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도
강헌모
오늘 꽃 섬길 하화도를 간다. 청주 출발한 지 근 4시간여 만에 여수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곳은 작은 선착장으로 고요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장소이다. 백야도 어촌 마을에는 옥수수를 잔뜩 심어 놓았다. 농협이 있고, 교회도 있었다.
차도 옆으로 길쭉하게 늘어진 마을이 펼쳐져 있는 작은 곳이지만 좋은 풍경이다. 그곳에서 파는 반 건조된 오징어를 사서 먹으니 꿀맛이다. 그 꿀맛 오징어에 파리는 날아와서 오징어를 빨아 먹는지 성가시게 굴었다. 바닷가 바로 옆에서 구워 먹어서인지 맛이 더 하다. 이빨이 튼튼하지 못한 나는 완전 건조된 것보다 반 건조된 오징어를 씹기에 안성맞춤이다. 언젠가 마른 오징어를 먹고 나서는 약한 이가 더 상한 것 같아 이제 오징어도 씹어 먹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치아에 신경이 가곤했다. 오징어는 언제나 내게 정겹다. 옥수수도 마찬가지이다. 그것 역시 먹으니 맛 좋았다. 나는 이빨을 뺀 곳이 있는데, 그쪽으로 먹어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 한쪽방향으로 치우쳐 씹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양쪽으로 골고루 씹어야 건강한 치아를 유지 할 수 있다.
하화도 꽃섬 가는 배에 타니 작은 공간에 신발 넣는 곳과 방처럼 장판이 깔려있는 곳에서 두 다리 쭉 벋고 갔다.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배는 달린다. 넓은 바다에 승객을 태운 배가 주인이 되어 항해를 한다. 좋다. 배의 위대한 힘으로 육지에 사는 내가 바다를 건넌다. 여행은 이처럼 늘 내 마음을 신선케 해 주어 좋다.
처음 가 본 하화도는 트래킹하기에 다소 힘들었다. 길이 좁은데다가 나무로 된 계단이 있어서 다리가 아픈 나로서는 조심하며 신경을 써가며 걸었다. 나는 그냥 인터넷상으로 평범한 길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고 생각보다 고전했고, 땀을 많이 흘렸다. 폐교된 학교를 가보니 학교건물은 철거되지 않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낡고 작았다. 세월은 흐르고 사람들은 떠났어도 건물은 남아 있어 옛 추억을 더듬기에 충분할 테다. 작은 학교에서 뛰놀았던 아이들은 사회에 진출해서 훌륭한 일꾼으로 역할을 다하는 사람도 있겠지!
섬에 학교 건물을 없애지 않고 그냥 놔두는 건 괜찮은 일이라. 육지에는 수많은 학교가 있지만 섬에는 학교가 귀해서 보존해 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건물은 꽤제재하고 낡았을지라도 옛 일은 남는 거다. 누군가가 주변을 정리해서 관리하면 건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관광객들로 하여금 “섬에 오니까 학교가 있네!” 하며 감타사가 나올 수 있도록….
작고 아담한 하화도 마을은 비교적 깨끗하였다. 민박하고 섬을 느끼고 돌아오기에 괜찮은 곳이리라. 나와 같이 하루 코스에 청주에서 먼 여수까지 가서 잠깐 섬을 돌아보고 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민박을 하고 섬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어촌생활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오면 그것 또한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체험이 아닐는지.
길쭉한 섬을 돌기에 지루함을 느꼈지만 잘 마칠 수 있었다. 나는 갈증이 났던지 캔 콜라를 두 개나 마셨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섬을 돌며 걷는데, 나중에 배가 많이 불편해서 간신히 내려왔다. 소화가 너무 잘 된건지, 소화불량인지는 모르겠으나 배가 아프고 변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느낌을 받아 힘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지경이 되어서 한쪽에 가서 볼일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바지에 변이 묻을 것 같은 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가까스로 화장실까지 왔지만 거기에서도 사람이 볼 일을 보고 있는데도 문을 두드리고 급하다고 했다. 그래서 겨우 일을 마쳤지만 여러모로 힘이 들었다.
바닷바람은 육지의 바람과는 달리 더 선선하고, 바람다운 바람이어서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하고 시원하게 해서 좋다. 올 때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날씨에 바람이 부니 왠지 싫진 않았다. 비가 오기 전에 바람이 부는 것 같은데 그것은 선선해서 마음을 좋게 한다. 내리는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오기 전에 부는 바람은 마치 해안에서 부는 바람같이 느껴져서 기분 좋다.
오늘 처음 가 본 하화도 산책로에 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서 꽃 섬 같은 실감이 났다. 유채꽃은 졌지만 노랗게 피어있는 꽃들이 있어서 덥고 지친 마음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에 알맞았다. 여행사에서 제공한 찰밥이 너무 맛있었다. 거기에 김을 싸서 정신없이 입으로 집어 넣었다. 입이 즐거우니 마음까지 덩달아 즐겁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점심, 그런 기분이 있어 행복했다. 그런 기회가 얼마나 될까?
그 점심 한 끼가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여비를 절약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수 백야도까지 가서 그곳에서 15분 남짓 배를 타고 들어가고 나오는 일이었지만 저렴한 경비로 갔다 왔다. 몇 달 만에 여행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하화도 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 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그래서 타인과 나누는 기쁨을 누리니 즐겁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는 예전보다 더 개방적인 삶을 살아가서 마음도 편안하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행복하다.
오늘 처음 가본 하화도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가서 작고 아담한 섬마을과 백야도 선착장과 마을을 관찰해서 풍요를 누리게 되어 행복했다. 비록 트레킹 하느라고 땀은 흘리고 힘이 들었지만 말이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 겨울 봄 여름호)-
첫댓글 하화도 잘 감상했습니다. 여행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생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