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서정주님의 시에 송창식이 곡을 붙인 이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그런 날씨.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쉼표를 찍는 주말. 난 마음의 평안과 정신의 쉼표를 찍기 위해 산으로 갑니다.
일동 백운계곡에서 신명나는 풍물패들이 흥을 돋구고 장애우 80여명과 여러 등산인들이 모여 자연보호 캠페인 행사를 마친 후
제법 꾸불거리는 여우재를 넘어 명성산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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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호수 관광단지에 들어서자 "어라? 입장료를 받으려 하네?"
"이 무시기 말씀! 우린 자연보호 하러 온 사람들이오!(헴!) 이 비닐 봉지에 쓰레기 많이 채우는 사람은 상도 준답디다!"
차에서 내린다/ 오를 산을 본다/ 앞 산...우뚝!/ 흠~! 좋다!
하늘...푸르다/ 역시 좋다!/ 그리고...걷는다.
초입에...펜션인지 테라스에 알록달록 멋진 우산을 꽂아논 집을 지납니다.
장승이 서있는 곳도 지나고 계곡에 들어섰건만 요즘 비가 오지 않은 탓에 계곡은 말라있고 산행길은 먼지가 폴폴 납니다.
이 산은 1975년인가?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러 둘이 여행 온 적이 있었다.
연인이 묵은 옆 방의 이불 부스럭 거림과 요상한 소리를 침 꼴깍 삼키며 숨 죽이고 들었었고,
깜빡이던 불 빛- 고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코치 선생 눈 피해 창문에 졸졸이 머리 내놓고
담배 빨아댈 때의 담뱃불, 산정호수의 얼음이 쩡쩡 울던... 그런 추억이 생각나는 산...
제법 땀도 날만한 거리를 걸었는데 앞에 하이힐 신은 한 여인이 애인과 함께 걷고 있다.
뾰족구두가 이리저리 빼뚤거리면서도 용케도 잘 걷는 그 여인을 보니 문득, 병훈이의
'좋은 장비 갖춰 깅낑대고 산에 올랐더니, 한 할머니가 고무신 신고 나물캐고 있더라'라는 우스게 소리도 스친다.
앞에 가는 맹형규의원. 국회의원들은 입만 갖고 사는 줄 알았더니 다리도 제법 쓸만한 의원도 있네.
같이 쉬며. 산 잘 타신다 칭찬하니, 대학시절 산악반이었고 산에 자주 다닌다네.
웃고, 쉬며, 먹고, 두런거리며 오르는 사이 어느새 억새밭에 도착합니다.
환한 햇빛 받아 부드런 억새의 솜털이 더욱 희게 보입니다.
무등산에선 직접 그들을 헤치며 피부 접촉을 하였는데 이곳은 가이드 라인을 쳐 놔, 그저 눈으로만 봅니다.
땀도 닦고 사진도 찍으며...
억새 밭을 올라서자 조망이 한층 좋아지며 팔각정. 그 옆엔 정상도 아닌곳에 '명성산'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이곳에서 목놓아 울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설과
후삼국 시대 태봉국 궁예왕의 전설이 위와 비슷한 내용으로 스며있는 곳이라 울음산 즉 명성산이 되었다라는...
그곳에서 등산중앙회에서 나눠준 '빈부 격차가 없는 도시락'을 까 먹습니다. 떡같이 다져진 밥은 양이 무지 많네.
그 밥 다 먹고 과일, 게다가 한약주 한 잔 먹고 다시 정상을 향해 걸으려니 몸이 천근만근.
"아고~~ 지고 올 땐 몰랐는데 뱃속에 들어가니 왜 이리 무거운겨?"
그래선가? "헐떡헐떡" 암릉구간을 타고 삼각봉 오르는데 좀 힘겹습니다.
암릉 따라 걸으니 '산속에 있는 우물' 같다는 산정호수도 훤히 내려다 보이고
쌍봉낙타의 혹 같은 정상의 두 봉우리 사이로 보이는 철원평야.
사방 조망은 무척 좋으나 숲이 없어 따가운 가을 햇살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드디어 명성상 정상, 표지석엔 923미터라 써 있군요.
이제부터 하산길. 그러나 오르내림이 반복됩니다. 정상까진 잘 걷던 맹의원이 쉬었다 가겠다며 뒤로 쳐집니다.
궁예능선도 지나고 밧줄도 타며 돌탑이 있는 곳에 왔는데 이곳이 바로 궁예침전 바위.
주의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궁예침전에 올라가니 바닥에 표주박 모양으로 구멍이 파여있고
한 사진찍는 분이 삼각대를 펼쳐놓고 열심히 바위를 찍고 있군요.
"이게 뭡니까?" 물으니~ '궁예 물통'이라나요?
궁예가 예까지 정말 왔을까? 여기서 잤을까? 라는 의문을 품습니다만 전설은 그저 전설로 들어야지 따지면 재미 없습니다.
(실은, 1975년 왔을 땐 이곳이 마의태자가 견훤에게 쫓겨~울면서~ 어쩌구 그렇게만 써 있었고 궁예얘긴 없었지요)
이제 마지막 봉우리 하나를 넘으며 잠시 쉬는데 어찌나 궁예의 전설을 많이 만들어 냈는지 그 봉우리 이름이 궁예봉.
자~! 목적지가 얼마 안 남았군요~ 그러나 아직도 로프잡고 오르 내리는 구간이 자주 나옵니다.
마지막 한 곳은 하산길의 경사가 상당히 급합니다.
앞 에가던 한 여성분이 좀 겁내 하십니다.
아~! 저는 참 눈치없는 짓을 그곳서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용기 북돋아 준다고 유격시 배운 '유격 파라다이스'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어여쁜 아가씨가 윙크를 하면~ 온 몸이 짜르르 하네~ "
"링크 로프 레펠 타면은 파라다이스~으~으으~
아무리 까마득한 절벽도 유격 복창하면 걱정도 없어~~~~~"
하는데...박수 쳐 주는 사람은 커녕... 눈치만 받습니다.
그런 스릴구간도 지나고 내려오니 한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들어 있네요.
가을이 오고 있군요.
내려오며 씻을 장소 없나 찾았는데 계곡이 완전 말랐군요.
드디어 평지가 나오며, 뒤로는 넘어온 산이 보입니다.
개울가로 가 씻고 그곳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습니다.
어제 오서산에서도 먹던, 돼지와 두부와 김치가 함께 혼탕한, 빨간 찌개입니다.
운동했겠다~ 씻었겠다~ 먹었겠다 ~~ 아~! 행복이 뭐 별건가요?
돌아오는 길.
길가에 어깨동무 하듯 연이어 이어진 한북정맥. 정말 한북정맥도 조만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품게합니다.
^^*
하늘이 좋고, 산이 좋고, 마음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사진 아래) 맨 우측의 깃발잡이가 저 올시다~ㅎㅎ...
궁예침전
첫댓글 맹진이덕에 명성산을 앉아서 보네 ! 언제나 늘 고마우이 ~~~
땡큐 네덕에 미리본다...10.14일 보자...
매일 운동하고 씻고 먹는 엠제이 맹진이는 행복하겠다 ^^ ...
명진이는 대간도 하면서 정맥도 같이 하나 ? 정말 산꾼이네 !!
명진이가 요새 제대로 산행하는 재미에 푹 빠졌구먼...명진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