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떠나
여름나라에 온지도 보름이 되어간다.
연일 최저 기온을 경신한다는 예보와 함께
대설주의보까지 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밤마다 땀띠약을 바르고 있는 내가 체감하는
태양계의 신비감은 더 클수밖에.
페어웨이 근처의 해저드엔
이구아나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처음엔 서로가 손짓으로 가리키며 신기해 했는데
이젠
응, 이구아나 지나가네 하며 열대우림지역민이 다 된듯한 표정들이다.
제 몸집보다 통통한 물고기 한마리 잡아놓고
만찬을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꽃도 많이 피고, 넓다란 남국의 이파리들을
시원스레 흔들어대는 바람이
흐르는 땀을 살짝 걷어가기도 한다.
7일간 지낸 롭부리에서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였는데
17일간 지낼 이곳 통야이로 옮겨오면서
기상시간은 5시로 조정되었다
5시기상 6시 셔틀버스탑승
식사 후 7시부터 라운딩시작.
이건 웬만한 군대의 훈련병 수준이다.
1번홀 티샷을 할 즈음에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장면이 펼쳐진다.
이 광경에 넋을 잃으면
자칫 그린 앞의 너른 호수에 공을 빠뜨릴수 있으니
지나친 감상주의는 금물이다.
내 실수로 빠뜨린 공들 때문에
가끔은 저 예쁜 수련들도
깜짝깜짝 놀랐으리라.
그래도 가까이 다가가면 언제나 함초롬한 모습으로 웃어준다.
이 길로 카트를 타고 달려갈 때면
왜그리 좋은지
동반자가 멀리보낸 공을 캐디와 찾으러 간사이
이렇게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부린다.
천천히 찾아도 괜찮아유~~~~ 하며
선배님이 주신 땀띠약으로
땀띠도 잦아들고
이젠 완벽하게 이 열대의 기후에 적응한 듯 싶다.
태국의 유명한 프로골퍼 통차이자이디도 만났다.
사진을 찍자는 우리팀을 보고
시니컬하게 다가와 응해주던 그가
그래도 우리와의 사진속에선 활짝 웃어주었다.
태국에선 아마도 골프계의 영웅이었을게다.
지금은 세계 여자랭킹 1위인 주타누간에게
인기를 빼앗겼겠지만.
예쁜 꽃들이 페어웨이 곳곳에서 웃어주니
공을 물에 빠뜨린들, 숲으로 날려보낸들
무슨 상관이랴.
이곳 캐디들은 나무가 많은 숲으로 공을 날리면
" 나무 짭짭 "
남 속터지는 줄도 모르고.
"마다암~~~, 퐁당 "
에구 내 공 ...
뒷땅을 퍽 치고도 하하하
모래벙커에서 공 치다가 모래가 얼굴에 확 달라붙어도 하하하
공치고 먹고 잠자고 ...
단순한 삶의 시간이 잘도 흐른다.
머리 속이 단순하고 맑다.
발리의 국화인 하얀색의 캄포자가
거의 떨어지고
선의 예술품인냥 가지만 남아 또 아름답다.
발리에선 이렇게 흔하다고 한다
호텔 탁자에도
욕실 어메니티 옆에도
웰컴푸르츠 위에도
길 어디에도 통꽃으로 뚝뚝 떨어져 있으니
얼마나 낭만적일까요
롭부리의 호텔은 창을 열면 정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이 곳 통야이의 숙소는
넓은 리조트의 방갈로 느낌이 난다.
방 뒤로는 이렇게 수로가 흐른다.
숙소에서까지 해저드를 만나다니.
공 단속 잘 해야 해.
비오는 날
이 남자는 손바닥만한 스크린으로 영화보면서 공 못치는 허기를 달래고 있다.
이곳에선
내 이름 석자보다 L5 라는 룸 넘버로
나의 신분을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