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다시 제자리 ●지은이_이영옥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4. 11. 15
●전체페이지_112쪽 ●ISBN 979-11-91914-70-2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12,000원
존재 물음을 통한 언어의 숨결
이영옥 시인의 시집 『다시 제자리』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이영옥 시인이 1988년 『오늘의문학』과 1993년 『해동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펴내는 여덟 번째 시집이다. 그의 시편은 섬세한 감수성을 꼼꼼한 언어로 짚어내며 시어들은 단정하고 세련되어 있거니와 기존의 관습 또한 거부한다. 시인이 던진 언어 속에 자아를 여과시키게 되면 무언가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전달된다.
지중해 햇살 움켜쥔 케모마일/ 꽃잎과 꽃술이/ 안간힘 다해 몸을 풀면// 뜨거운 입김으로/ 한 자락씩 옷을 젖힐 때마다/ 허락된 당신의 체취// 미처 헤아리지 못한 문장들/ 서성대는 캄캄한 밤/ 초침이 머리를 쫀다// 생에 단 한 번뿐인/ 나의 오십에게 길을 묻는다
—「꽃차」 전문
서정적 자아는 그러한 관조 속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현존에 대한 회의나 존재에 대한 시인의 의문들은 주로 밀폐된 공간에서 자신의 주변과 연결되는 것들은 가급적 차단시켜 놓고 자아에 대한 모색이 고립의 공간에서 스스로에 대해 의문의 부호를 던진다.
구석으로 몰린 나는/ 자꾸 비대해졌다// 날 선 시선들을 피해/ 공중 부양 몸을 날려도/ 다시 제자리// 언젠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침묵은// 오늘을 살아남긴/ 그의 한숨 한 덩어리
—「먼지 2」 전문
무언가를 그리워한다거나 대상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움이란 현존의 불안이나 결핍이 있기에 생겨나는 것이다. 시인에게 이런 정서는 자아를 외부 현실과 고립시키고, 그 밀폐된 공간에서 얻어진 감각이다.
너에게 가는 길은 추웠다// 칼바람 맞선 사각지대/ 어둠이 깊어지면/ 당신에게 닿는 깊이 알지 못해/ 물구나무 선 그리움// 때로는 흔적 없이 무너질지 모를/ 언 손 부비며 뻗어 보지만/ 처마 끝에 매달려/ 날이 밝도록/ 서러운 옹이를 튼다// 다시 그 겨울이면/ 마디마디 자라나/ 기어이 쏟아지는 눈물 기둥
―「고드름, 수정 고드름」 전문
사물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은 예리하고 단정하다. 시인이 만들어 내는 언어의 주름은 이미지스트가 갖추어야 할 포오즈를 모두 담지한 듯 보인다. 그만큼 시인의 시들은 정제되어 있고 세련되어 있다. 그가 토해 내는 언어의 숨결을 마시고 나면, 독자의 정서가 무언가 정돈되고 청량한 감각으로 새롭게 환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인은 사물을 예각화하면서 이를 시인의 정서와 거리가 있는 대상으로 고립시키지 않는다. 거기서 서정적 자아가 마주한 현실을 대입시켜 그 실존의 의미라든가 현존의 불구성에 대해 읽어내려 하는 것이다. 시인의 시들이 대상을 화려하게 수놓는 풍경화의 수준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현존의 차원에서 그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늘 실존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근대적 인간의 숙명이다. 그것은 근대적 인간이 영원을 상실한 탓도 있고, 종교에서 말하는 원죄의 덫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숙명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
■ 차례
제1부
몽돌·11
어디로 가는 거니·12
급행 2번·13
유리 공주·14
찻잔·16
도라지꽃 필 때까지·17
쉼표·18
뱅갈고무나무·19
그녀의 섬·20
꽃다지·22
그래서 2월은·23
나도 모르게·24
꽃차·25
덮어주다·26
제2부
안녕, 테미·31
책상에 앉아서·32
매미 울고·33
문턱·34
개꿈·35
평행선을 긋다·36
러닝머신·37
0.25mg의 유혹·38
봄은 정박(碇泊) 중이다·39
그 겨울 새벽·40
또 한세상 피어나고·41
말의 유언(流言)·42
고드름, 수정 고드름·43
골목 끝에는·44
제3부
옥탑방 할머니·47
행복빌라 B―101호·48
그림자 밟기·50
거스러미·51
거미줄·52
먼지 1·53
먼지 2·54
먼지 3·55
먼지 4·56
먼지 5·57
먼지 6·58
먼지 7·59
불면에게·60
부화(孵化)의 법칙·61
바람이 센서등을 켠다·62
제4부
돌아가는 길·67
오래된 집·68
대문 열어둘까요·69
소주 한잔·70
사랑하는 채운, 귀하에게·72
다랭이 마을·74
은행선화동 흐리고 비·75
철거 이후·76
라쿠카라차·78
소용돌이·79
MRI 암흑지대·80
맹지(盲地)·82
보름사리·83
또 올게요·84
해설|송기한·87
시인의 말·111
■ 시집 속의 시 한 편
힘줄 뻗친 다리로 수평을 맞춘 책상은
네모난 구역을 가졌다
언제든 기울 수 있다는 계시였지만
수평 위에서 짜내는 통증은
헐거워진 중심을 붙드는 일이었다
수평 위에 펼쳐진 종잇장에는
두 번 붓고 열 번 남은 적금통장과
계약 만료 다가오는 월세 계약서와
진부한 언어들이 고개를 든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안간힘으로 버티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삐끗거리는 다리 하나
—「책상에 앉아서」 전문
■ 시인의 말
미숙아로 내 손을 떠나
지면을 차지했던 작품들을 끌어 모아
내 생(生)의 나이테만큼
57편의 작품을 한데 묶는다
때로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치열했고
삶에 지쳐 무릎 꿇을 때마다
바람 길을 내주었던 시(詩)
웃고 울며 지나온 시간들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고백한다
시(詩)가 나를 지켜 주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2024년 10월
이영옥
■ 표4(추천사)
이 시집은 이영옥 시인에게는 여덟 번째이다. 적지 않은 시집을 펼쳐내 보였는데, 이는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꼼꼼한 언어로 짚어내는 시인의 성실함이 이루어 낸 성과이다. 시인이 구사하는 시어들은 단정하고 세련되어 있거니와 기존의 관습 또한 거부한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이런 수준에 언어를 올려놓는 솜씨야말로 장인의 경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사물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은 예리하고 단정하다. 시인이 만들어 내는 언어의 주름은 이미지스트가 갖추어야 할 포오즈를 모두 담지한 듯 보인다. 그만큼 시인의 시들은 정제되어 있고 세련되어 있다. 그가 토해 내는 언어의 숨결을 마시고 나면, 독자의 정서가 무언가 정돈되고 청량한 감각으로 새롭게 환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_송기한(문학평론가·대전대학교 교수)
이영옥 시인은 시인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문장들”(「꽃차」)을 소환하여 우리에게 “안식처를 찾아”(「먼지 5」) 주고 있다. 시인이 풀어낸 시편들은 자연과 마주하며 느끼는 추억이나 그리움의 서정을 통해 삶을 견뎌내고 있는 소소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 “노을에 몸을 숨긴”(「몽돌」) 시인은 “걸어 잠근 경계를 풀”(「먼지 1」)고 일상에서 느끼는 아픔이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은유적 상상력보다 현상에 충실한 시인의 문장이 그려낸 풍경은 선명하고 따듯하다. “꽃잎과 꽃술이/안간힘 다해 몸을 풀”(「꽃차」)어낸 꽃차를 마시러 “꽁꽁 얼어붙은 시어”(「봄은 정박 중이다」)들이 독자들을 향해 “겨울 강을 건넜다”(「또 한세상 피어나고」). 시인의 시가 독자들 가슴에 정박할 것이 분명하다._옥빈(시인)
■ 이영옥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93년 『해동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날마다 날고 싶다』, 『아직도 부르고 싶은 이름』, 『당신의 등이 보인다』, 『가끔 불법주차를 하고 싶다』, 『길눈』, 『알사탕』, 『어둠을 탐하다』가 있다. 대전문학상, 하이트진로문학상 대상, 중앙뉴스문화예술상, 월간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도서출판 이든북 대표로 일하고 있다.
첫댓글 이영옥 시인의 시집 『다시 제자리』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려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영옥 사무실 이든북에서 한권 가져왔어요, 택배도 오고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