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약찬게
[약찬게의 구성]
「화엄경약찬게(華嚴經略纂偈)」는 『팔십화엄경(八十華嚴經)』의 전체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추요(樞要)가 된다.
7자 110행 770자로 간략히 엮은 게송이며, 그 단락의 구성은 대략 다음과 같이
『팔십화엄경(八十華嚴經)』의 표면적 구조를 정리하고 있다.
첫째,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 대중을 열거한다.
둘째, 각 회차(會次) 설법주(說法主)를 열거하다.
셋째, 입법계품(入法界品) 운집대중을 열거하다.
넷째, 칠처구회(七處九會) 삼십구품을 열거하다.
[약찬게의 유통]
용수보살이 지었다는 『화엄경약찬게』는 한국에서만 유통되는 역자(譯者) 미상의
문헌이다. 판본으로는 『화엄법화약찬총지(華嚴法華略纂摠持)』(1885, 해인사)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본(本)과 유사한 「약찬게(略纂偈)」와 약 49구절 정도
더 많은 「광약찬게(廣略纂偈)」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또 『예념왕생문(禮念往生文)』(1700년경, 道安)에는 심지어 한글이 병기된
「광약찬게(廣略纂偈)」도 있다. 병기된 한글음의 정황으로 미루어 1700년 이전에
이미 민중에 널리 전해졌다고 여겨지며, 용수보살이 지은 것으로 가탁(假託)되어졌다고
추정된다.
[화엄경의 전래]
법장(法藏)의 『화엄경전기(華嚴經傳記)』 제1권에¹) 의하면 용수보살이
용궁에 가서 세 본(本)의 『화엄경』을 보았다고 한다.
상본(上本)은 10삼천대천세계 미진수 게(偈)와 4천하 미진수 품(品)이 있었고,
중본(中本)은 49만 8천 8백 게(偈)와 1200품이 있었는데 분량이 방대하여 가져오지
못 하고, 하본(下本) 10만 게(偈) 48품만 가져와서 유통시켰다고 전해진다.
[화엄경의 제목]
화엄경(華嚴經)의 온전한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다.
인도 말로 마하 바이프라 붓다 간다 뷰하 수트라(Maha大 Vaiplya方廣 Buddha佛
Ganda華 Vyuha嚴 sutra經, 摩訶 毗 佛略 勃陀 建拏 驃詞 修多羅)라고 한다.
대승불교의 요전(要典) 중 하나이며 잡화경(雜華經)이라고도 한다.
화엄종(華嚴宗)은 본경(本經)에 의거하여 법계연기(法界緣紀)를 세우고,
사사무애(事事無礙) 등의 묘의(妙義)로써 종지(宗旨)를 삼는다.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제목은 법유(法喩)와 인과(人果)를 아울러 말하며,
이지(理智)와 인법(人法)을 갖추어 말하므로 경의 제목 속에 일경(一經)의 요지(要旨)가
모두 들어 있다.
대(大)는 포함(包含)의 뜻으로 마음의 본체가 밝고 무변함을,
방(方)은 궤범(軌範)의 뜻으로 정법의 반듯함이 스스로 갖추어져 있음을,
광(廣)은 주변(周遍)의 뜻으로 진리에 들어맞는 작용의 광대함을,
또한 대방광(大方廣)은 일심법계(一心法界)의 체용(體用)이 광대무변함을 말한다.
불(佛)은 대방광(大方廣)의 심오한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을,
화(華)는 꽃과 같이 아름다운 만덕(萬德)을 원만히 갖춘 보살의 바라밀행을 비유한
말이며,
엄(嚴)은 정법의 장엄으로 사람이 원만함을 이루는 것을,
경(經)은 중생을 구제하는 진리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불화엄(佛華嚴)은 인위(因位)의 만행을 연설하며, 불과(佛果)의 깊은 뜻을
엄식(嚴飾)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대방광불화엄(大方廣佛華嚴)은 소전(所詮)의 언교(言敎)를 뜻하는 말이 된다.
화엄경은 여래가 성도 후에 보리수 아래에서 문수와 보현보살 등이 스스로 안으로
증득한 법문[自內證]을 설한 경전이다.
다른 경전은 불법(佛法)의 교리를 설하는 반면, 화엄경은 불법을 깨달은 부처님 자체를
설하는 점이 크게 구별된다고 볼 수 있다.
교법 중에 오직 화엄경만이 근본법륜(根本法輪)이 되어 성품에 칭합하는 근본적인
가르침이 되므로 칭성본교(稱性本敎)라고 하며, 또한 깨달음 후에 곧바로 법문한
돈교법문(頓敎法門)에 속하므로 초돈화엄(初頓華嚴)이라고도 한다.
내용은 부처님의 인행(因行)과 과덕(果德)을 기술하였고, 중중무진(重重無盡)하게
나타나는 사사무애(事事無礙)의 묘지(妙旨)를 천명하였다.
화엄경이 비록 인도(印度)에서 생겨나긴 했지만, 오히려 최고의 현지(玄旨)를 발휘하지
못하다가 중국에서 화엄종이 성립된 후에야 비로소 그 진의(眞義)를 드날렸다.
화엄경에 관계되는 범본(梵本)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법장(法藏)의 화엄경전기(華嚴經傳記) 제1권에 용수보살(龍樹菩薩)이 용궁에서
상, 중, 하, 세 본(本)의 화엄경을 보았다고 전해진다.
상본과 중본은 게송과 품(品)의 수가 너무 방대하여 보통 힘으로는 수지할 수 없는 까닭에
가져나오지 못하고, 십만 게송 48품(혹은 38품)의 하본(下本) 화엄경만 가져왔다고 한다.
그 후 세친보살(世親菩薩)이 십지경론(十地經論)을 지어서 십지품(十地品)을
해석하였으며, 금강군(金剛軍)과 견혜(堅慧) 등의 논사가 또 십지품의 석론(釋論)을 지었다.
또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 제1권에는 화엄경을 여섯 본으로 분류하였으니
항본(恆本), 대본(大本), 상본(上本), 중본(中本), 하본(下本), 약본(略本) 등이다.
화엄경소(華嚴經疏) 제3권에는 열 가지의 다른 화엄경의 지귀(旨歸)를 밝혔으니
이설경(異說經), 동설경(同說經), 보안경(普眼經), 상본경(上本經), 중본경(中本經),
하본경(下本經), 약본경(略本經), 주반경(主伴經), 권속경(眷屬經), 원만경(圓滿經)
등이 있다.
아는 바와 같이 화엄경은 용궁에서 가져왔다는 전설이 있는데 용궁이란
바다의 중심을 뜻한다.
비유하면 일국(一國)의 중심은 그 나라의 왕이 사는 수도의 궁궐이 되듯이,
좁은 의미에서 용궁이라는 것은 다만 용족(龍族)의 왕이 사는 곳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보물을 간직한 용궁의 바다창고처럼 화엄경은 경전의 바다 중에서
가장 소중하고 보배로운 경전이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화엄경은 대승불교가 융성하게 발달한 시대에 그 중심이 되는 곳에서
전래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화엄경의 이치에 감동한 사람이라면 어찌 특정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결집된 언어와 문자만의 결집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것은 뱀이 독을 뿜는 것과 다름없는 소리이다.
넓은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곳을 용궁이라고 하듯이 부처님 가슴 속 대승경전의
넓은 바다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경전이 화엄경이다.
마치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인 향유고래와 같은 것이다.
참으로 연화장세계의 향수해에서 원대한 행원(行願)을 가진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경전이다.
실제 화엄경을 믿는다는 말은 사람이 자신의 본성청정을 철저히 믿는 것이다.
화엄경 책을 읽으면 결국 사람이 화엄경이 되는 것이다.
화엄경이란 만고불멸의 밝은 마음을 밝혀 무애자재한다는 뜻이다.
화엄경은 오직 일불승(一佛乘)을 위한 교설이라고 입법계품 근본법회에 잘 나온다.
[용수보살 略記]
저자(著者) 용수보살(龍樹菩薩, 梵名 Nāgārjuna) 인도 대승불교 중관학파의
창시자로 용맹(龍猛), 용승(龍勝)이라고도 한다.
2~3세기 무렵 남인도 바라문족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4베다를 배워서 천문과 지리를
잘 알았고, 여러 가지 재주가 뛰어났으며, 도술(道術) 등에 통달하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그리하여 일찌기 세 명의 벗과 함께 은신술을 익혀 왕궁에 들어가서 궁녀들을
침릉(侵凌)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어느날 그 일이 탄로나 결국 세 명의 벗은 왕에게
죽임을 당하고 혼자만 겨우 죽음을 모면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애욕이 곧 모든 고통의 근본임을 깨닫고 입산하여 불탑(佛塔)에
참배하고 출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