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만행(萬行)"이란 단어의 뜻은 스님들이 겨울이나 여름의 안거(安居)를 한차레 지낸뒤
수행의 연장선상에서 재가자들이 살아가는 온갖 모습이나 산천초목을 벗삼아 자연을 침묵으로
완상(緩想)하며 여러곳을 두루 섭렵하는것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출가승은 아니나 사람과 자연을 벗삼아 인간생활의 각종 형태나 생활속에 부딪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 본다는 의미에서 "만행"이란 표현을 썼으니 이점 오해 없으시기를 바란다.
'파란가을'이 너무나 좋아서 지난 화요일 간단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예전부터 나는 무슨 방랑벽이 있는지 아니면 역마살이 끼었는지 병이 도지면(?) 그냥 휑하니 길을
떠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 습관에 <푸른가을>이란 놈이 충충대니 어디든 안떠날수가 있었겠는가.
무조건 강남의 고속버스 터미널에 나갔더니 마침 경남 거제와 통영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전에는 삼랑진이나 마산을 경유해 갈수 있었는데 얼마전 대전에서 진주를 지나 곧장 남해로 가는
고속도로가 개통이돼 서울에서 불과 세시간반 정도에 통영까지 갈수가 있었다.
남해의 푸른 바다는 세속의 삶에서 찌든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기에 충분하였다.
남해대교의 긴다리를 지나 거제도에서 마침 "외도(外島)"라는 섬으로 배를 타고 갈수 있었다.
바람과 풍랑으로인해 외도엘 가 보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운이 좋아서
관광객들이 외도에 올라갈수 있다는 선장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의 풍광이 반기는 섬에 올랐다.
70년대에 서울에서 오신분이 아내와 단둘이 섬을 개간했다는데 잘 가꿔져 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웠던점은 그분들이 기독교인들인 모양이었다.
섬 전체가 온통 십지가와 예수의 조잡한 동상으로 어지럽게 자리하고 있다.
섬 꼭대기에서 본 남해의 푸른 바다는 파랗다못해 검푸르게 보인다.
통영출신의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재독작곡가 윤이상님도 이 고향바다를 보고싶어 했을꺼야.
한국의 대표적 가곡인 <가고파>의 작곡자님도 아마 저 바다를 그리워 하면서 작곡했다지,,,
파란 바다에는 바람이 불어 하얀 파도가 일어난다.
바람으로 인해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에 거친 파도가 치고 있다.
무명(無明)과 업(業)의 물결이 잔잔한 바다위에 온갖 번뇌(煩惱)를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파도와 바다가 아주 다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니지,,,원래는 같은것! 파도가 바다요, 바다가 파도인것을,,,
존재의 근원(根源)에서 보면
불생불멸(不生不滅)이요, 무시무종(無始無終)일테지,,,
그래서,,,그래서 삶과 죽음이란 꿈과 같고 그림자와 같다고 하는게 아닐까,,,!?
나는 발길을 돌려 부산의 <범어사>로 향했다.
첫댓글 좋은 곳에 다녀 오셨네요....가 고플때 가고 오고 싶을때 오는 그자체가 자유이네요.좋은 여행되세요._()()()_
여행은 언제나 마음설레는것...언제나 나를 돌아보게 하는것...자유로와 좋습니다..._()()()_
글을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감사합니다...^^* _()()()_
통영 출신의 예술인이 참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이 예술인을 만드는데 한 몫을 하는가 봅니다.