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두 아들의 학교생활이 시작되려면 한 달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처음 하는 타국생활이라 어리둥절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주위에 살고계신 한국 분들의 도움으로 정착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미국에 가면 한국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거나 글을 접할 때면 씁쓸해 지곤 했는데 내경험으로는 한국이든 어느 나라든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다 있다는 것 그리고 착한 심성을 가진 한국인이 미국에는 더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가족이 처음 도착해서 귀국 할 때가지 많은 한국 사람들의 조건 없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미국에서는 차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넓은 나라인지라 우리는 처음 자동차를 렌트해서 사용하면서 중고차를 살 건지 새 국산차
를 사서 귀국할 때 가져 갈 것인지를 차차 결정하기로 했다.
집 가까이에 가게나 할인 마트가 없어서 월마트, 마이어 등 큰 할인점에서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려면 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만
했다. 우리나라에도 다 있는 할인점이지만 색다른 물건들을 보는 재미에 자주 드나들곤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미국 사람들은 할인점에서 카트를 밀고 가다가 부딪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익스큐즈미“를 입에
익은 듯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뭐라 대답해야 하나 얼떨결에 “아! 예!” 답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다녔는데 한
6개월 지나고 나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고개를 들고 다녔더니 이번에는 “익스큐즈미”를 많이 들을 수 없었다(나는 “유어
웰컴”이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도... ㅋㅋ).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내가 미국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나의 표정이 시차와
긴장 때문에 굳어 있어서거나 아니면 9.11 사건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미국 사람들이 외국 사람들에 대해서 나름
의 공포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생각되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테러범 수준의 무섭게 생긴 얼굴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 하고 싶다.
내가 처음 겪은 이러한 일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아있다.(아시는 분 댓글로 부탁드림ㅋ)
마이어는 독일계통의 할인점으로 알고 있는데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어서 잠이 안 오는 날이나 이른 아침이나 언제든지 쇼핑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었다.
마이어에서 첫날 쇼핑을 하는데 남편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찾았더니 엄청나게 큰 주류 코너 앞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영어 잘 못하는 마누라 혼자두면 공포감을 느끼던 말든 한국에서도 모자라 미국까지 와서 술을 좋아하는 못 말리는 남편 둔 내
팔자도 참 한심해서 한참을 서서 혼자 웃음 짓던 기억도 생생하다.
한편, 미국에 도착한지 2주 정도 지나고 여러 가지 궁리를 한 끝에 우리는 국산 수출차인 소나타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고차를 살 경우 귀국 시 팔고 가야하는데 시기가 매매시점이 정확히 맞지 않으면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급매를 하게
되어 손해를 많이 보게 되거나 잘 팔리지 않아 고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외제차는 사용 후 한국에 가져올 때 관세가 많이 붙어 비경제적이라는 얘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사실인
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수출용 국산차는 내수용보다 더 튼튼하게 만든다는 자동차 회사 다니는 남편 친구의 조언을 참고해서 국
산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무튼 그 차로 미국 동서남북 사방팔방 다니다가 귀국할 때 가져와서 현재 내가 출 퇴근용으로 사용하는데 10만KM가 넘었는
데도 잔 고장 한번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차를 새로 산 다음날 남편이 학기 시작 전에 여행을 한번 다녀오자고 했다.
이유인즉 도착하여 생생하게 잘 지내던 두 아들이 얼마 지나자 의기소침해져 힘이 없어 보였다.
내 생각으론 도착 후 며칠이 지나면서 긴장이 풀리고 시차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겪는 것 같았으나 남편이 보기에는 얼마 후 겪
게 될 학교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따라서 넓은 미국 땅을 한번 보고 오면 자신
감도 생기고 두려움 없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였던 것 같았다.
한편으론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했고 나 또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도 있었으므로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남편을 따라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미국 동부 쪽에 출장을 두 번 와본 적이 있는 남편을 믿고 가자는 데로 옷가지 몇 벌과 지도책 한권 달랑 들고 2박3일 일정으로
출발했다. 여행지는 나이아가라폭포...
이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에서 다볼 수 있는데 캐나다 쪽에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토론토도 구경할 겸
캐나다로 가기로 했다. 디트로이트를 거쳐 국경까지는 3시간 정도 걸렸다.
차를 타고 가면서 느끼고 본 것 중 미국은 어디를 가나 수많은 또한 엄청나게 많은 성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관공서나 학교 등 제한적으로 달지만 미국은 가정집이 든 레스토랑이든 가리지 않고 크고 작은 성조기를 단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미국에는 애국자들이 많아서일까?
또 한 가지는 하늘이 무척 넓다는 것,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 할 사람이 있겠지만 높은 산이 없는 관계로 어디를 서나 하늘이 하
도 넓고 맑아서 보는 내가 그 속에 빠져드는 착각에 빠져들 곤 했다.
한동안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넓디넓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감상하는 재미에 흠뻑 빠진 적도 있었다.
또 한 가지 여기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은 맥도날드에서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
콜라 컵이 너무 커 혼자서는 다 마실 수 없다는 것, 피자헛의 피자가 너무 짜다는 것.
그리고 차로 국경을 처음으로 넘어본다는 사실이 너무 설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양옆으로 캐나다기와 미국성조기가 펄럭이
는 가운데 입국수속 절차를 마치고 영화에서나 보던 국경을 넘을 때의 설레고 흥분되는 것이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2-2)에서 만나요....행복한 하루 되세요!!
(출처 : 미디어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