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 (요한 2,13-22) / 반영억 라파엘 신부
복음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3-22
13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14 그리고 성전에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자들과
환전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15 끈으로 채찍을 만드시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또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다.
16 비둘기를 파는 자들에게는,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17 그러자 제자들은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고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생각났다.
18 그때에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무슨 표징을 보여 줄 수 있소?” 하고 말하였다.
1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20 유다인들이 말하였다. “이 성전을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신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이오?”
21 그러나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22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그분께서 이르신 말씀을 믿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
라테라노 대성전은 로마에 있는 최초의 바실리카 양식 대성전입니다. 324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세웠습니다. 로마교구의 주교좌성당으로 교구장인 교황좌가 있는 대성당입니다. 대성전의 공식이름은 “라테라노의 지극히 거룩한 구세주와 성 요한 세례자와 성 요한복음사가 대성전”입니다. 로마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첫째가는 지위를 가졌으며, 전 세계 모든 지역교회의 유대관계 안에서 “모든 성당의 어머니”로 불리 웁니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표현대로 “사랑의 전 공동체를 이끄는”베드로좌에 대한 존경과 일치의 표지로써 이날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전이라고 하면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드리기 위해서 건축한 외적인 건물을 생각하고 또 말합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3,16.17). 하고 말합니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기도의 집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곧 성전입니다. 사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몸은 성령님이 계시는 성전입니다. 더욱이 성체성사로 오시는 예수님을 모시고 있기에 성전입니다. 성체를 모시는 우리의 몸은 성전이요, 움직이는 감실입니다.
또한, 오늘 복음은 예수님 자신이 성전임을 가르쳐 줍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그러나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2,19-21). 당신 몸을 성전으로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사흘 안에 세우겠다.’는 말씀은 죽음에서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그 의미를 알아들었습니다.
성전이란 특정 건물만도, 내세에서 영적으로 성별 된 장소만도 아닙니다. 성전이란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곳, 하느님과 만나는 곳, 함께하는 곳이니 거룩한 곳입니다. 성전에서의 모든 만남이 거룩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거룩하게 봉헌해야 하겠습니다. 거룩함으로 속됨을 정화해야 하고 우리의 거룩함이 세상의 속됨을 이겨가야 합니다. 그 힘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이시고, 성체이십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참된 성전이신 주님을 제대로 모셔야 하고 그 주님을 모신 내가 거룩함을 지녀야 하며 그러한 준비된 마음으로 기도의 집에서 하느님을 경배하고 찬미를 드려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마지막에 하느님의 성읍인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그 성전을 정화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의노와 열정으로 정화하시는 예루살렘 성전은 이스라엘의 종교와 삶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 안에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계약의 궤가 모셔져 있었고, 이는 주 하느님의 현존과 그들의 선민과 구원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러나 성전의 참된 의미는 환전상들과 제사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장사꾼들의 지나친 상혼에 가려져 있었고, 그 뒤엔 제사장들의 권력과의 결탁이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성전의 상점은 올리브산 언덕에 있는 산헤드린의 상점과 경쟁하기 위해 대제관 가야파가 연 것이라고 합니다. 자기네 이익과 특권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목적으로 종교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돈이 되니까 장사를 하였습니다. 성전에 예물을 바치러 온 사람들을 잘 도와줘야 하는 데 그들을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고 부담을 주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정성과 거룩한 마음이 모아져야 할 성전에서 정성껏 준비한 제물은 무시되고 부정과 부패, 착취가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예루살렘 성전 앞에서 장사꾼들을 꾸짖으시고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버리셨습니다. 그리고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단호하게 꾸짖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결국 심판 날에 ‘손과 발이 묶여서 바깥 어두운 곳에 버려질 것’이 분명해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들이 쫓겨난 것은 그들 마음 안에 하느님은 없고, 물질과 개인적인 이득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인 욕망에 가득 차 있으니, 혼이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성전에 하느님의 거룩한 영 대신‘돈’과 물질이 들어가서 주인행세를 하니 그 결과 46년이나 걸려서 지은 예루살렘 성전도 ‘장사하는 집’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썩으면 산천이 썩고 사람이 무너져서 종교도 무너지고 모두가 망그러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악한 행실로 하느님의 살아있는 성전에 흠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웅장한 성전이라도 그곳에 거룩함을 지닌 백성이 없다면 이미 성전의 품위는 없습니다. 그저 잘 지어진 건물일 뿐입니다. 성전은 겉모양이 아니라 마음의 성전이 더 소중합니다. 어느 성당 기공식에서 하신 주교님의 말씀이 생생합니다. “성전을 건축한다고 더 큰 성전인 마음의 성전이 무너지고 상처 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성당에 앉아 있으면서도 물질적인 이익을 계산하고 있잖습니까?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며 이웃을 돌려놓기도 하고, 마음으로 미워하며 시기 질투하고 ‘너 어디 잘되나 보자’ 하고 괘씸하게 생각도 하고….. 남의 허물에는 ‘너 정말 그럴 수 있나?’ 하면서, 자기의 허물에 대해선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합리화합니다. 이런 마음이 장사꾼의 소굴이죠. 주님께서는 이런 속마음을 아시고 엎어버리시는 겁니다. 그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성전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허물을 벗어야 합니다. 이기적인 허물을 벗고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은 사람답게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별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집인 성전은 그 안에 거룩함을 잃지 않으려 기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 아름다움이 결정됩니다. 초라한 마구간이 빛난 것은 예수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웅장하지도 값진 예술품 하나 없어도 주님과 함께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집은 아름다운 성전입니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여 지은 건물에 갖가지 값진 예술품으로 장식을 해 놓았다 하더라도 기도하는 사람이 없다면,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없다면 그 집은 그저 건물일 뿐입니다. 결코, 성전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에 주님을 제대로 모시고 거룩함을 간직한다면 대성전이든 마당이든 무엇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주님께서 친히 우리를 당신의 거처로 삼으셨다면 어디에서든 거룩함으로 빛나야 하겠습니다. 외적인 건물의 화려함보다도 마음의 성전을 빛내는 오늘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마음을 기도의 찬미, 말씀 선포의 성전이 되게 하시고, 우리 마음을 성모님의 발현장소로 강복하시길 청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출처 :신을 벗어라 원문보기▶ 글쓴이 : raph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