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기사(1)-표류(8)
글쓴이 grateous
족제비를 씻긴 후, 슈마허는 족제비의 목덜미를 잡고 정글로 가서는 덩굴을 이용해서 족제비의 목에 예쁘지만 당사자는 싫어할 개목걸이를 만들었다. 그것을 족제비의 목에 씌우고, 기쁨이 만연한 얼굴로 개목걸이에 이을 튼튼한 개줄을 엄선해서 목걸이와 합체시켰다. 그리곤 개줄을 당겨서 족제비를 데려가려했지만 당연하게도 족제비는 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하지만 부질없는 저항이었는지 결국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잡혀 온지 하루 동안 족제비는 슈마허의 어떤 말도 들으려하지 않았고, 덤벼들거나 도망칠 궁리만 했다. 개줄이 질긴 가죽이 아니라 넝쿨로 급조한 것인 까닭에 물어뜯고 달아나려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상자에 가두었다가 다 박살내고 길길이 날뛰는 바람에 오히려 고생까지 했다.
족제비를 잡아온 다음 날. 슈마허는 비축된 식량이 없다는 사실에 생존에 미약한 위협을 받았고, 사냥을 나가기 전에 족제비를 나무상자에 가둔 다음 그 주변을 온통 돌덩이로 돌무덤을 만들어버렸다. 물론 족제비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상자를 벅벅 긁으며 화풀이를 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반나절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슈마허는 단단해 보이는 갑옷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처참하게 박살난 어린 악어와 과일들을 들고 돌아왔다. 말이 어린 악어이지 길이만 1미터는 너끈해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잡아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고, 그때 마침 상자를 뚫자니 불가능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바닥을 파서 두더지처럼 땅굴로 나오고 있는 족제비를 봤다.
땅속에서 세상을 향해 얼굴을 내민 족제비는 바로 앞에 있는 슈마허를 보더니 땅굴을 통해서 슬금슬금 상자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슈마허에게 덤벼들기는 했지만 탈출을 시도하다가 걸리면 바닷물에 빨리게 된다는 사실을 세 번에 걸친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족제비가 알아서 들어가자 슈마허는 구멍이 난 자리에 돌을 몇 개 얹어놓는 것으로 족제비 가두는 것을 끝내곤 따온 과일 하나를 베어 먹었다. 그리곤 단단한 악어의 가죽을 돌칼을 이용해서 벗겨내기 시작했다. 등가죽은 사실상 돌칼로 잘라내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비교적 연한 배를 갈랐고, 야자열매나 수박을 먹는 것처럼 내장과 살을 발라냈다.
그리곤 미리 준비한 꼬치에 고기를 줄줄이 꿴 다음 근처 돌판 위에 올려놓곤 불을 피웠다. 판자를 밑에 놓고, 작대기를 비비는 작업이 끝나자 불길이 피어올랐고, 슈마허는 꼬치들을 그 위에 올렸다. 기름을 떨어뜨리며 익어가는 꼬치들은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슈마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먼저 소금과 같은 조미료가 없기에 기본적이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이 악어라는 놈은 다른 사냥감들이 잽싸게 피해서 어쩔 수 없이 잡아온 것으로, 맛이 없을 각오를 하고 가져온 것이기에 슈마허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족제비의 반응은 그와는 상당히 달랐다. 상자에 갇혀서 가만히 있던 족제비는 밖에서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자 코를 벌름거리더니 이내, 자신이 3일간 먹지도 못하고 추적당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해내곤 미친 듯이 벽을 긁었다.
족제비가 긁어대던 나무상자의 면은 얼마지 않아서 부스러져버렸지만 그 뒤를 이어서 나타난 검정색 돌덩이를 본 족제비는 작전을 바꾸었다. 아까 전에 파놓았던 땅굴을 다시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땅굴은 슈마허에 의해서 막힌 지 오래였고, 그 사실에 분노한 족제비는 분노를 힘으로 돌려서 옆으로 통하는 땅굴을 팠다.
결국 땅굴을 파서 지상으로 통하는 통로를 뚫는데 성공했고, 땅굴에서 나오자마자 슈마허의 바로 옆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은 가히 하얀 번개가 땅을 질주한다고 말할만한 것이었다.
슈마허는 족제비가 밖으로 나오는 기척에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가 거의 광기나 다름없는 눈빛을 번뜩이며 한창 구워지고 있는 악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곤 생각을 바꾸었다. 저 악어가 어떤 맛인지 모르니 우선 족제비에게 먹여보자는 결론을 내린 그는 이제 막 구워진 고기를 족제비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족제비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고기를 물었고, 캥 소리와 동시에 뱉어냈다. 하지만 배고픈 것이 먼저였는지 다시 물었고, 또다시 뱉어내는 것을 반복했다. 몇 번 반복을 한 후에야 고기가 알맞게 식었는지 족제비는 뱉어내지 않고 먹기 시작했고, 얼마지 않아서 자신의 앞에 있는 분량을 뱃속으로 집어넣곤 탐욕이 가득한 표정으로 슈마허를 압박했다.
그 엄청난 얼굴에 슈마허는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몇 개의 꼬치를 족제비에게 내주었고, 자신도 악어의 고기를 먹어보았다.
“닭고기와 비슷한 맛이군.”
묘하게 다른 맛이긴 했지만 슈마허는 자신이 아는 음식과 맛이 비슷하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본격적으로 식사를 개시했다. 그 역시 3일간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족제비보다야 많이 먹었지만 그와 족제비의 신체비례를 생각했을 때, 그렇게 많이 먹은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뱀 몇 마리 먹은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미친 듯이 먹어대는 한 명과 한 마리 덕분에 모닥불 위에 올려놓았던 악어고기는 얼마지 않아서 동이나버렸고, 슈마허는 허기진 배를 체우기 위해서 빨리빨리 행동하라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족제비를 뒤로하고, 악어의 살코기를 발라냈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지나서야 한 마리와 한 명의 식사가 끝났고, 후식으로 꺼내놓은 과일까지 먹은 족제비는 이 이후로 도망치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뭔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슈마허에게 순종하지는 않았고, 당연하게도 종종 바닷물에게 자신의 가죽을 표백하는 불상사를 겪어야만했다.
슈마허 역시 족제비가 도망가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을 잘 따르자 기분이 좋아졌고, 그것은 족제비의 식사가 풍성해지는 것과 바닷물에 빨리는 회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대략... 오늘부터 시험을 본다죠.
나는 미쳤어!(버럭!)
...털썩!
아아아. 정말 미쳤나봅니다.(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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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건필입니닷.
으음, 뜬금없지만 어쩌면 아크님의 리메이크 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