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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주역사 앞에서 바라본 백운산 연릉 연봉
얼마나 험하다 하리
오르면 오르는 이 길
물소리 끊어지고
힌 구름 일어나고
우럴어 보이는 봉오리
발아래로 놓인다
――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 1891~1968), 「溪谷」 6수 중 제6수
▶ 산행일시 : 2021년 6월 5일(토), 흐림, 미세먼지, 바람
▶ 산행인원 : 자연(紫蓮), 모닥불, 하운(夏雲) ……
▶ 산행시간 : 8시간 43분
▶ 산행거리 : 도상 14.8km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원주에 가서(요금 6,200원), 택시 타고 관설동 영서고교
앞으로 감(요금 6,800원, 3명 분담)
▶ 올 때 : 윗황곡 마을 위에서 택시 타고 남부시장으로 와서(요금 9,600원, 3명 분담), 저녁 먹고 택시 타고
원주역으로 와서(요금 6,500원, 3명 분담), 무궁화호 열차 타고 청량리역으로 옴(요금 6,200원)
▶ 구간별 시간
06 : 50 - 청량리역, 원주 가는 무궁화호 열차 출발
07 : 58 - 원주역
08 : 28 - 관설동 영서고등학교 앞, 산행시작
09 : 10 - 산자락 택지조성 공사장, 첫 휴식
10 : 05 - 588.1m봉
10 : 46 - 길아재(吉峨峙), 723.6m봉
11 : 00 - △703.0m봉
11 : 13 - 755.1m봉
11 : 30 - ┫자 갈림길 안부
11 : 54 ~ 12 : 23 - 화전터(?), 점심
13 : 08 - 향로봉(香爐峰, △1,041.8m)
13 : 41 - 곧은재(直峙)
13 : 47 - 헬기장
14 : 06 - △969.6m봉
15 : 28 - 1,118.6m봉
15 : 37 - ┫자 갈림길, 이정표(입석사 1.2km, 비로봉 1.3km)
15 : 56 - 얕은 안부, 쉼터, 이정표(입석사 0.6km, 비로봉 1.9km)
16 : 35 - 입석사, 입석대
17 : 11 - 윗황곡 마을 근처, 산행종료
17 : 40 ~ 19 : 52 - 원주, 저녁
20 : 55 - 청량리역, 해산
2-1.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길아재, 원주, 안흥 1/25,000)
2-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향로봉, 안흥 1/25,000)
2-3.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입석대, 안흥 1/25,000)
▶ 향로봉(香爐峰, △1,041.8m)
관설동 영서고등학교. 오늘 우리가 가는 치악산 향로봉의 들머리다. 향로봉을 빨리 오르기로만 한다면야 행구
동탐방지원센터에서 대로 따라 보문사를 지나서 밋밋하게 오르는 편이 도상 2.2km로 가장 가깝다. 그건 우리
의 산행 스타일에 전혀 맞지 않다. 영서고등학교 뒤쪽으로 오르는 능선은 처음 가보게 되어 발싸심하게 궁금하
거니와 거리가 도상 7.2km에 이르고 삼각점 또는 표고점이 5개나 되는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장릉이다.
관설동(觀雪洞)은 여기서 치악산 연봉의 ‘눈을 바라보기에 썩 좋다’는 뜻에서 작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방을 둘러보고 백운산 연릉과 구학산, 남대봉 등의 주릉이 보여 수긍하였으나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그렇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관설재(觀雪齋) 허후(許厚, 1588~1661)의 호를 따서 이름 지었다. 그는 1623년
이항복(李恒福)의 천거로 관직에 진출하였으며, 효종의 국장 때에는 장악원정(掌樂院正)으로 있으면서 자의대
비(慈懿大妃)의 복상문제로 예송이 일어나자 서인의 기년설(朞年說)에 반대하여 삼년상을 주장하였고, 말년에
치악산 아래 이곳에 들어와서 학문에 힘썼다고 한다.
먼발치로 향로봉 산줄기를 훑어보면 일단 영서고등학교로 들어가서 그 뒤편을 오르는 편이 좋을 것 같지만 학
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 오른쪽 담장을 도는 농로로 길게 돌아간다. 길섶에 가꾼 화초를 들여다보며
동네 고샅길을 가다 복숭아밭이 보여 덤불숲 헤치고 냅다 올랐더니 다만 둔덕일 뿐이다. 모내기 마친 논의 농
로로 떨어지고 높은 첨탑의 교회 돌아 다시 기껏 가시덤불을 헤쳤으나 녹슨 기찻길 지나고 산등성이 올랐다가
밭으로 떨어진다.
울창한 잡목 숲 헤치는 오지를 만들어 간다. 무덤을 지나자 묵은 임도가 나오고 이제는 길이 풀렸는가 싶었는
데 택지 조성 중인 공사장으로 이어진다. 40분 동안의 된 고역이었다. 첫 휴식한다. 바람 한 점이 없고 잔뜩 찌
푸린 후덥지근한 날씨다. 냉탁주 이 맛을 느끼려고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공사장 오른쪽의 가파른 사
면을 치고 오른다. 아직 아까시와 산초나무가 많은 야산이다. 길 없는 우리 길을 간다.
그래도 능선 마루금은 오르기만 하면 되니 갈만하지만 펑퍼짐한 잡목 숲에 들어가면 어디로 갈지 몰라 연호하
여 앞사람의 방향 잡는다. 국립공원 경계 표지판이 나오고 오른쪽 사면에서 오르는 잘난 길과 만난다. 숯둔에서
골 따라 오르는 길이다. 반갑기 보다는 오지가 끝났는가 싶으니 조금은 섭섭하다. 허리 편다. 소나무 숲길이다.
발로 더듬는 풀숲이 끝나니 발이 편하고 수풀 헤치지 않으니 팔도 편하다. 더뎠던 속도 낸다.
발로 아무리 수렴 걷어도 미세먼지가 꽉 차 근경조차 흐릿하다. 긴 오르막 끝에 잠깐 내렸다가 다시 길게 오르
기를 반복한다. 588.1m봉을 첨봉처럼 오른다. 바람이 없는지, 숲이 울창하여 바람이 뚫지를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눈 못 뜨게 비지땀이 줄줄 흐른다. 이런 때는 비가 와 주는 것이 고마우련만. 뻐꾸기 지저귀는 소리에 발
걸음 박자 맞추다가 호랑지빠귀의 늘어진 소리에 발걸음이 그만 흐트러진다.
3. 영서고교 뒤쪽 들녘에서 바라본 남대봉(?)
4. 황금낮달맞이
5. 가운데는 벼락바위봉, 그 왼쪽 뒤는 구학산
6. 코스모스
7. 코스모스
8. 녹슨 기찻길
9. 산길에 핀 붓꽃
10. 민백미꽃(-白薇-, Cynanchum ascyrifolium (Franch. & Sav.) Matsum.)
길아재. 금대리에서 관설동과 판부면의 경계를 오르는 장릉에 올라선다. 길아재는 고개라기보다는 산마루다.
길 상태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인적이 뜸하다. 723.6m봉을 넘고부터는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꽤 심하다. 양
쪽 사면은 내려다보기 겁나게 가파르다. △703.0m봉의 삼각점 지명으로 이곳 지형도의 도엽명을 안다. 안흥
454, 98.5 재설. 약간 내렸다가 길게 올라 755.1m봉이다. 오른쪽 금구계곡이 가깝다.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린
다. 그 소리로 땀 식힌다.
755.1m봉 내린 안부에는 왼쪽 반곡동을 오가는 ┫자 갈림길이 나 있고 조금 더 가면 오른쪽의 금구계곡을 오
가는 ┣자 갈림길이 나 있으나 능선의 산길은 오히려 더 흐릿하다. 이제부터는 표고점이 없는 줄곧 오르막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건너편 치악주릉이 아득한 장성이다. 물소리 잦아들고 고산의 냄새가 물씬
난다. 화전민 터였을까? 넙데데한 사면의 층층계단 묵밭이 나온다. 그 평평한 풀밭에서 점심자리 편다.
넙데데한 사면이라 인적은 흩어졌고 층층계단 묵밭을 누벼 오른다. 사방 민백미꽃이 응원한다. 예전에 캐이 님
이 향로봉에 국공감시초소가 있어 이 길을 오르다가 국공에 걸렸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까? 여태 오는 중에 비지정탐방로라는 안내판을 보지 못했노라고 할까? 사실이다. 그런다고 국공이 물러날 리
는 없다. 언제인가 가리왕산 하봉에서 그랬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비지정탐방로인지 훤히 알 수 있는데 선
수들끼리 왜 이러실까 하는 핀잔만 들었다.
제임스 님을 척후로 보내 향로봉 정상의 근황을 살피게 하자. 걸리면 혼자 걸리고, 국공이 없으면 우리에게 전
화하도록 하자. 그렇게 궁리하고 실행에 옮기려는데 걸음이 너무 빨랐다. 녹화마대 깔린 등로가 나오고, 대나무
막대를 촘촘히 박아 놓아 혹시 산악오토바이가 못 다니게 하려고 이러는가 생각하는 사이에 바로 향로봉 근처
목책이 나오고 정상이다. 다행이 국공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데 출장 중인지 감시초소도 비었다.
향로봉. 삼각점은 가까운 옆의 돌탑 봉우리에 있다. 안흥 456, 1989 재설. 향로봉 데크 전망대에 서면 원주시내
와 멀리 용문산 연릉이 잘 보이는데 오늘은 미세먼지로 캄캄하다. 산에서 산 사진 한 컷 건지지 못하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비로봉 쪽 주릉은 내내 하늘 가린 숲속이라 어차피 조망은 없다. 오가는 등산객이 뜸한 틈을
타서 사면의 풀숲 몰래 누비며 야생화나 들여다본다.
다른 산에서는 본 기억이 나지 않는 자란초를 본다. 자란초가 군락이다. 그것도 일시적인 군락이 아니라 가도
가도 군락이다. 이리 흔한데 굳이 환경부에서 한국특산종이라고 지정하여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향로봉
에서 아깝게 뚝뚝 떨어져 내려 바닥 친 안부는 곧은재다.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시원하다. 구름은 햇볕을 가렸
다. 이만하면 산행하기 아주 알맞은 날씨다. 곧은재에서 △969.6m봉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목재계단도 섞였다.
11. 천남성(天南星, Arisaema amurense Maxim.)
12. 향로봉 정상에서
13. 향로봉 정상에서
14. 자란초(紫蘭草, Ajuga spectabilis Nakai)
영명은 Korean bugle(한국 나팔)이고 일본명은 オニキランソウ(紫蘭草)이다.
산지 해발 약 500m 이상 지역에 자생한다. 환경부에서 한국 특산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지정번호 식-108)
15. 주릉 동쪽 사면의 풀숲
16. 은대난초(銀-蘭草, Cephalanthera longibracteata Blume)
은대난초는 ‘댓잎 은난초’라는 뜻의 일본명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이우철, 『한국 식물명의 유래』). 일본명
은 ササバギンラン(笹葉銀蘭, sasabaginran)이다. 다음은 가람의 시조 「蘭草 (四)」이다. 은대난초를 두고 읊은
것 같다.
빼어난 가는 닢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대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 하고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微塵도 가까이 않고 雨露 받어 사노라
17. 은대난초(銀-蘭草, Cephalanthera longibracteata Blume)
18. 천남성(天南星, Arisaema amurense Maxim.)
▶ 치악주릉 1,118.6m봉, 입석사
땀 흘릴 새 없이 여느 때는 경점인 헬기장을 지나고 숲속 △969.6m봉이다. 삼각점은 ‘안흥 447, 99.5 재설’이다.
당초에는 △969.6m봉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튼실한 서릉을 타고 석경사 쪽으로 내리려고 하였으나, 거기
능선은 비지정탐방로인데도 삭막할뿐더러 거리가 도상 2.6km에 불과하여 하산시간이 너무 이르게 된다. 더 간
다. 길게 내린 안부는 원통재(오른쪽 골짜기에 원통 마을이 있다)다.
원통재에서 입석사 갈림길 가기 전의 1,118.6m봉 오르는 길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다. 길고 가파른 목재
계단의 오르막이 그렇고, 사면 풀숲의 만리발청향이 그렇다. 원통재에서 고도 300m를 거의 400m로 만들어 오
른다. 산죽 숲 오를 때는 볼 것이 없으니 눈에 힘 푼다. 입석사 갈림길. 주릉 비로봉은 1.3km다. 거기를 마저 오
르고 싶은 욕심이 없지 않지만 미세먼지가 가도 소용없다고 날 살린다. 여전히 조망이 가렸다.
그래도 서운하여 조망이 트일까 하고 주릉을 좀 더 올랐으나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뒤돌아왔다. 하산! 입석
사로 내린다. 가파른 계단 길 내리막이다. 남대봉 아래 안부에서 영원골, 영원사로 내리는 길과 비슷하다. 돌길
과 주변의 암벽이 닮았다. 내리막은 0.6km 내려 평상 놓인 쉼터에서 잠시 멈칫하고 계곡 너덜 길을 내리 쏟는
다. 핸드레일 붙잡아도 미끄러워 조심스러운 너덜길이다. 입석사 가까워서는 계류가 법문하기 시작한다.
입석사. 입석대는 절집 마당 지나 산비탈을 돌아간다. 내가 대표로 들른다. 아울러 마애석불도 보러간다. 거대
한 암반 위에 놓인 듯한 장대한 입석은 너무 가까워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입석대는 그 자체로 명승이고 또
한 경점이기도 하다. 이 입석대에 대한 1921.6.4.자 동아일보 ‘耶蘇敎 傳道員 遠足’ 제하의 기사가 재미있다.
“去月 二十八日 午前 十時 原州 耶蘇敎會內 傳道部員 南女 四十餘人은 本郡 雉岳山의 立石菴의 名勝을 探賞하
고 更히 石遙菴에서 午餐을 畢한 後 終日토록 娛樂타가 日暮 還歸하얏다더라.”
석요암(石遙菴)이란 절은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혹시 근처 석경사(石逕寺)의 오기이거나 그 절의 당시 이름이
아닐까 한다.
입석사를 지나고부터는 대로다. 택시를 부르려면 적어도 황골탐방지원센터 주차장까지는 걸어야 한다. 산허리
굽이굽이 돌아내린다. 주차장이 한산하다. 시간이 넉넉하여 좀 더 걷다가 윗황곡 마을 위 회차하기 쉬운 데 나
오자 택시 부른다. 신역사인 원주역 주변은 음식점이 없는 벌판이다. 남부시장 앞에서 내린다. 남부시장 근처도
맛집은 썰렁하다. 전에 갔던 중국음식점을 간다. 오늘 삼합은 삼겹살 대신 탕수육이다. 잔 들어 오늘도 무사산
행을 자축한다.
19. 입석사 가는 길
20. 입석사 앞 계류
21. 매발톱, 입석사 앞에서
22. 입석대 근처에 있는 마애석불, 정식 명칭은 ‘원주 흥양리 마애불좌상’이다.
고려 전기의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신체가 안정감이 있고, 눈 ․ 코 ․ 입의 비례 또한 좋은 편이다. 불상의 몸 주
변에는 불상에서 나오는 빛을 포함한 광배(光背)가 새겨져 있으며, 부처를 받치고 있는 대좌 왼쪽 아래에는 9자
정도의 글이 새겨져 있다. ‘원우(元祐) 5년’이란 문구로 봐서 고려 선종 7년(1090)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안내판에서)
원우(元祐)는 중국 송나라의 제7대 황제인 철종(哲宗) 조후(趙煦, 재위 1085~1100) 때의 첫 번째 연호이다.
1086년부터 1094년까지 9년 동안 사용되었다.
23. 입석대에서 조망, 종일 날씨와 조망이 이랬다
24. 황골의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K.Koch)
25. 마거리트(marguerite)
26. 마거리트(marguerite)
첫댓글 다행입니다
근무자가 없어서~ㅎ
치악산에서 큰앵초는 보지 못했지만
자란초와 곰취 자생지를 발견했다는 게 큰 수확이었습니다.^^
향로봉까지의 능선이 아주 깨끗하고, 금구계곡에서의 폭포소리가 시원스러웠습니다...황골삼거리올라가는 발걸음이 기분좋았구요...수고많으셨습니다^^
능선에 서면 시원한 바람 불러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였습니다.
조망은 무망이 서운했지만.^^
@악수 ㅎㅎ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