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7 (일) 징역형 받은 이재명… 항소심 무죄로 바뀔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사 출신 전직 의원 김웅 변호사는 11월 15일 "친명 쪽은 항소심에서 살아나기를 기대하겠지만 그건 헛된 꿈이다"라고 말했다.김웅 변호사는 "일단 1심 징역형이 항소심에서 100만 원 미만 벌금형으로 바뀌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면서 "가능하게 하려면 1심에서 유죄였던 부분이 대부분 무죄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분은 ‘김문기를 모른다’는 부분이었다"면서 "그런데 1심에서 이 부분을 법리상 무죄로 판단하고서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즉, 항소심에서 추가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현동 부분을 무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 부분을 무죄로 하면 국토부 담당자들을 직권남용이나 강요로 처벌해야 한다"면서 "추가로 무죄 쓸 부분이 없고, 결국 1심 징역형을 벌금형으로 바꿀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은 민주당이 떼를 쓴다고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빨리 포스트 이재명, 탈이재명 절차에 돌입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2년 9월 8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2년 2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모두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뤄졌다"며 "방송을 매체로 이용해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문기 관련 허위 사실 공표 공소사실 중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다', '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다음에 김문기를 알게 되었다'고 발언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뉴스에 출연해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면서 "정치인 이재명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재명 대표는 벌금형이 아닌 집행유예 징역형을 받았으므로 양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손정희 변호사는 "징역형 기본 양형이 기본 10개월 이하인데 가중된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감경 요소보다는 가중요소가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라며 "자백하지 않고 다투는 점도 가중요소로 고려한 듯하다"고 했다.이재명 대표는 예상 밖의 중형 선고에 "수긍 어려운 결론이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예상 밖 징역형에 민주당 대혼돈… 이재명, 정치생명 최대 위기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나온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나오면서 이재명 대표는 정치 생명 최대 위기에 빠졌다. 공직선거법상 집행유예의 형이 선고돼 확정될 경우 대선 출마는 어불성설이고, 피선거권이 10년 동안 박탈되면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판결 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1심 판결은 2027년 대선을 준비하는 이재명 대표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당초 정치권은 '유·무죄' 또는 당선 무효 기준인 '벌금 100만원'을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법원에 온 박균택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당연히 무죄"라며 "유죄가 나올 일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입장은 따로 준비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설령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와도 2심에서 낮출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준비해갔다고 한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받으러 가는 풍경도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당 지도부 등 소속 의원 70여명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부터 대기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하지만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이 나오면서 이재명 대표는 당내 리더십은 고사하고, 차기 대권 및 정치 생명 자체가 풍전등화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사법 리스크’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달 11월 25일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앞두고 있고, 대장동·백현동·성남FC 후원금 사건과 대북송금 의혹 등이 1심 심리 중이다. 이날 선고가 향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11월 15일 선거법위반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한 데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은 3개의 재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징역형이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지난 대선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날 판결로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에 균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친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의원은 170명 의원 중 30~40명 안팎”이라며 “사법리스크로 이재명 대표의 대선 불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대안' 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4·10 총선과 8·18 전당대회를 통해 비명 세력이 와해하다시피 한 만큼 당장은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1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봐야겠지만, 민주당에 가시적인 경쟁자가 없고 당장 선거도 없어 당분간은 이재명 대표 리더십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이날 판결이 나온 뒤 이재명 대표 중심의 결속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SNS에 “1심 결과입니다. 헌법상 3심제입니다. 의연해야 합니다”(박지원 의원)라거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욱 단결하여 정권의 폭주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김병기 의원) 같은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11월 15일 오후 5시에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당황스런 기색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최고위 후 이재명 대표는 ‘당이 혼란한데 해결책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혼란스럽지 않다”고 한 뒤 다른 질문에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은 11월 16일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에 대한 첫 공식 반응도 재판 종료 후 3시간 가량 지난 오후 5시 45분쯤 내놓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사법 불복’이나 ‘정권 퇴진’ 등 지지층 결속을 다지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이재명 대표는 이날 판결 후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다”며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지지층이 결속해 사법부를 압박하라는 취지로 읽힐 법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11월 16일 열릴 세 번째 장외집회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친야 성향 시민단체와 연대해 서울 광화문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연다. 이재명 대표도 집회에 참석할 방침이다. 조승래 대변인은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 추진을 위한 장외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정치 판결’에 대해서 수용할 수 없는 만큼 법률 등 모든 것을 동원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자칫 중도층이나 일반 여론의 지지와 멀어지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태곤 실장은 “지지층의 결속력을 높여야 하는 만큼 정권 퇴진 운동에 가속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이 아니라 자신의 재판을 계기로 일으킨다면 되려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원 대표도 “판사 탄핵 등의 압박도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법원을 자극해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징역' 재판장 한성진 판사… "말수 적고 과묵한 선비형"
11월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의 재판장은 한성진(53·사법연수원 30기) 부장판사다. 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 2월부터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사건을 맡아 심리해 왔다. 사건은 2022년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에 배당돼 당시 재판장이던 강규태(52·연수원 30기) 부장판사가 1년 4개월가량 재판을 진행했으나 올해 초 강규태 부장판사가 돌연 법관직을 사직하며 한 부장판사가 재판부를 이끌게 됐다.
재판부 변경 당시 한성진 부장판사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 연구회’ 소속임이 알려져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 취재 결과 실제로 회원 명단에 한성진 부장판사의 이름이 포함돼 있으나, 가입만 했을 뿐 실제로는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 인권법 연구회 내부에서도 ‘회원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연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한성진 판사는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한성진 부장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하는 것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원 내에서는 ‘선비형 법관’으로 통한다. 성격적으로는 과묵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으며, 업무적으로는 성실한 사람이란 평이 공통된다. 그와 같은 재판부에서 일했던 한 전직 판사는 그를 “말수가 적고 굉장히 신중한, 전형적인 ‘판사 스타일’”이라며 “같이 근무하면서 그가 어느 쪽으로 편중돼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한성진 부장판사와 함께 일했던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기록을 열심히 보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판단했던 동료”라며 “본인의 주관이나 선입견에 따를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 명덕고-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한성진 부장판사는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원을 수료하고 육군법무관을 거쳐 2004년 창원지방법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인천지법 부천지원·서울남부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을 거쳤다. 2016년부터는 부장판사로 부산지법·수원지법 성남지원을 거쳐 지난해까지는 서울북부지법에서 일했다. 20년 법관 경력 중 서울남부지법 형사단독·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부 등 형사부 근무가 많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영장전담으로 일하기도 했다.
한성진 부장판사의 서울중앙지법 근무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언급을 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 사건 항소심 주심을 맡아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8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한성진 부장판사의 해당 판결은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