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과서에서 BC 2333년 왕검이라는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후 고구려가 건국될 때까지는 내용이 거의 없는 ‘블랙홀’이다. 그런데 그 역사의 블랙홀 한복판에 천문관측 기록이 있다. ‘환단고기(桓檀古記)’의 ‘무진오십년오성취루(戊辰五十年五星聚婁)’ 기록이다. 여기서 ‘무진오십년’은 고조선 건국 600주년이 되는 BC 1733년을 말하고, ‘취’는 모인다는 뜻이고 ‘루’는 동양 별자리 28수의 하나다. 즉 이 문장은 ‘BC 1733년 오성이 루 주위에 모였다’ 같이 해석된다.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려봤더니 BC 1734년 7월 중순 저녁 서쪽 하늘에는,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화성·수성·토성·목성·금성 순서로 오성이 늘어섰다! 특히 BC 1734년 7월 13일 저녁에는 달과 해 사이에 오성이 ‘주옥처럼’ 늘어섰다. 오차가 1년 있기는 하지만 4000년 전 일을 추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바로 오성취루라고 봐야 한다. 그 당시 달력이 어땠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28수 중 루(婁) 별자리(양자리 β별 주위)가 아니라 성(星) 별자리(바다뱀자리 α별 주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 오성취성(五星聚星)이 맞다. 이는 4000년 전 28수가 현재와 다르다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다. 지난 24번째 칼럼에서는 오성취루가 정(井) 별자리(쌍둥이자리 μ별 주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 오성취정(五星聚井)이라고 했는데 이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칼럼에서는 천문학자와 아마추어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정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Starry Night’ 소프트웨어를 근거로 기술하겠다.
하지만 이미 오성취루로 너무 많이 알려져서 오성취성으로 바로 잡히지는 않을 것 같다. 과학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사실은 오성결집이 실제로 일어났고 옛 기록이 옳다는 것이다. 오성취루 같은 천문현상을 임의로 맞추거나 컴퓨터 없이 손으로 계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BC 1734년 우리 조상들은 <천문현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천문대를 가진 고조선은 고대국가였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고조선을 신화의 나라로 치부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 천문 소프트웨어로 확인한 오성취루. BC 1734년 7월 13일 저녁 8시 서쪽 하늘의 모습이다.
- 오성취루 상상도. 왼쪽부터 화성·수성·토성·목성·금성이다.
이는 오성취루 219년 전이었으므로 오성결집 현상이 최소한 200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는 편견을 심어줬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오성결집이 불과 1년 만에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공전 주기가 긴 목성과 토성이 하늘에서 모였다가 멀어지기 전에 수성·금성·화성이 신속하게 다시 결집하면 얼마든지 가능했다.<②편에 계속>
첫댓글 폄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