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2021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상정·심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 농해수위, 2차 정부안 의결 원안보다 4589억원 증액 “재원으로 농특세 쓰고도 농산물 쿠폰만 예산 반영” 지역화폐 활용 확대 주문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원안보다 4589억원 증액 의결했다.
정부안에는 ‘농축산물 할인쿠폰’ 사업 900억원만 담겼지만 농해수위가 심사과정에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출연 3600억원 ▲농촌 고용인력 지원 240억원 ▲친환경농자재 지원 211억원 ▲수리시설 개보수 200억원 등 7개 사업을 추가로 반영했다.
농해수위는 이날 부대의견을 통해 농축산물 쿠폰을 지역화폐로 집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코로나 극복 영농지원 바우처’ 품목에 인삼을 포함하도록 농식품부에 주문했다. 농해수위를 통과한 추경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여야 의원들은 추경안을 상정한 전날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33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큰 농업분야를 지원하는 사업에는 고민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이번 추경 재원으로 농어촌특별세(농특세) 초과 세수가 대거 투입되는 상황인데 정작 농식품부 사업에는 할인쿠폰 발행을 위한 예산만 유일하게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ㆍ완도ㆍ진도)은 “추경 재원에 9200억원의 농특세 수입이 포함돼 있다”며 “농특세는 농업 경쟁력 강화, 농촌 산업기반시설 확충, 농촌지역 개발을 위한 목적세인데 정부 추경안에 농업분야가 혜택을 보는 내용은 미미하다”고 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ㆍ청도)은 “농업 현장은 과수 화상병 같은 신종 전염병 확산과 유례없는 인건비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특히 담보능력이 취약한 영세농의 대출 보증을 책임지는 농신보는 기금 운용배수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은데 추경안엔 이런 요구가 담기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ㆍ동구)은 “코로나 추경이어도 다른 부처는 정보통신 창의인재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업사업화 지원사업(중소벤처기업부) 등 유연성 있게 예산을 편성하는데 농식품부는 그렇지 못하다”며 “1차산업도 미래를 대비한 추경안 편성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전북 김제ㆍ부안)은 “지역축제 취소로 인삼 재고가 많이 쌓여 농가 고충이 크다”며 “정부가 일시적으로 수매를 지원할 수 있는지 살펴달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1인 1만원 한도에서 구매액의 20%를 할인받도록 한 농축산물 쿠폰의 혜택이 대형마트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은 “쿠폰사업의 세부 내용을 보면 대형마트에 (전체 사업액의) 절반 이상을 배정했는데, 이를 좀 줄여야 한다”며 “전통시장에서 쿠폰사업이 많이 집행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은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쿠폰사업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보조금 혜택이 소비자와 농민에게는 적게 돌아가고 일부 유통업체에 귀속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ㆍ양평)은 “지난해 할인쿠폰 발행으로 인한 매출의 대부분이 대형마트와 민간 온라인몰에서 발생하는 등 이익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며 “생산자에게 도움 되는 것 없이 유통업체만 배 불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은 “대형마트는 수익을 내고 있고 온라인몰도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꼽히는데, 그런 업종을 돕기 위해 추경을 하는 건 아니다”면서 “쿠폰사업을 현행 ‘제로페이’ 결제방식 대신 지역화폐 발행에 50% 이상 배정하는 등 전통시장에서의 집행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지적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소비쿠폰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근본 목적은 농산물 소비 위축을 막자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구매형태를 조사해보면 대형마트가 제일 많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번 추경안이 코로나19 피해와 직접 연관된 것만 하다보니 다른 사업을 검토하기 어려웠다”며 “소농 지원도 검토했는데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한)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고도 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ㆍ무안ㆍ신안)은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농가의 25%가 소득 상위 20%에 해당돼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는데, 터무니없는 추계”라면서 “추경으로 지원금을 받을 농가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경진·오은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