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아름다운>에서 가장 핵심단어는 '한계'다. 저자는 네 아이를 키우며 박사 학위를 공부도 하며 남편과 함께 더 나은 사역을 위해 꿈꾸는 당찬 엄마요 직업인의 삶을 살고 싶지만 거기에는 남다른 고통과 힘듦이 있고 결정적인 어려움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여 모든 것을 얻은 듯 하나 뒤돌아보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약함을 창피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언급조차 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개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은 자신의 능력을 더 알리려고 하고 자기 계발을 통해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 추세에 자신의 약점, 한계, 제약 사항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능력함을 나타내는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와는 정반대로 저자의 말대로 진정한 자유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할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고 한다는 논리를 자신의 지나온 삶을 토대로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굴고 긴 밧줄로 묶인 선박이 안전한지 아니면 닻줄 없이 파도의 움직임대로 자유롭게 놓인 선박이 안전한 지는 길게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아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돈과 시간과 재능과 인간관계를 넓히려고 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몸집을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게 자유일까? 안전한 선택일까?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저자는 '난간'을 비유로 든다. 꼬불꼬불 산비탈길을 오르다 보면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산 길을 만나게 된다. 흔히 말해서 임도라고 불리는 산 길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도록 정비되어 있고 난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길로 조성되어 있다. 특별한 일을 수행할 때 임도를 지나갈 수 있는 차량만 통과하도록 만들어진 길이다. 그런 길에 혹시라도 눈이라도 오면 큰 일이다. 자동차 바퀴가 눈에 빠지면 오도 가도 못 한다. 눈이 다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운전자의 욕심으로 어떻게든 자동차를 빼려고 하는 순간 잘못하다가는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 있다. 안전장치인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칫 천 길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처럼 '난간'은 마치 자유를 구속하거나 통행의 걸림돌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결국은 운전자를 살리는 최후의 보루이자 생명 장치인 셈이다.
사람이 가진 한계는 무능력함을 나타내는 증거가 아니다. 한계는 스스로의 위치를 알게끔 해 주는 안전장치다. 과부하가 걸리면 없던 병도 생기는 것이 우리의 몸이다. 신체적인 한계, 정신적인 한계, 경제적인 한계 등 수많은 한계에 둘러싸인 우리는 한계를 안전장치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일에 쫓기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하고 싶은 나에게 몸은 자꾸 신호를 보낸다. 휴식하라고. 한계를 인정하라고. 적당히 하라고. 한창 젊을 때 생각하고 내 능력을 과신하며 조금이라도 내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애쓸 때 결국은 돌아오는 것은 피곤함과 지침, 허탈함과 상실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정해야 할 것은 한계점이다. 그리고 의존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작아서 아름다움은 한계를 인정하고 의존하며 살아갈 때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