를 하고 있으며 빠르면 오는 6월말 정도면 문을 연다.
Q. 한국에 없는 동안 환자들을 진료할 다른 의사를 고용할 생각은 없나.
- 그럴 생각은 없다. 돈보다 중요한 건 나한테 수술 받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술 받은 환자들이 내가 중국으로 떠난 뒤 전전긍긍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의원을 개원하는 것이다. 내가 중국 등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을 써서 유지하려고 한다.
Q. 중국 인촨시 제1인민병원에서 주로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 오는 15일 건국대병원에서 고별 강연을 하고 나면 17일자로 사직하게 된다. 중국으로 옮기는 일은 이미 시작했고 닝샤의대 교수직을 받고 심장센터 등의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인촨시 제1인민병원과 목단강심장혈관병원 외에도 새로 국제심장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의대에서도 강의를 하기로 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건국대병원은 내가 올 때까지만 해도 심장 불모지였지만 지금은 후학들이 심장수술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다. 여기서 안주하면 정년퇴직 밖에 없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세계적인 센터를 만들고 대한민국 의료의 위상을 고취시킬 것이다.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가는 것이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세계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 일할 것이다. 달라지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