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의 설흘산(매봉)에서 북쪽을 보면, 머리 등성이가 칼로 자른 것처럼 한 일(一)자로 반듯하게 보이는 산이 있다. 그 모습이 산꾼들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남해의 군립공원으로 ‘호구산’이란 좀 색다른 이름을 가진 산이다. 남해 금산은 국립공원으로 널리 알려져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산이고, 설흘산(매봉)은 바다 조망과 바위등성이가 좋으며, 망운산도 바다 조망과 철쭉이 좋은 산으로 소문이 나서 요즈음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남해의 산들을 많이 찾는 까닭은, 산이 좋기도 하지만, 시원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어울리고 조망이▲ 호구산 동쪽 끝에 솟아있는 돗틀바위봉에 올라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 쳐진 풍광을 보며 환호하는 취재팀.
좋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 등이 뚫려 가고오기에 편리해진 것도 큰
요인이 된다.
그런데 이제 또 하나의 명물 삼천포와 남해도를 잇는 3km가 넘는 긴 연륙교 이순신대교가 놓여서 남해섬에
가기가 훨씬 쉬워졌다. 삼천포쪽에 가까운 금산, 설흘산(매봉), 호구산에 가기가 쉬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남해 산꾼들에게 자기 고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산이 어느 산이냐고 터놓고 말하라 하면 뜻밖에 호구산을
들먹인다. 별로 소문이 나지 않아 호젓하고 풍광도 아름다운 이 산을 남해 사람들은 몰래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호구산은 소문이 퍼진데다 이순신대교가 개통되어 육지 사람들이 찾아들기 쉬워졌으니 남해 사람들만의
산이 아닌 것으로 되었다고 아쉬워한다. 숨겨 놓고 즐겨왔던 보옥이 바깥에 드러나 허전해 하는 마음들이다.
퇴계가 청량산을 호젓하게 즐기려 복사꽃이 개울에 떨어져 흘러내리지 않았으면 해서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하고 노래한 뜻과 같다.
호구산(618m·속칭 납산)은 뜻밖에 좋은 산이었다. 남북에서 조망할 수 있는 호구산의 일자 머리 부분은 100m
가까운 용마루(등성마루)를 위에 두고 남쪽으로 지붕처럼 생긴 비탈의 바위가 널찍했고, 그 처마 끝은 높은 벼
랑을 이루고 있다. 이 고스락의 일자 용마루 북쪽과 서쪽, 그리고 동쪽이 높은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바위봉우리인 것이다.
남쪽으로 앵강만이 내려다보이고, 북쪽에는 진주만이 내려다보▲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의 흔적. 능선길 곳곳에 남아있다.
인다. 남동쪽에 명산 금산이 보이고, 북서쪽에 남해섬에서 가장
높은 망운산과 금오산, 광양의 백운산이 조망되며, 북동쪽에는
삼천포 와룡산이 가깝다. 지리산도 그리 멀지 않아 웬만한 날씨
면 천왕봉과 노고단까지 장쾌한 지리산 줄기를 볼 수 있다. 남서
쪽 바다 건너로 긴 돌산도가 보이고, 동쪽 바다 건너로는 사량도
와 거제도도 볼 수 있다. 삼천포 시가도 가깝게 보인다.
호구산의 멋진 기암괴봉 지대는 두 군데다. 위에 설명한 지붕처
럼 생긴 고스락 일대 외에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 끝에 돗틀바위
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바위지대(돗틀바위봉)가 또 있다. 고스락
일대는 규모가 크기는 하나 지붕처럼 단순한 반면, 돗틀바위봉
일대는 가지각색의 기암괴봉이 널려있어 아기자기하다. 벼랑 끝
을 돌고 아슬아슬하게 더듬고 매달리고 엉금엉금 기어서 이 일대
를 타고 넘는 재미가 짜릿하다.
호구산에는 나라를 지켜낸 의승병의 본거지였던 역사 깊은 큰 절
용문사가 자리잡고 있고, 봉화터와 곳곳에 산성터도 있어서 더욱
뜻있는 산행을 할 수 있다.
‘납산’ 정상표석이 세워진 군립공원
호구산 고스락에 세운 지 얼마 안 되는 표석이 있다. 호구산으로
알고 올라갔는데 뜻밖에도 납산(猿山=원산)이라 새겨져 있다. 그
것도 남해산악회가 세운 표석이라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마침 동행
한 박광동 남해산악회 부회장에게 물었다. 산 자락 주민들은 ‘납산’
이라 한다는 것이다.
‘납’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 산이 북쪽에서 보면 원숭이처
럼 보인다고 한다.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원숭이를 ‘잔나비’라 하는데, ‘잔나비(납이)’를 줄여 ‘납’으로 단순화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하산한 뒤 알아본 결과 정귀랑 전 회장이 국어대사전(이희승 저, 민중서관)에서 ‘납’이 원숭이의 옛말이며 방언이
라 써있고, 훈예(訓例)로 풀이까지 덧붙여져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옛날에는 원숭이를 ‘납’이라 했던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남해현 산천조에 ‘원산(猿山) 현 남쪽 16리 지점에 있다’ 했고, 봉수조에도 원산봉수가 나온다.
납산은 바로 원숭이 산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산을 호구산이라 하는 것도 남쪽에서 보면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형국이어서 ‘호랑이의 언덕’
이라는 뜻으로 호구산(虎丘山)이라 한 것이다. 납산과 호구산 두 가지 이름이 모두 산 모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비록 공식 지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으나 ‘납산’으로 표석을 다시 만들어 세웠지만, 언제부터인지 많은 사람들
이 호구산으로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지리산 호랑이가 이 산으로 건너와 살았다는 전설도 있다. 신증동국여지
승람에 원산(猿山)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호구산이란 이름은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산 이름의 유형에는 가리산과 여기 납산 등 어떤 모양을 따서 지은 이름이 많고, 치악산 금산처럼 전설과 관계
되는 것, 구봉산 팔영산처럼 봉수에 의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호구산처럼 한 산이 두 동물의 모양으
로 보이고 그 모양에 따라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산은 찾기 힘들다. 한자화로 잘못 전해진 이름들을 바로잡아 나
가야 할 요즈음에 ‘납산’처럼 옛날의 바른 이름을 찾아서 표석을 다시 세운 일은 매우 뜻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용문사~정상~돗틀바위봉~용문사 원점회귀산행
호구산 이름을 듣고 찾아나선 것은 지난 3월21일이었다. 매월 셋째 금요일에 산행하는 대전 세금산악회(회장
이인수)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고, 남해산악회 몇몇 회원들과도 약속을 했는데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날은 맑고 좋았다.
이 날 산행에는 세금산악회 40여 회원 말고도 대전등산연합회 서정복 회장, 녹색산악회 황보상 회장, 대산산악회 이용구 회장, 아람산악회 김현규 산악대장, 참사랑산악회 김병순 총무도 참가해 큰 버스의 자리가 모자라 몇은 서서 가야 했다. 남해산악회 정귀랑 전 회장이 남해에서부터 용문사까지 길을 선도해 주었고, 박광동 부회장이 용문사에서 기다리다 호구산 산행을 안내해 주었다.▲ 평평한 경사의 거대한 암봉으로 이뤄진 정상을 지나는 취재팀. 뒤로 아름다운 동남쪽 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우리는 용문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돌로 된 옛 구름다리를 셋이나 건너 유서 깊은 용문사를 둘러본 뒤 다시 밖으로 나와 큰 길을 따라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갔다. 이 큰 길은 백련암을 지나 염불암까지 이어지고, 산길은 염불암 오른편 뒤 대나무밭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산비탈에서 송등산으로 오르는 갈림길 안내판을 지나 작은 개울을 건너자 길은 가파른 산비탈로 이어진다. 소사나무가 많은 숲 비탈에는 한 아름 크기의 하얀 바위들이 좍 깔려 있다. 뒤돌아보면 앵강만의 푸른 바다가 보이지만 비탈은 가파르고 변화가 없어 단조롭다.
위로만 치오르던 산길이 슬며시 옆으로 돌아 지붕처럼 생긴 고스락 동쪽의 어깨 위로 올라선다. 바로 호구산
고스락을 이루는 우람한 바위봉우리 바로 아래다. 커다란 바위덩이로 된 고스락 바위지붕에 오르려면 갈라진
바위벽 사이를 돌고 돌며 한참을 끙끙대야 한다.
고스락은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지붕처럼 되어 있으나, 북쪽은 그대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물론
지붕을 이루는 이 바위덩치의 양편(동과 서)도 낭떠러지로 되어 있다. 그래서 설흘산 등지에서 보면 호구산
머리가 일자로 보이는 것이다.
옛날 봉화를 올렸던 봉화대터가 있고, 잔돌을 쌓아 올린 탑이 있으며, 예의 ‘납산’ 정상 표석도 있다. 서쪽 끝
에는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머리를 바다쪽으로 내밀고 있다. 이 서쪽 낭떠러지는 매우 높아서 그 아래 골짜기
에 있는 저수지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돗틀바위 등 또 하나의 비경이 있는 동쪽 산줄기를 타려면 주봉에서 동쪽 바위벽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 하기야 이 바위지붕은 남·서·북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발붙일 수가 없고, 동쪽만이 겨우 바위틈새로 오르내릴 수 있다.▲ 돗틀바위봉 근처 암봉에 오른 취재팀. 이 일
대는 여러 형상의 바위가 100m 이상 겹겹이 어
우러져 장관을 이루고있다.
바위를 내려서면 삼거리에 안내판이 있다. 서쪽에 정상, 남쪽으로 염불암(용문사), 북쪽으로 석평이라 되어 있다. 돗틀바위로 가려면 석평을 가르키는 북쪽 가파른 비탈로 내려가다 동쪽으로 뻗은 산등으로 올라타야 된다. 거의 평지처럼 이어지는 산등성이 길에는 납작돌로 쌓아올린 특이한 묘도 지나고, 넓은 숲속을 거치며 봉우리와 잘록이도 지난다.
돗틀바위가 있고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진 바위봉우리(돗틀바위봉)로 건너가는 잘록이는 마치 협곡을 건너는 다리 같다. 다리 양편으로 돌로 쌓은 성터는 난간 같다. 양쪽이 천길 낭떠러지로 되어 있는 돗틀바위봉은 동서 길이가 100여m나 된다. 줄여 놓은 공룡릉 같다.
바윗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도닐고 극터듬고 기는 등 도무지 사람답게 걸을 수가 없다. 그러다 우뚝 솟은 반석
위에 서면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지만 벼랑 아래를 굽어보면 너무도 깊고 험해서 아찔하다. 그 가운데서도 돗틀
바위는 거대한 두 개의 바위기둥이 마주 보고 있어서 마치 하늘로 오르는 통천문 같다.
하산길은 돗틀바위 앞에서 북쪽 비탈로 내려선다. 몇 차례 바위 사이를 지나고 돌면서 내려간다. 바위가 없는
산기슭 가까이로 내려서면 길은 숲속으로 이어지고 편해진다. 허리 높이로 담처럼 쌓은 돌성이 끝없이 이어지
진다. 마치 돌담길 같다.
평지에 가까운 산자락에서 임도로 이어지고 임도 오른편(남쪽)으로 따라가면 용소 공동묘지 앞을 지나 결국
용문사로 되돌아나온다.
산행길잡이
호구산(납산)은 반드시 거쳐야할 곳이 세 군데 있다. 용문사, 호구산 고스락, 돗틀바위봉이 그것이다. 이 세 곳
을 거치는 거점은 용문사다. 호구산 줄기에 송등산(617m)과 괴음산(604m)이 이어져 있지만 길도 애매하고 별
로 볼 만한 것도 없다.
결국 용문사에서 호구산에 먼저 오르느냐, 돗틀바위봉을 먼저 오르느냐가 문제다. 돗틀바위봉에 먼저 오르려
면 용소 공동묘지를 거쳐 산자락길로 올라야 하는데, 평지길이 길고 지루해서 마땅치 않다. 먼저 호구산 주봉
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용문사~백련암~염불암~호구산(주봉)~돗틀바위봉~용소 공동묘지~용문사로 이어지는 코스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교통
사천시의 삼천포와 남해군 창선면을 잇는 새로운 명소 이순신대교가 개통되면 남해 동부로 가는 교통이 매우
좋아진다. 남해대교를 통해 남해읍으로 들어서면 읍에서 남면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가다 용문사 들머리
에서 내리면 된다. 군내버스가 자주 다닌다.
관광버스나 자가용 승용차로 들어서면 읍에서 상주 방면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이동면 사무소 앞 삼거리에
서 우회전한 다음 남면 삼거리에서 또 우회전해 1024번 지방도를 타고 용문사 들머리로 간다.
삼천포에서 이순신대교를 거칠 경우 대벽리(이순신대교 남해쪽)에서 남해읍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가다
이동면 사무소 앞에서 남면 행으로 갈아타고 용문사 앞에서 내리면 된다.
관광버스나 자가용 승용차는 이순신대교를 건너 3번 국도를 타고 창선면 사무소까지 간 다음 창선교를 건너
1024번 지방도를 타고 이동면 사무소 앞에서 19번 국도와 1024번 지방도를 거쳐 용문사 들머리로 간다.
용문사
남해가 자랑하는 세 절이 있는데, 남해군은 ‘남해 삼사 순례’라는
소책자까지 내놓고 있다. 호구산 용문사, 고현면 망운산 화방사,
상주면 금산 보리암이 그것이다. 세 절 모두 남해의 명산에 자리
잡고 있고, 또 세 절 모두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
으며,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각각 독특한 멋을 지
니고 있다.
그 가운데 용문사는 조계종 제13교구 본산인 쌍계사 말사로 호구
산 군립공원의 아름다운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원효대사는 금산
에 보광사를 짓고 산 이름도 ‘광산’이라 불렀으며, 호구산에는 첨성
각을 세웠다. 뒤(1661년)에 학진 스님이 보광사를 호구산으로 옮겨
지었다. 용문사의 전신인 셈이다. 조선조 현종 때 백원당 대사가 용
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소 위에 다시 터를 잡아 없어진 절을 또다
시 세우고 이름을 용문사라 한 뒤 오늘에 이르렀다.
임진왜란 때 이 절 스님들이 의승장 서산대사와 사명당의 뜻을 받들어 왜군과 싸웠기 때문에 호국사찰의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조선조 숙종은 ‘수국사’라는 패와 연옥 촛대 번 등을 내려주었다 한다. 일본인들이 연옥
촛대 등은 빼앗아가고 지금은 금패와 궁중매듭인 번(幡-표기) 만 남아 있다 한다.
이 절에는 그 밖에도 대웅전을 비롯해 석불좌상, 천왕각, 명부전, 촌은선생 집책판, 구멍이 셋인 화승총인 삼혈
총 등의 문화재가 있다. 용문사 위에 백련암과 염불암이 있다.
[남해산악회 김태봉 회장]
30년 이상 군내 대소사에 참여한 일꾼
남해산악회 김태봉 회장은 올해 육순으로 남해군청 기획실장이다. 고을마다 산악회가 있지
만 남해산악회처럼 뜻있는 일을 펼쳐나가며 회원들 사이에 유대가 좋은 산악회도 드물다.
남해산악회가 앞장서서 남해에서 가장 높은 망운산에 철쭉을 가꾸기 시작해 철쭉단지를 만
들어 전국적인 명소가 되게 했고, 해마다 4월에 금산 산신제를 지내며 남해 고을의 발전을
빌고 군민과 회원의 안녕과 행복을 빈다. 또 해마다 5월에 망운산에서 군민의 건강과 화합
을 위하여 등반대회를 열기도 한다. 자체 행사로 백두대간 종주를 시도하여 잘 마쳤고, 지금
은 낙남정맥을 종주하고 있는 중이다.
남해 토박이로 1969년에 공무원이 된 김태봉 회장은 행정계장 등 6개 계장을 거쳤고, 사회
과장 등 6개 과장을 지냈으며, 1년간 면장 일을 보기도 했다. 군청 내 모든 부서를 두루 거친
김태봉 회장은 활달한 성격과 재치있는 행동이 크나큰 매력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 한다.
30년 이상을 남해군에서만 근무했고, 두주불사에다 폭 넓은 인간관계로 군내 웬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지내는
처지이며, 군내의 크고 작은 일까지 소상하게 알고 있는 군의 살림꾼이다.
자연보호에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던 그가 자연보호 관계 일을 보다가 산행에 맛을 들이고 남해산악회 회원
이 된 지 20년, 군 행정의 간부로 바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해산악회가 추진하는 백두대간 종주에도 열심히
참가했고, 지금 추진하고 있는 낙남정맥 종주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다 함께 건강하게 만드는 산의 신비에 빠져든 그는 동호인들의 화합과 친목을 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건강한 마음으로 남해산악회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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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 <567> 남해도 호구산~송등산~괴음산
한려수도·지리산 펼쳐진 남해 최고 전망대
금산 망운산 설흘산에 가려 덜 알려진 숨은 명산
북 지리·금오산 강진만, 남 설흘·금산 앵강만 한눈에
서포 김만중 유배생활 중 구운몽 쓴 노도 발 아래
용문사 대신 산너머 다정리 출발 원점회귀코스 개척
사바세계에선 봄이 왔다고 하지만 첩첩산중엔 아직도 잿빛의 겨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살을 에는 시베리아발 북서계절풍이 대자연의 섭리에 맞게 한층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시나브로 지나갔다. 바야흐로 봄이다. 겨우내 접어 두었던 지팡이를 꺼내 이른 봄 산행을 떠나보자.
모처럼 떠나는 산행, 이왕이면 봄이 일찍 찾아온 따뜻한 남쪽나라 '보물섬' 남해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삼이사들에게 얼핏 떠오르는 남해의 산은 보리암을 품은 금산, 남해 최고봉인 망운산, 암수바위로 유명한 가천마을 뒷산인 설흘산 정도.
산행지는 이들 세 산의 지명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호구산(虎丘山). 산세는 금산 등 남해의 유명 산에 견주어도 전혀 뒤질 게 없다. 이웃한 송등산 괴음산 등과 함께 이미 호구산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볼 것이 많다는 의미이다.호구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좌측 봉우리가 보리암을 품은 금산, 앵강만에 떠있는 작은 섬이 서포 김만중이 귀향와서 구운몽을 썼다는 노도, 그 우측 조금 보이는 산이 설흘산이다. 남해도의 두 섬이 이어져 있는 잘룩한 허리춤에 위치한 호구산은 서포 김만중이 유배생활을 한 노도가 떠 있는 앵강만의 북쪽에 있으며 동서쪽에 각각 금산 설흘산이 포진해 있다.
호구산은 특히 조망이 환상적이다. 지리산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비롯 이웃한 여수 사천 고성땅이 한눈에 확인된다.
지금까지 호구산 산행은 산 남쪽에 위치한 신라 천년고찰 용문사를 기점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산행팀은 새 루트 개척을 위해 산 너머 반대편인 다정저수지 쪽에서 올랐다.
산행은 이동면 다정리 다정회관~다정저수지~안골샘~너덜~호구산·송등산 갈림길~호구산(619m)~잇단 염불암 갈림길~용문사 갈림길~송등산(617m)~귀비산·괴음산 갈림길~삼거리봉(괴음산·다정리 갈림길)~괴음산(605m)~삼거리봉~다정저수지~다정회관 순. 휴식 및 식사 시간을 빼고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다만 삼거리봉에서 원점회귀를 위해 다정리로 향하는 하산길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산길이라 초보에겐 상당히 벅차다.
이동면 다정마을 정류장에 내려 다정마을 이정석을 끼고 좌측 마을로 향한다. 10분 뒤 마을회관인 다정회관. 이 회관 좌측 포장로를 따라 걷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이 호구산이다. 국내 마늘 생산의 6%를 차지하는 고장답게 밭에는 파릇파릇 돋아난 마늘잎이 저멀리 보이는 강진만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0분 뒤 만나는 다정저수지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200m쯤 올라오면 좌측에 남해산악회가 세운 호구산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목이 서 있다. 들머리다. 정상까진 1.86㎞. 저수지 건너편의 길다란 산줄기가 이번 산행의 하산로다.푸름을 간직한 울창한 편백숲 사이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후 발밑이 돌길로 변하면서 차츰 경사가 가팔라진다. 제법 긴 너덜을 지나면 '안골샘'이라 적힌 표지목이 서 있다. 들머리서 25분. 산길 흔적이 있는 우측으로 20m쯤 가면 이끼 낀 돌틈 사이로 물이 졸졸 흐른다. 이게 안골샘인가 싶다.
계속되는 지그재그 오름길. 규모가 제법 큰 너덜을 가로지른다. 조망이 뜻밖에 괜찮아 도중 발걸음을 멈춘다. 우측 저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한 일(一)'자로 펼쳐지고 그 우측 앞 철탑이 서 있는 봉우리가 하동 금오산이다.
너덜을 지나 약간 더 오르면 이번엔 폭이 50~60m쯤 돼 보이는 너덜이 밧줄에 의해 인도된다. 하산길 산꾼들이 길 잃을 것을 염려한 배려인 듯싶다. 조망은 더 넓어져 우측 턱밑으로 창선도 대방산과 그 뒤 저멀리 삼천포 와룡산과 화력발전소도 보인다.
이어지는 오름길. 일순간 산죽보다 키가 큰 가는 줄기의 시누대숲 앞에 선다. 산행은 좌측 호구산 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 우측 송등산 방향으로 향할 예정이다.
좌측 호구산 방향으로 가면 이내 갈림길. 정상은 정면에 위치해 있지만 길이 없어 좌우로 우회하도록 돼 있어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산행팀은 좌로 올라 우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진달래 터널을 지나 바위 틈새를 힘겹게 오르면 마침내 정상. 갈림길에서 9분. 호구산 봉수대가 서 있는 정상은 웬만한 헬기장보다 너른 암봉 평지로 사위가 막힘 없이 시원하다. 남으로 한려해도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앵강만과 그 한가운데 서포 김만중이 귀양와 구운몽을 집필한 후 숨을 거뒀다는 작은 섬 노도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앵강만 좌우측은 각각 금산과 설흘산, 설흘산 뒤로 여수땅, 설흘산 앞으로 산행팀이 향후 가야할 송등산과 괴음산이, 발 아랜 용문사가 보인다. 북으론 강진만 우측으로 창선교와 창선도 대방산, 앞서 봤던 지리산과 금오산, 북서쪽으로 남해읍내와 망운산이 확인된다. 나라땅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조망이다.
하산은 정상석 아래 멋진 소나무 옆 아래로 길게 매여 있는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곧 갈림길. 좌측 석평 앵강고개 공동묘지 방향으로, 용문사를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여서 산행팀은 우측 염불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몇 걸음 못가 염불암 갈림길. 그러니까 호구산 기존 등로는 용문사에서 출발, 염불암을 거쳐 이 길로 올라와 방금 지나온 석평 쪽으로 하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염불암 갈림길을 지나면 앞서 지나온 시누대 앞 갈림길. 이제 송등산을 향해 직진한다. 한동안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능선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봐 왔던 경관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좌측으론 금산 앵강만 노도, 우측으론 송등산 괴음산 강진만이 숲사이로 보인다.
이후 염불암, 용문사, 다정리로 빠지는 샛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애오라지 직진형 능선길로만 오르락내리락 걷는다. 35분쯤 뒤 잠시 뒤돌아보면 호구산 정상은 한라 왕관릉을 빼닮았고, 용문사 쪽 남면의 두곡 월포해수욕장과 금산 아래 주차장 인근의 복곡저수지도 약간 보인다.
송등산은 남면 두곡 갈림길을 지나 15분이면 올라선다. 호구산에선 1시간. 정상 가는 길은 키 큰 진달래 나무가 도열해 있다. 하산은 북릉길로 귀비산 명산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다정저수지가 정면에 보이는 걸로 봐서 이제 반환점을 도는 듯하다. 암릉길이라 밧줄이 매어져 있고 곳곳에는 나무를 베어 등산로를 정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15분 뒤 남해 남면 상수원 보호구역 팻말을 지나자마자 갈림길. 왼쪽 귀비산 명산봉 방향 대신 우측 남해지맥 산줄기인 괴음산 방향으로 향한다. 급내리막 후 모처럼 편평한 길을 걸으면 괴음산 갈림길인 삼거리봉. 송등산에서 35분. 좌측은 괴음산을 거쳐 남해읍 평리 외금마을로 하산 가능하지만 산행팀은 괴음산을 다녀와 삼거리봉에서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 다정리로 내려선다. 괴음산까지는 편안한 능선길로 왕복 20분 걸린다. 괴음산에서 본 호구산은 송등산에서 본 모습과 달리 뾰족한 피라미드를 닮았다. 마치 김해 쪽에서 본 금정산 고당봉이 그런 것처럼.
이제 다정마을로 내려선다. 처음엔 산길의 흔적이 있지만 차츰 고도를 낮출수록 잡목 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넝쿨숲을 뚫고 나와야 하는 고행길의 연속이다.
오랫동안 자연 재해에 그대로 방치됐는지 곳곳에 쓰러진 나무가 희미한 산길마저 숨겨놓고 있다. 한마디로 산너머 산이다. 50분쯤 뒤엔 크고작은 암봉이 나타나면서 숲 사이로 다정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허나, 다 왔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산지점은 보이지만 산길이 일순간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비탈진 계곡보다는 힘들지만 오로지 능선길로 내려서야 한다. 다리 힘깨나 쓰는 장정들도 무척 버거워할 정도로 무척 힘들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산을 벗어나 다정저수지 우측으로 내려선다. 여기서 다정회관까지 10분 걸린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사천IC서 나와 삼천포 창선 고성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20분 걸리며 1만400원. 남해터미널에서 이동면 다정리행 군내버스는 오전 8시10분, 8시55분, 9시10분, 9시40분, 10시, 10시50분, 11시5분에 있다. 1000원. 날머리 다정마을 정류장에서 남해터미널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다. 남해 8개 노선 중 4개 노선이 이곳을 경유하기 때문이다. 남해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5시30분, 6시20분, 7시2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사천IC~삼천포항 창선 남해 고성 남일대해수욕장 방향으로 줄곧 직진하다~창선 삼천포대교 유람선선착장 방향 우회전~창선·삼천포대교~미조 상주~남해 미조~창선교~이동 남해 방향 1024번 우회전~하동 남해읍~남해~농촌진흥청과 '보물섬 마늘나라' 잇따라 지나~남해군 보물섬 대형 광고 입간판 앞에서 좌회전(길 건너 '다정마을 이정석'과 '다정마을 버스정류장' 보임)~다정회관 앞. 다정회관 좌우측에 주차하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햇살복집, 남해 특산물 마늘 유자 곁들인 복 요리 일품참복탕 호구산 정상석에는 뜻밖에도 '납(猿)산'이라 표기돼 있다. '납'은 원숭이의 옛말이고 원숭이는 한자로 '猿(원)'이니 이름만으론 원숭이와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猿山'이라 적혀 있다. 호구산(虎丘山)은 그 이후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 이름에 원숭이와 호랑이가 등장하는 것은 북쪽인 남해읍에서 봤을 때 원숭이가 서 있는 모습이라느니 호랑이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느니 하지만 사실 산행팀은 아무리 봐도 수긍이 가질 않는다.
또 한 가지. 정상석에는 626.7m로 표기돼 있지만 최근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619m로 적혀 있어 이를 따랐음을 밝혀둔다.마늘복튀김. 맛집 한 곳 소개한다. 햇살복집(055-867-1320).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활처럼 해변을 감싸고 있는 삼동면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내려다 보이는 물미해안도로(3번국도) 우측 언덕배기에 위치한 복요리 전문점이다.
이집 안주인 전미아(52) 씨는 미조항에서 어장을 경영하던 부친 밑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복어를 자주 접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전 씨는 이후 한식 일식 복요리 자격증을 취득, 3년 전 이곳에 문을 열었다. 이곳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남해 최고의 복요리 전문점으로 알려진 데는 바로 남해 특산물인 구수한 마늘과 유자 소스를 첨가한 복요리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마늘복수육 마늘복튀김 마늘복껍질무침 마늘복수육 마늘복어육회 등이 주 메뉴. 어린이를 위해 개발한 복가스도 아주 담백하고 맛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전국마늘요리 창작경연대회와 부산서 열린 2007 부산 건강 및 음식박람회에 참가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참복회. 전 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경성대 복어 최고 전문가 과정과 일본 복어전문학교 연수를 통해 이론과 실기를 겸해 한 단계 도약했다.
그냥 복국을 시켜도 복국과 함께 김가루와 양념장 참기름을 얹은 냉면그릇이 하나 더 나온다. 여기에 복국속의 콩나물과 미나리를 건져 넣고 밥을 비빈 다음 복껍질무침을 곁들여 먹는다. 남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남해군청과 삼동면에서도 이처럼 생긴지 얼마 안 된 식당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귀띔한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참고 사이트 : 호구산 [남해군]
호구산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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