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내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했을 때 난 울었다.”
전과자였으니 그럴 만했다. 감옥에서 8년 반을 살다 나온 몸이었다. 정육점에서 일하며 짬나면 연기 수업을 들었다. 에이전트를 구해 시드니 루멧(1924~2011) 감독이 연출하고 알 파치노가 주연한 '서피코'(1973)에 경관 살해범 코르사로 배역을 따내 영화계에 데뷔했다.
아마도 이 란에 소개한 미국 영화배우 가운데 범죄자 출신으로 가장 특색있는 배우로 손꼽을 만한 리처드 포론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할리우드 리포터 등 미국 연예매체들이 22일 전했다. 그가 할리우드에 입성하기 전에 경찰에 체포된 경력만 스무 차례 이상에 이르렀다. 그는 1987년 UPI 인터뷰를 통해 사기, 은행 강도, 신용카드 편취, 조직범죄, 야바위 등 마약과 살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범죄에 연루됐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단 한 차례만 유죄 판결을 받아 싱싱과 아티카 같은 뉴욕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서른두 살에 세상으로 나왔다.
어두운 과거 탓일까, 할리우드에서는 놀랍지도 않게 경찰과 악당 역할 전문이었다. '서피코'의 경관 살해범을 시작으로, '살의의 아침'(The Morning After, 1986)과 '도시의 제왕'(1981)에 경관으로 출연했다. 세 작품 모두 루멧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너스레를 떨기를 "경찰 역을 특히 잘했지. 의심할 여지 없이 매주 어김없이 경찰이 날 덮쳤으니 그들을 아주 잘 알았기 때문이지"라고 했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연출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서는 부패한 경관 연기를 했고,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미드나잇 런'(1988)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칼리토'(1993)에서는 각각 마피아 조직원 토니 다보와 피터 아마데소를 연기했다.
본명이 리처드 에드워드 살레르노로 1937년 8월 3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화가 많은 아이였다. 다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고교도 다니지 못한 채 결혼해 네 자녀를 뒀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이라 수표를 위조하거나 신용카드를 모으면 편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사탕 가게부터 털기 시작했다. 돈 많은 은행을 털면 훨씬 수지 맞는 일인 것처럼 보였다. 해서 털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은행 털이로 17만 달러를 챙겼다. 돈을 펑펑 썼고 유럽 여행도 갔다. 결국 푹 빠져 들었다. 변호사 얼굴에 총을 겨눠 돈을 빼앗은 뒤 달아났는데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포론지는 교도소에서 책 500권을 읽었고, 타이프를 익혔다고 했다. CBS의 인기 드라마 '코작'을 시청하며 텔리 살바라스가 배우가 된다면 자신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사람들을 속여 먹을 때는 연기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네.”
그는 칼 라이너가 연출해 알 파치노 대신 데이비드 버니가 주인공으로 나선 NBC 시리즈 '서피코'(1979)에도 사기꾼 역할로 얼굴을 내밀었다. 같은 방송사 '힐 스트리트 블루스'(1982)에도 횃볼 머레이란 캐릭터로 출연했고, 알렉스 콕스의 '레포 맨'(1984)에도 청원경찰 아놀드 플레츠너 배역을 따냈다. 이 밖에도 '폴리스 스토리'와 '야전병원 MASH', '스트리트 오브 샌프란시스코', '택시', '캐그니 앤 레이시 앤 헌터' 등에 얼굴을 내밀었다.
또 영화 '갬블러'(1974), 'Fun With Dick and Jane'(1977), 'The Fish That Saved Pittsburgh'(1979), '트루 컨페션'(1981), '고스트 버스터 2편'(1989), 'Man of the House' (1995) 등에 출연했다.
그는 2020년 회고록 'From the Mob to the Movies'를 출간했다. 부인 웬디와 네 자녀, 세 형제, 17명의 손주를 남겼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의미심장하게도 "아버지로서 고인의 여정은 시련과 복잡성으로 점철됐다"고 밝혔다.
아래 영화 '칼리토' 소개 동영상 가운데 14분 46초쯤에 "칼리토"라고 불러 세우는 인물이 리처드 포론지가 맡은 피터 아마데소다.
💯 알 파치노의 영화 중 손에 꼽는 느와르 명작 (영화리뷰/결말포함)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